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0대 국회 개원과 함께 각 정당이 국회의원 특권(特權) 내려놓기에 경쟁적이어서 흐뭇하다. 국회의원의 특권은 여러 가지가 있으나 현재 문제가 되고 있는 것은 헌법에 규정돼 있는 불체포특권과 면책특권이다. 국회의장은 국회의원 특권 내려놓기 자문기구를 만들어 여기에서 추진토록 하겠다고 했다.
우리 헌법은 국회의원이 국회에서 직무상 행한 발언과 표결에 관하여 국회 외에서는 책임을 지지 아니한다고 면책특권을 규정하고 있다.(제45조) 국회의원의 폭로 발언까지 책임을 묻지 않아도 되게 돼 있다. 이는 왕조나 독재국가에서 왕이나 독재자가 국회의원의 직무상 발언까지 처벌하려고 하여 국회의원의 발언과 표결의 자유를 보장하기 위한 면책 목적을 가졌다. 우리나라에서도 자유당 시대나 군사정권 아래서는 그 순기능을 발휘하고 있었다. 그러나 이제 시대가 달라졌다.
최근에도 한 초선 의원이 확인하지도 않고 특정인을 성범죄자로 발표했다가 사실무근임이 밝혀지자 사과만 하고 책임은 지지 않고 있다. 이 의원의 발언은 국회 외에서도 발표됐기에 당사자의 명예에 큰 손상을 주었다. 국회 외의 발언으로 특정인의 명예를 훼손했다면 그 의원은 면책특권 혜택을 받을 수 없을 것이다. 어느 초선 의원은 현직 경찰서장의 사생활을 폭로하는 질문을 하고 개인의 가정사에 대해서도 보고를 요구했다. 이는 국회의원이 공무원이나 개인의 명예와 사생활의 자유와 비밀을 침해한 것이다. 그런데 면책 대상이라며 사과도 하지 않고 있다.
문화일보에 따르면 면책특권은 견제 아닌 정쟁의 수단으로 악용돼 왔다. 국회의원이 면책특권을 핑계 삼아 개인의 명예를 훼손하고 사생활을 침해하는 일이 늘어나고 있다. 독일은 이전에는 면책특권을 인정했으나 1949년 헌법부터는 모욕적 언사에 대해서는 책임을 면제하지 않는다. 우리 헌법도 독일의 선례를 따라야 한다는 요구가 많아 2014년에 구성된 헌법개정자문위원회에서는 명예훼손적 발언이나 민주적 기본질서를 침해하는 발언에 대해서는 면책특권을 인정하지 않기로 했다(헌법개정안 제67조). 국회의 면책특권 내려놓기가 진심이라면 이 조항을 국회법에 입법화해야 할 것이다.
오늘날 국회의원이 공무원이나 장관들보다도 고자세로 조사권을 남용해 갑질하는 것을 자주 보게 된다. 국회의원이 사적 이익을 위해 국회의원회관에서 기업의 신용을 훼손하거나, 국가기밀을 누설하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다. 국회의원이 아니더라도 진실이고 공익을 위한 폭로는 누구나 할 수 있다. 그런 만큼 국회의원에게 허위사실 유포 명예훼손 행위의 책임을 면제할 특권 인정 필요성은 없어졌다.
국회 본회의나 상임위원회에서가 아닌 공간에서 사담을 하고 이것이 보도되게 하여 국민의 인권을 침해하고 기업의 신용을 훼손하여 개인적 이득을 얻는 경우도 있다. 국회의원들은 일반 국민과 같이 표현의 자유를 가지고 있으며 일반 국민과 같은 책임을 져야 한다. 지방의회 의원이나 감사위원 등에게는 특권이 인정되지 않는다. 국회의원의 발언은 많은 사람이 진실인 줄 믿고 있기 때문에 피해자의 권리 침해는 막아야 한다.
독일 하원의장은 의원의 면책특권 폐지를 위한 헌법 개정을 약속했다. 제20대 국회의 간부와 각 당 대표들은 국회 특권 내려놓기의 첫걸음으로 사적 매체를 이용한 발언에 대해 엄중히 처벌하도록 법을 개정해야 할 것이다. 국회의원의 활동을 국민의 눈높이에 맞춰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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