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세 번째 시집 ‘아름답고 쓸모없기를’펴낸 김민정

나이 들며 내게 냉정해져… ‘생략하는 방법’도 알게 돼


“저는 이미 저에 대한 ‘주제 파악’이 다 끝난 사람이에요. 그래도 아기 옹알이 같던 첫 번째, 두 번째 시집보다는 많이 나아졌어요. 이제 시인으로서 걸음마 단계라고 할까. 일상에 좀 더 가까워진 느낌이에요.”

겸손이 지나쳐도 너무 지나쳤다. 시인으로서의 미래를 묻는 말에 “주제 파악이 끝났다”니…. 세 번째 시집 ‘아름답고 쓸모없기를’(문학동네)을 펴낸 김민정(40·사진) 시인은 2005년 문단에 센세이션을 일으켰던 첫 시집 ‘날으는 고슴도치 아가씨’의 ‘파격’처럼 시종일관 털털하고 솔직한 말투로 새 작품과 삶의 철학을 소개했다.

‘아름답고 쓸모없기를’은 김 시인이 2009년 ‘그녀가 처음, 느끼기 시작했다’ 이후 7년 만에 내놓은 시집이다. 모두 33편으로 구성됐다. 이원 시인의 긴 발문을 빼면 86쪽의 ‘단출한’ 분량이다. 김 시인은 “첫 시집이 60편 안팎에 172쪽, 두 번째가 132쪽이었는데 이번엔 그 절반 정도로 줄어든 것”이라며 “어렸을 때는 너무 말이 많았다. 그러나 나이가 들수록 나에 대해서 냉정해지게 됐고 생략하는 방법도 알게 됐다. 줄이는 과정이 더 힘들고 어렵다는 걸 알았다”고 설명했다.

이번 작품에서 김 시인은 기존 자유분방함을 유지하면서도 삶을 바라보는 시각은 더 깊어지고, 표현은 더 부드러워진 면모를 보여주고 있다. 랩처럼 쏟아내던 시어에도 어느새 타령처럼 구성지고 애달픈 가락이 스며들었다.

‘물은 죽은 사람이 하고 있는 얼굴을 몰라서/ 해도 해도 영 개운해질 수가 없는 게 세수라며/ 돌 위에 세숫비누를 올려둔 건 너였다/ 김을 담은 플라스틱 밀폐용기 뚜껑 위에/ 김이 나갈까 돌을 얹어둔 건 나였다/ 돌의 쓰임을 두고 머리를 맞대던 순간이/ 그러고 보면 사랑이었다’(아름답고 쓸모없기를)

김 시인은 사실 최근 몇 년간 편집자이자 출판사의 경영인으로 더 많은 일을 해왔다. 문학동네 임프린트(출판사 내 독립 브랜드) ‘난다’의 대표이자 편집자로서 그동안 100권도 넘는 책을 펴냈다. 이번 시집이 문학동네 시인선 84편. 앞서 83편을 직접 만들었다. 책의 표지를 디자인하고 제목을 지었다. 맨부커 인터내셔널상을 받은 한강 작가의 신작 ‘흰’도 기획·출간했다. 박범신의 소설 ‘은교’도 그가 네이밍한 것이다.

김 시인은 “교정 볼 때 내 시집은 정작 몇 번 못 읽지만 오히려 다른 시인의 작품집은 제목을 뽑고 수정하기 위해 수십 번을 읽고 또 읽는다”면서 “지금도 내 시와 다른 작가의 시를 동시에 마감한다면 다른 작가의 시집 마감을 더 서두를 것이다. 아마도 편집자로서의 열정이 더 컸던 것 같다”고 말하며 웃었다.

그는 두 번째 시집 이후 사실상 시 쓰기를 포기한 상태였다. 그의 말대로 ‘주제 파악’을 하고 더 심장을 뛰게 하는 편집에 몰두했다. 그러나 문득 선배들의 충고가 머리에 들어왔다. “네 것을 써라. 너를 찾아라.”

김 시인은 2014년 가을부터 자투리 시간에 휴대전화로 시를 썼다. 그게 그가 시인과 편집인을 ‘겸업’할 수 있는 방식이었다.

김 시인은 “별명이 ‘문단의 114’ ‘김상궁’이다. 언제든지 누구와도 쉽게 소통할 수 있어 그런 것 같다”며 “앞으로도 왕비가 아니라 김상궁처럼 열심히 쓰고 열심히 편집하며 살 거다. 그리고 가능하다면 퇴임한 선배님들과 후배 작가들의 글을 더 많이 펴내고 싶다”고 말했다.

김인구 기자 clark@munhwa.com
김인구

기사 추천

  • 추천해요 0
  • 좋아요 0
  • 감동이에요 0
  • 화나요 0
  • 슬퍼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