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강댐 또 무단방류

“전화통지문 하나면 될일을
‘당해보라’ 속셈 드러낸 것”

2009년 야영객 6명 사망후
남북회담서 통보하기로 합의

주민·낚시꾼 긴급대피 혼란
“언제라도 큰 피해 발생 우려”


북한이 6일 남북 간 합의를 또 깨고 사전 통보 없이 황강댐을 방류하면서 북한의 의도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일단 정부는 북한의 수공(水攻)일 가능성을 낮게 보지만 다각적인 분석 작업에 들어갔다. 황강댐은 군사분계선에서 북쪽으로 42.3㎞ 떨어진 임진강 본류에 있는 댐으로, 갑작스럽게 많은 양의 물을 방류하면 임진강 하류 연천군 일대에 상당한 피해를 줄 수 있다. 문성묵 한국국가전략연구원 통일전략센터장은 이날 문화일보와의 통화에서 “북한이 댐 방류 통보를 하지 않은 것은 북한의 전략적인 판단”이라고 밝혔다. 남북군사실무회담 수석대표를 지낸 문 센터장은 “댐 방류 통보는 전화통지문 하나로 간단히 해결된다”면서 “북한의 대화 제의를 우리 정부가 받아들이지 않자 소위 ‘물먹어보라’는 속셈을 드러낸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 관계자도 “남북한 통보 의무 약속에도 불구하고 통보하지 않은 것은 유감스러운 일”이라며 “수공의 목적은 물론, 다른 의도가 있는지 파악 중”이라고 전했다.

청와대와 군 당국은 이번 방류로 인한 피해는 크지 않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당국은 이번 방류를 수공이라기보다는 전날 폭우가 쏟아진 데 따른 통상적인 수위조절용으로 분석하는 분위기다. 또 북한의 댐은 내각의 국토환경보호성이 관리하고 있으며, 방류량을 갑자기 크게 늘려도 우리 군 전력에 큰 영향을 미치기는 힘들다는 점에서 황강댐 방류를 수공으로 규정하기는 어렵다는 분석이 많다.

하지만 북한이 황강댐 수문을 한꺼번에 모두 열 경우 임진강 하류에 홍수가 발생할 가능성은 여전히 남아 있다. 북한은 2009년 야영객 6명이 사망한 직후 이뤄진 남북회담에서 황강댐을 방류할 때 방류량과 방류 이유 등을 사전에 통보하기로 한 바 있다. 북한은 2010년까지는 약속을 지켰지만 2011년 이후에는 사전 통보 없이 황강댐 물을 방류하기 시작했다. 북한은 지난 5월에도 통보 없이 두 차례 황강댐을 방류해 임진강 수위가 갑자기 높아지면서 어민들이 생계수단인 어구를 미처 거둬들이지 못해 강물에 떠내려 보낸 피해 사례도 있었다.

경기 연천군 군남면 임진강변 일대에 거주하는 주민들은 홍수피해를 당할 수도 있다는 생각에 불안감을 감추지 못했다. 군남홍수조절댐을 관리하는 임진강건설단 관계자들은 북한이 황강댐 물을 초당 200∼300t을 방류하는 것으로 보고 군남댐 수문을 모두 열어 초당 300t 이상 방류함으로써 수위 25∼27m를 유지하고 있다. 연천군과 소방당국도 임진강 진입 주요 도로 18곳을 모두 차단하고, 차량과 사람들의 통행을 제한하고 있다. 정부는 아직 방류한 물이 필승교에 도달하지 않았을 것으로 보고 횡산수위국 수위변화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군남면 남계리에 사는 정영식(53) 씨는 “연천군에서 북한 황강댐 방류 피해에 대한 경고 및 대피 방송을 하는 바람에 마을회관으로 대피한 상태”라면서 “비가 올때마다 불안하다”고 말했다.

김만용·정충신 기자 mykim@,

파주=오명근 기자 omk@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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