‘공유의 미덕,기증자료’展

재일교포가 경매에서 낙찰받은 한국 옛 우표, 고인이 된 시계수리점 할아버지가 내놓은 유품 등….

개인의 아기자기한 이야기가 우리의 민속역사로 다시 태어난다. 국립민속박물관은 지난달 29일부터 내년 6월 26일까지 1년간 상설전시3관 내 기증전시실에서 ‘공유의 미덕, 2015년 기증자료’전을 개최한다. 민속박물관 기증은 1964년 처음 시작됐다. 기증자료전은 2000년부터 매년 열리고 있다.

이번엔 지난해 36명의 기증자가 보내준 자료 1840점 중 대표 자료 1점씩을 선별해 총 39점을 선보이는 자리다.

가장 눈길을 끄는 것은 재일교포 이창실 씨가 제공한 ‘한국우편절수첩’과 독도 소인이 찍힌 우편봉투다. 일본에서 태어난 이 씨는 한국인이라는 이유로 차별대우를 받던 어린 시절, 우표수집을 통해 위로를 받았다.

‘한국우편절수첩’은 1905년 을사늑약 때 발행된 것으로 역사적 의미가 담겨 있을 뿐만 아니라 발행매수가 적어 희소성을 인정받고 있다. 이 씨는 적금을 깬 돈으로 경매에서 낙찰받아 간직하고 있다가 “한국 것은 한국으로 돌아가야 한다”는 소신 아래 기꺼이 고국에 기증했다.

독도 소인이 찍힌 우편봉투(위 사진)도 희귀본이다. 군에서 제한적으로 사용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독도는 우리 땅’ ‘독도는 한국 영토의 동쪽 끝’ 등의 소인이 새겨져 있다.

지난 3월 별세한 황세창 할아버지가 시계수리점을 하며 썼던 유품도 눈에 띈다. 민속박물관이 2011년 실시했던 ‘근현대직업인 생애사’ 조사에서 황 할아버지는 첫 번째 대상자였다. 그는 인천 강화군 교동면 대룡시장에서 시계수리점을 하며 평생을 보냈고, 사후 유언에 따라 유족들이 시계수리점 물건들을 박물관에 전달했다. 이 유품에는 한국의 근현대 생활사가 녹아 있다.

외국인 기증품도 있다. 스페인의 염부(소금 만드는 사람) 호세 안토니우 베라포레스 씨는 ‘소금배’(아래)라는 작품을 내놨다.

민속박물관이 ‘세계의 소금’을 주제로 스페인에서 현지조사를 하는 과정에서 인연이 됐다. 소금배는 배 모양의 기본 골격을 천일염전에 담가 소금 결정을 굳히는 방식으로 제작됐다.

천진기 민속박물관장은 “첫 기증 이후 지난 50여 년간 1051명의 기증자가 4만3453점을 기증했다”면서 “기증 자료는 박물관 전체 소장품의 35%를 차지할 정도로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으며 생활사를 전시, 연구하는 전문박물관으로서 초석을 다지는 데 많은 기여를 했다”고 말했다.

김인구 기자 clark@munhwa.com
김인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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