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날 우리 사회에서는 성(性)이 자유화되고 개인의 성적 자기결정권이 존중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변화와 함께 성폭력범죄에 대한 처벌은 엄격해지는 것이 시대적 대세다. 따라서 우리 모두 이러한 시대적 변화를 철저하게 받아들이고 그에 걸맞은 행동 패턴을 익혀야 한다.
성희롱이나 성폭력범죄는 피해자의 의사에 반하는 행위로, 명백히 피해자가 존재하는 행위 또는 범죄다. 합의에 의한 성관계를 전제로 하므로 피해자가 없다는 이유로 자발적 성매매에 대한 형사처벌을 반대하는 사람들도 성폭력범죄를 엄벌해야 한다는 점에는 의견을 같이한다.
지난 20여 년 동안 우리 사회는 성폭력범죄를 줄이기 위해 많은 노력을 해왔다.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이나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이 그 대표적인 예라고 할 수 있다. 이들 특별법에는 헌법상 과잉금지 원칙에 반한다는 비판이 있을 정도로 성폭력범죄나 아동·청소년에 대한 성범죄에 대해 매우 엄격한 형벌이 규정돼 있다. 최근 몇 년 동안 정계·법조계·경제계의 거물 인사들이 성희롱이나 성추행으로 국민적 망신을 당했다. 시대가 변했음에도 이렇게 아직 과거의 낡은 성 의식을 버리지 못한 사람들은 스스로 성범죄를 저지르게 되거나 성폭력범죄를 저지른 사람들에 대해 관대한 입장을 보이게 된다.
최근 부산에서 학교전담 경찰관(스쿨 폴리스) 2명이 담당 학교의 여고생과 성관계를 했지만 경찰이 사건을 은폐하고 해당 경관을 징계하지 않고 사표를 수리한 것으로 드러났다. 뒤늦게 경찰청은 이번 사건과 관련해 제기되는 문제점과 의혹을 규명하고자 경무관급이 지휘하는 특별조사단을 편성했다. 이번 사건에서 문제가 된 경찰관은 자신의 성관계가 합의에 의한 것이라고 주장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학교전담 경찰관과 해당 학교 여학생의 성관계라는 점에서 그것은 성폭력범죄에 속한다고 할 수 있다. 13세 미만의 미성년자나 구금된 사람과 합의에 의해 성관계를 가졌더라도 강간죄나 강제추행죄 등으로 처벌되는 것과 같다.(형법 제305조, 제303조 2항 등)
그리고 이번 사건은 성관계의 문제뿐만 아니라, 공무원의 직무상의 범죄라는 성격도 동시에 지닌다. 따라서 경찰이 이들 경찰관의 처벌에 소극적이었던 것은 매우 잘못된 것이라 할 수 있다. 앞의 사건에서 사회지도층 인사들이 사회의 변화를 잘못 읽어 성추행 등의 잘못을 저질렀다면, 이번 사건에서 경찰은 성폭력범죄에 대한 시대적 요구를 제대로 읽지 못해 잘못을 저지른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법에 엄격한 형벌이 규정돼 있다 하더라도 그것이 현실에서 제대로 집행되지 않으면 법의 목적이 달성될 수 없다. 우리나라가 대륙법계 국가에서는 유례를 찾아보기 힘들 정도로 엄격한 형벌 규정을 가지고 있음에도 계속적으로 성폭력범죄가 발생하는 이유 중의 하나로 이러한 법 규정과 법 집행 간의 괴리를 들 수 있다. 그리고 이러한 괴리가 생기는 가장 중요한 이유 중 하나는 성폭력범죄를 저지르는 사람이나 처벌하는 사람이나 아직도 과거의 낡은 성 의식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상당수의 성폭력범죄는 정신이상에서 비롯된 것일 수 있고, 이들 범죄자에 대해서는 처벌보다는 치료를 강조해야 하는 측면도 있다. 그러나 이번 사건과 같이 성범죄뿐만 아니라 공무원의 직무상 범죄로서의 성격을 지닌 범죄에서는 좀 더 엄중한 처벌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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