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신의주 특구 금성식당 사장입니다.”

눈을 크게 뜬 김선영이 똑바로 시선을 주자 셋은 긴장했다. 오늘도 홍대 앞 돼지갈비 식당에 셋이 모였다. 회사가 전철 두 정거장 안인 데다 조문수와 윤미선이 요즘 사귀기 때문이다. 식당 안의 손님들이 모두 김선영을 보았으므로 잠깐 조용해졌다. 김선영은 오늘 신의주에서 날아왔다고 했다. 그때 김선영이 말을 이었다.

“그래요, 제가 51번째 여자라고 합시다. 그 51번째 여자가 장관님과의 사연을 말씀드리려는 거죠.”

그러고는 여자가 이를 드러내고 웃었다.

“야, 대단해.”

옆쪽 테이블의 남자 둘이서 손뼉을 쳤지만 나머지는 수군거렸다. 그러나 대놓고 비난하는 사람은 없다. 오후 8시 반 채널은 종편으로 메인 방송이 아니다. 김선영은 메인 방송에 출연 신청을 했다가 거절당했다고 말했다. 그때 기자가 김선영에게 말했다.

“알겠습니다. 그럼 사연을 말씀해 주시죠.”

“네.”

대답한 김선영의 표정이 조심스러워졌다. 김선영이 똑바로 돼지갈비집 손님들을 보았다.

“7년 전, 장관님이 신의주 장관이실 때 제 포장마차에 들르셨죠. 처음에는 누군지도 몰랐습니다.”

김선영의 눈이 가늘어지면서 눈동자가 흐려졌다. 미인은 아니지만 매력이 있다. 옷도 세련되게 입었고 체격도 날씬하다. 40대 중반쯤 됐을까? 사흘 전 박서현과 비교하면 그렇다. 식당 안의 손님들은 지금 머릿속으로 박서현과 비교하고 있다. 김선영이 말을 이었다.

“밤늦게 혼자 오셨어요. 그러고는 소주에다 먹장어, 닭발, 해삼까지 시키셨죠. 손님이 하나도 없었거든요.”

“그러셨군요.”

기자가 맞장구를 쳤는데 가만있는 것보다 못했다. 젊은 기자는 사흘 전 KMS의 진중한 흉내를 내는 것 같다. 그때 김선영이 눈을 조금 크게 떴다. 기억이 선명해진다는 표정 같다.

“장관님이 물으셨죠. 하루 매상이 얼마냐? 애는 몇 살이냐? 남편은 뭘 하냐? 그러다가 제가 혼자 아이 둘을 키우고 있다니까 한동안 가만있으셨죠.”

그때 ‘서울돼지갈비집’ 손님들은 김선영의 눈에서 흘러내리는 눈물을 보았다. 모두 숨을 죽였을 때 또 기자가 끼어들었다. 얼굴만 예쁘장한 기자다.

“아, 그러셨군요.”

“아, 시발놈.”

이 욕은 옆쪽 테이블에서 기자한테 한 것이다. 그때 김선영이 손끝으로 눈물을 닦더니 말을 이었다.

“전, 그때 죽고 싶었거든요. 아이는 중3, 중1이었지, 석 달 가까이 하루 2만 원도 못 벌고 월세도 못 내는 상황이었어요. 애들 때문에 죽지도 못했어요.”

김선영의 눈에서 다시 눈물이 흘러내렸고 조문수는 옆에 앉은 윤미선의 눈에도 눈물이 흠뻑 고여 있는 것을 보았다. 그때 김선영이 가방에서 종이를 꺼냈는데 뭔가 복사를 한 것이다.

“그때 장관님이 이걸 주셨어요. 수표인데 복사를 해놨죠. 죽을 때까지 간직하려고요.”

TV 카메라가 종이를 확대했다. 5000만 원권 수표, 날짜는 바로 7년 전이다. 김선영이 다시 종이 한 장을 꺼내 보였다.

“이건 신의주 장관 비서실장에게 보내는 메모예요. 이것도 복사해 놨죠.”

TV 화면에 서동수의 글씨가 드러났다.

“유 실장, 김선영 씨한테 식당 한 곳 알아봐 주기를 바라네. 계약금이 모자라더라도 편의를 봐주도록. 서동수.”

그리고 아래쪽 추신에 적힌 글씨도 있다.

“나, 김선영 씨하고 안 잤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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