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기택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 부총재와 관련된 파문이 점입가경이다. AIIB는 6일 휴직 상태인 홍 부총재의 후임 공모에 곧 들어갈 것임을 공식화하면서 후임의 요건으로 ‘전문성’과 ‘직업 윤리’를 공개 거론했다. 이는 홍 부총재에게 그런 요건이 부족했음을 시사하는 것이어서, 한국은 국제 망신은 물론 국가 공신력 추락이라는 수모까지 감수해야 할 판이다. 홍 부총재는 대학 교수 출신으로 박근혜 대통령의 대통령직 인수위원을 지냈으며, 박 정부 출범 직후 산업은행 회장을 거쳐 지난 2월부터는 AIIB의 리스크담당 부총재(CRO)를 맡아왔다. 그 과정에서 낙하산 시비가 끊이지 않았고, 급기야 감사원의 봐주기 감사 의혹까지 불거졌다. 산업은행이 대우조선해양의 주채권 은행이자 대주주라는 점에서, 대우조선 부실과 관련된 홍 부총재의 책임과 모럴 해저드 의혹도 계속 제기되고 있다.

AIIB는 이르면 이번 주말부터 CRO 후임 공모에 들어갈 예정이라고 한다. 진리췬(金立群) 총재도 6일 “고도의 전문성과 직업윤리를 갖춘 인물을 찾는 작업”이라고 밝혔다. 홍 부총재의 인사가 부적절했음을 우회적으로 지적함과 동시에 한국을 후임 인선에서 배제할 가능성을 시사한 것으로도 들린다. 정부는 한국인이 다시 선임되도록 한다지만 AIIB 지분이 한국(3.81%)보다 많은 러시아(6.66%)가 부총재직을 강력히 요구하고 있어 장담할 수 없다.

정부는 무슨 수를 써서라도 후임 자리를 뺏기지 말아야 한다. 4조3514억 원의 예산이 들어간 직책이다. 이와 함께, 이런 기막힌 상황이 빚어진 데 대해 그 과정과 책임 소재를 엄정히 가려 다시는 유사한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해야 한다. 정부 차원의 진상조사가 신속하고 철저히, 성역 없이 이뤄져야 할 것이다. 국회 차원에서도 ‘홍기택 청문회’를 실시할 필요가 있다. 우선, 능력과 자질면에서 의문이 제기된 인사가 어떻게 국내외 고위직에 연이어 임명됐는지, 낙하산 및 정실 인사는 아닌지 철저히 규명해야 한다. 감사원의 홍 부총재에 대한 봐주기 감사 의혹과 대우조선 부실 관리·감독의 책임소재도 함께 밝혀야 한다. 세간에 박 대통령 책임론까지 제기되고 있음을 고려하면 결백을 밝히는 일이 더욱 시급하다.

기사 추천

  • 추천해요 0
  • 좋아요 0
  • 감동이에요 0
  • 화나요 0
  • 슬퍼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