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 6~10% 안팎의 중금리 신용대출 상품인 ‘사잇돌 대출’이 지난 5일 전국 9개 은행 지점에서 일제히 출시된 가운데 이날 서울 회현동 우리은행 본점에서 한 고객이 창구에서 대출 상담을 받고 있다.  연합뉴스
연 6~10% 안팎의 중금리 신용대출 상품인 ‘사잇돌 대출’이 지난 5일 전국 9개 은행 지점에서 일제히 출시된 가운데 이날 서울 회현동 우리은행 본점에서 한 고객이 창구에서 대출 상담을 받고 있다. 연합뉴스
年근로소득 2000만원·사업소득 1200만원 이상5일 출시된 中금리 ‘사잇돌 대출’

신용도 4~7등급인 중신용자들이 6~10% 안팎의 중금리로 대출을 받을 수 있는 ‘사잇돌 대출’이 지난 5일 전국 9개 은행의 각 지점에서 출시됐다. 저금리 기조에도 상대적으로 낮은 신용도 탓에 저축은행 등에서 연 20%가 넘는 고금리로 대출을 받아야 했던 중신용자들에게는 희소식이다. 그동안 은행권이 신용등급 1~3등급의 고신용자에 대한 대출에 집중하면서 중신용자들은 어느 정도 상환능력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은행 문턱을 넘지 못하고 제2금융권의 문을 두드려야 했다. 사잇돌 대출이 출시된 배경과 혜택을 받을 수 있는 대상, 금융권에 미칠 영향 등을 짚어봤다.

1 왜 출시했나

정부가 서울보증보험과 연계한 중금리 대출인 ‘사잇돌 대출’을 출시한 것은 신용대출 시장의 금리 양극화가 심각하기 때문이다. 고신용자는 은행권에서 저금리로 대출을 받고 있는 반면 저신용자들은 고금리 시장에서 대출을 받는 양극화 구조가 형성돼 있다. 중신용자들은 상환 능력이 있는데도 중금리 대출 시장 미비로 저축은행이나 카드사, 대부업계 등에서 고금리 대출을 받을 수밖에 없었다. 실제로 10~15% 대출금리를 적용받는 가계신용대출 비중은 전체의 5% 안팎에 불과한 실정이다.

금융당국은 사잇돌 대출이 이처럼 심각한 금리 양극화를 완화하고 중금리 시장을 확대하는 ‘마중물’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중금리 시장이 활성화되면 신용대출시장은 고신용자와 중금리 대출을 이용하는 중신용자, 정책 서민금융을 이용하는 저소득·저신용자로 자연스럽게 ‘3분’될 것으로 금융당국은 내다보고 있다. 상업적 원리를 따르고 지원 대상에 제한이 없는 사잇돌 중금리 대출과 별도의 재원 조성을 통해 미소금융 등 정책 서민금융기관이 저소득자에게 시장금리보다 낮은 조건으로 대출하는 서민금융을 동시에 활성화하겠다는 게 금융당국의 복안이다.

2 대상자는 얼마나 되나

사잇돌 대출을 받을 수 있는 대상자는 일정 수준의 급여 및 사업소득 등이 있고, 중간 신용등급에 해당돼 은행 대출이 어렵거나 카드론·저축은행 등 제2금융권 대출을 이용하던 사람들이다. 크게 세 부류로 나눠볼 수 있다. 첫째 새희망홀씨 등 정책 서민금융 상품을 이용하기에는 소득 수준이나 신용도가 상대적으로 양호한 중위 소득자 또는 중신용자들이다. 둘째 사회초년생, 연금수급자 등 상환 능력은 있으나 은행 대출을 받기 어려운 사람들, 마지막으로 카드론이나 저축은행의 고금리 대출을 은행권 중금리 대출로 전환하려는 사람들이다.

금융위는 이런 중·저신용자들이 지난해 말 기준 698만 명에 달하며, 이번에 은행권에 공급된 5000억 원 규모로 평균 1000만 원씩 5만 명가량이 혜택을 받을 것으로 추산했다. 오는 9월 저축은행업계도 5000억 원 규모의 사잇돌 대출을 출시하면 모두 10만 명으로 늘어나게 된다.

3 소득요건·대출한도

근로소득자는 재직기간 6개월 이상이며, 연 소득이 2000만 원 이상이어야 한다. 사업소득자와 연금수령자는 연 1200만 원 이상의 소득이 있어야 한다. 2개 이상의 소득을 유지하고 있는 경우 합산해 인정한다. 예컨대 연 근로소득 1000만 원, 연금소득 500만 원이 있는 고객의 경우 소득금액을 합한 1500만 원을 기준으로 소득 요건을 판단한다. 일반소득 증빙뿐만 아니라 국민연금 등 공적연금 또는 건강보험료 납입 실적에 따른 환산소득도 인정된다. 상환능력에 따라 6~10%대 안팎으로 금리가 결정된다. 1인당 대출 한도는 최대 2000만 원이지만 대출 신청자의 소득, 여타 금융 채무 등에 따라 개인별 대출 한도는 다르다.

사잇돌 대출이 중신용자를 주요 타깃으로 하는 상품이지만 8~10등급 저신용자라는 이유만으로 자동으로 대출이 거절되지는 않는다. 8등급 이하라도 성실하게 원리금을 상환하고 있거나 안정적인 소득이 있는 경우에는 대출을 받을 수 있다. 다만, 금융권 대출을 연체하고 있는 경우에는 대출이 거절된다.

