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재호 전 대우조선해양 사장이 4일 오전 피의자 신분으로 검찰에 소환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검 별관으로 들어서며 기자들의 질문에 입을 굳게 다물고 있다.   곽성호 기자 tray92@
고재호 전 대우조선해양 사장이 4일 오전 피의자 신분으로 검찰에 소환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검 별관으로 들어서며 기자들의 질문에 입을 굳게 다물고 있다. 곽성호 기자 tray92@
고재호 前사장 소환

재임기간 경영 성과 부풀려
재무구조 건실한 듯 눈속임

비리·비자금수사 반환점 돌아
정·관계 로비 규명 여부 촉각


검찰은 4일 고재호(61) 전 대우조선해양 사장을 소환해 천문학적 규모의 회계사기로 만든 ‘가짜 회계 장부’를 활용, 수십조 원에 달하는 사기 대출을 받고 2000억 원대의 ‘성과급 잔치’를 벌인 연쇄 고리를 집중적으로 파헤치고 있다. 이미 지난달 29일 남상태(66) 전 사장을 구속 수감한 데 이어 고 전 사장에 대한 수사가 일단락되면 향후 검찰 수사는 반환점을 돌아 산업은행과 정·관계 인사들을 향할 것으로 전망된다.

◇회계사기-사기 대출-성과급 잔치 고리 파악 = 검찰 부패범죄특별수사단(단장 김기동 검사장)은 이날 고 전 사장을 소환해 5조4000억 원에 달하는 천문학적 규모의 회계사기를 벌인 배경과 경위, 규모 등을 따져 물었다. 검찰은 고 전 사장이 연임을 염두에 두고 2013~2014년 집중적으로 경영 성과를 부풀린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고 전 사장 재임 기간 대우조선해양은 경영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아예 먼저 목표치의 영업이익을 정해 놓고 이 수치가 나올 때까지 아무 숫자나 입력하는 것을 반복하는 방식으로 원가를 조작한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 고 전 사장 재임 기간 대우조선해양은 2013년 4409억 원, 2014년 4711억 원의 흑자를 냈다고 공시했지만 최근 회계 수치를 수정하자 각각 7784억 원, 7429억 원의 적자를 본 것으로 나타났다.

검찰은 고 전 사장이 이 같은 회계 조작을 통해 재무구조가 건실한 것처럼 눈속임한 뒤 회사채와 기업어음 등을 발행해 금융권에 수십조 원의 피해를 준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재무제표를 조작해 금융기관으로부터 타낸 대출금, 회사채, 기업어음(CP) 등을 모두 합하면 대우조선해양의 사기 대출 규모는 40조 원을 넘는다는 관측도 나온다. 2013~2014년 임직원에게 지급된 2000억 원대의 성과급도 이 같은 회계사기를 통한 금융권의 피해가 바탕이 된 것으로 검찰은 판단하고 있다. 이에 따라 검찰은 고 전 사장에 대한 조사를 마무리한 뒤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사기, 배임 등의 혐의를 적용해 고 전 사장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고 전 사장의 개인 비리 관련 혐의도 일부 파악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일단 이날 조사에서는 회계사기와 이를 통한 금융권 사기 대출 등의 혐의를 밝혀내는 데 집중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의 칼끝은 어디로 = 고 전 사장에 대한 소환조사까지 이뤄지며 검찰의 수사가 어느 곳을 향할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일단 이미 구속된 남상태 전 사장의 재임 기간 최고재무책임자(CFO)를 지낸 김모(63) 전 부사장, 남 전 사장으로부터 일감 몰아주기 등 특혜를 받은 건축가 이창하(60) 씨 등에 대한 소환조사는 불가피할 전망이다. 대우조선해양의 대주주이자 관리·감독 책임이 있는 산업은행 전·현직 임원들에 대한 수사도 본격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대우조선해양 부실의 장본인인 남상태·고재호 전 사장의 소환이 예상보다 빠른 점에 비춰 특별수사단이 대우조선해양과 산업은행뿐 아니라 정책당국의 책임을 묻고 정·관계 인사들이 대우조선해양 부실에 관여한 정황을 파헤치는 수사에도 조만간 착수할 것이라는 관측도 힘을 얻고 있다.

민병기 기자 mingming@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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