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이 오리는 이야기꾼 한스 크리스티안 안데르센 / 베스 와그너 브러스트 지음, 햇살과나무꾼 옮김 / 시공주니어

안데르센은 어떤 사람이었을까? 서른 살에 첫 소설 ‘즉흥시인’으로 인정을 받자 같은 해에 ‘어린이를 위한 동화’를 발표했다. 하지만 계몽적인 동화가 대세였던 당시 분위기에서 환상성을 담은 그의 작품은 처음에 별 반응을 얻지 못했다. 그럼에도 자신의 세계를 밀고 나갔던 안데르센은 동화의 역사를 바꾼 157편의 환상적인 작품을 남겼다. 가장 신뢰받는 어린이책 번역집단인 ‘햇살과나무꾼’은 얼마 전 ‘안데르센 전집’ 전작을 일곱 권으로 완역 출간했다. 안데르센을 제대로 만날 좋은 기회다.

더욱 흥미로운 것은 함께 출간된 ‘종이 오리는 이야기꾼 한스 크리스티안 안데르센’이다. 이 책을 통해 독자는 ‘종이 오리기 전문가’라는 알려지지 않았던 그의 다른 삶을 알게 된다. 책을 펼치면 아름답고 정교한 종이 오리기 작품들이 나타난다. 모두 안데르센이 큰 가위를 들고 직접 오린 것이다. 놀잇감조차 손으로 만들어야 했던 그 시절 넉넉한 가정에서는 이야기꾼을 초청해서 어린이를 위한 자리를 마련하곤 했다. 최고의 인기인이었던 안데르센은 아이들에게 이야기를 들려주면서 두 손으로는 계속 종이를 오렸다. 이야기가 끝날 때 그 종이 한 장을 펼치면 거기에는 이야기보다 더 신비로운 장면이 담겨 있었다. 덴마크 오덴세 안데르센 박물관에서 가져온 서른 점이 넘는 책 속의 종이 오리기 작품들은 그가 조형적으로도 얼마나 탁월한 천재였는지 보여주는 귀한 기록이다.

무엇보다 이 책은 안데르센의 이면을 보여주는 뛰어난 전기이다. 배우가 되려고 아는 사람 하나 없는 코펜하겐을 찾아갔던 청년 안데르센은 자신의 외모가 볼품없으니 어떻게든 다른 장점을 찾아야 한다고 여겼다. 그의 절박하고 쓸쓸한 마음이 어떻게 ‘성냥팔이 소녀’ 같은 걸작을 낳았는지 이 전기는 생생하게 보여준다. 경탄하는 아이들 앞에서 행복해하면서 끝없이 종이를 오렸던 안데르센의 모습을 통해 사람들의 사랑을 간절히 원했던 그를 조금 더 이해할 수 있다. 한 사람의 인간에게 예술이란 어떤 의미를 가지는 것인지 생각해 보게 된다. 물론 종이 오리기 작품을 감상하는 것만으로도 소장 가치는 충분하다. 어린이와 어른 모두에게 놀라움을 안겨주는 책이다.

김지은 어린이·청소년 문학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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