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기초과학계 최고 권위와 위상을 자랑하는 70년 역사의 대한수학회에 사상 최초로 여성 회장이 선출됐다. 기초과학계에도 ‘여풍(女風)’이 불기 시작했다는 평가다.
대한수학회는 지난달 6일부터 30일까지 진행된 제24대 회장 선출 투표 결과, 이향숙(53·사진) 이화여대 수학과 교수가 총투표자 537명 중 300표(55.9%)를 얻어 신임 회장에 선출됐다고 6일 밝혔다. 대한수학회는 1946년 10월 서울대 문리대를 중심으로 세워진 ‘조선수물학회’가 시초다. 올해 창립 70주년을 맞는 국내 기초과학계 최고 권위의 학회로 회원수도 3900여 명에 달한다. 지금까지 모두 22명의 회장을 배출했는데, 여성 회장이 선출되기는 처음이다. 이 교수가 지난 2014년 한국에서 개최된 세계수학자대회(ICM)의 국내 조직위원회 수석부위원장과 대외협력위원장을 맡으면서 ICM의 성공적 개최에 이바지한 공로를 인정 받은 것으로 수학계는 분석하고 있다.
이 신임 회장은 “대한수학회 부회장과 ICM 한국 유치 업무를 담당하면서 많은 수학계 이슈와 현안을 알게 됐고, 학계 문제를 해결해야겠다는 사명감을 갖게 돼 회장에 도전했다”고 밝혔다. 그는 “다행히 그동안 해 왔던 일들이 좋은 평가를 받았고, 무엇보다 ‘여성 유리벽’이라는 사회적 한계를 깼다는 데 의미를 두고 싶다”고 말했다.
이 회장은 “정보통신기술(ICT) 기반 산업에서의 신기술은 ‘알고리즘’ 개발이 핵심인데, 알고리즘은 바로 수학이론에서 비롯된다”고 설명했다. 그는 “인공지능(AI)과 빅데이터, 3D 프린팅 등 4차 산업혁명과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같은 전염병 방지 프로그램 개발 등의 해결책들이 모두 수학적 이론과 방법론에서 시작될 정도로 수학은 매우 중요한 학문”이라고 강조했다. 정부 역시 지난 4월 국가과학기술심의회를 열어 현재 1.8% 수준인 수학 박사의 산업계 진출 비율을 2021년까지 20.0%까지 끌어 올리는 내용의 ‘산업수학 육성 방안’을 발표한 바 있다. 이 회장은 “현재 대학 구조개혁 작업이 진행 중인데, 취업률이 중시되면서 이공계가 중점 육성되는 측면이 있어 순수 학문 분야가 정원 축소라는 피해를 보는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공계나 ICT 산업이 발전하기 위해서는 튼튼한 수학의 토대가 전제돼야 한다는 점을 생각하면 모순이라는 의미다. 그는 “수학과 산업의 연계 강화를 위해 정부와 협의를 더욱 확대해 나가고, 구조개혁을 명분으로 지역대학에서 수학과가 축소되는 문제 등의 해소에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신임 회장 임기는 내년 1월부터 2018년 12월까지다.
임대환 기자 hwan91@munhwa.com
주요뉴스
이슈NOW
기사 추천
- 추천해요 0
- 좋아요 0
- 감동이에요 0
- 화나요 0
- 슬퍼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