4 대출은 어떻게 받나

은행 창구에서 대출을 신청할 때는 신분증 및 재직증명서와 근로소득원천징수영수증, 급여통장 사본 등 소득 증빙 서류를 제출해야 한다. 사업소득자는 사업자 등록증과 사업소득원천징수영수증, 종합소득세 과세표준 확정신고·납부계산서 등 사업소득 증빙 서류를 내야 한다. 연금소득자는 연금 수급권자 확인서, 연금 수령 증명서 등이 필요하다. 신한은행과 우리은행 등 모바일 비대면거래를 통해 대출 실행이 가능한 은행은 별도 서류 제출 없이 건강보험 및 국세청 등과 전산 연계해 근로·사업소득 조회를 할 수 있다. 연금소득은 전산 연계가 안 된다. 또한 은행별 상품 조건에 따라 추가 증빙 사항이 있을 수 있기 때문에 상담 과정에서 이를 확인할 필요가 있다. 대출 실행은 서류 확인 뒤 보증보험 심사(전산으로 업무 처리), 은행 심사 등의 절차를 거친다. 은행 창구 상담은 전국 9개 은행(NH농협은행, 신한·우리·KEB하나·IBK기업·KB국민·SH수협·제주·전북은행) 6018개 지점에서 받을 수 있다. 각 은행 콜센터와 인터넷 홈페이지, 모바일 앱 등에서도 상품 정보를 확인할 수 있다.

5 보증보험 연계 이유

금융당국이 보증보험과 연계한 중금리 대출을 내놓은 것은 개별 금융회사 단독으로 중금리 시장에 진입하는 데 애로가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중금리 대출 이용자의 연체·상환 이력 등의 데이터 축적이 부족해 대출자 선별이 어렵고, 손실 리스크 등이 있다는 게 주요한 이유다. 이에 따라 보증보험이 금융회사 손실 리스크를 분담해 초기 시장 조성(market building)을 위한 ‘징검다리’ 역할을 수행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금융회사에는 중금리 신용대출 시장 참여 및 공급 확대 유인을 제공하고, 금융회사와 보증보험사 양측에 중신용자의 상환·연체 등의 데이터 축적으로 신용평가 역량을 배양할 기회를 부여할 수 있다.

보증보험도 적정한 보험료 산출을 통해 리스크를 관리하고 보증보험 본연의 기능을 확대할 수 있다. 특히 보증보험의 입장에서는 시범 운영 중인 보증보험 연계 대출 상품이 안정적으로 관리되고 있어, 이런 경험을 토대로 중금리 대출 상품을 업권 전반에 확대·공유해 나가자는 취지라는 게 금융당국의 설명이다.

6 다른 대출상품 없나

시중은행은 물론 저축은행, 보험사, 카드사 등까지 나서 중금리 대출 상품을 경쟁적으로 출시하고 있다. ‘틈새시장’을 노리기 위해서다. 시중은행 중에서는 우리은행이 가장 먼저 지난해 5월 모바일뱅크인 ‘위비뱅크’를 통해 ‘위비 모바일 대출’을 출시했다. 지난달 기준 누적대출액 1200억 원을 기록했다. 신용등급 1~7등급을 대상으로 연 5~10%대의 금리로 대출을 제공한다. 신한은행도 모바일뱅크인 ‘써니뱅크’를 활용해 ‘써니 모바일 간편 대출’을 선보였다. 신용카드를 보유한 고객은 별도의 서류를 제출하지 않고도 신청 5분 내에 대출 승인 여부를 알 수 있다는 게 강점이다.

저축은행에서는 지난해 12월 SBI저축은행이 처음 모바일 중금리 대출상품인 ‘사이다’를 출시, 900억 원을 돌파한 상태다. 신용등급 6등급까지 6~13%의 금리로 3000만 원까지 대출해 주는 상품이다. 한화생명은 지난달 모바일 중금리 대출 상품인 ‘한화 스마트 신용대출’을 내놓았다. 7등급까지의 직장인이나 개인사업자에게 최저 4.9%까지 낮은 금리를 제공한다. 카드사 중에는 우리카드와 KB국민카드가 영업점 및 모바일로 가입할 수 있는 중금리 대출 상품을 판매하고 있다.

7 핀테크 활용된다는데

중금리 대출은 신용은 상대적으로 낮지만 상환능력이 높은 중신용자들을 대상으로 하기 때문에 정교한 신용평가가 이뤄져야만 부실 대출을 막을 수 있다. 정교한 신용평가는 대출·연체·카드 정보 등의 신용정보는 물론 신용 패턴, 근속연수 등 다양한 비금융정보가 종합적으로 분석될 때 가능하다. 빅 데이터(Big Data) 분석 기술이 주목받는 이유다. 사잇돌 대출은 서울보증보험의 광범위한 빅데이터와 각 시중은행이 축적해온 신용 정보를 바탕으로 금융소비자의 신용을 평가한다.

시중은행의 경우 모바일뱅크를 통해 중금리 대출 상품을 제공하면서 다양한 핀테크 기술을 접목하고 있다. 우리은행의 ‘위비 모바일 대출’은 자동으로 대출증빙서류를 검증하는 ‘스크래핑’ 기술을 적용, 무서류·무방문으로 24시간 365일 대출을 이용할 수 있다. 신한은행은 빅데이터 분석에 ‘머신 러닝’(방대한 데이터를 분석해 미래를 예측) 기술을 더해 신용평가의 정교함을 높일 예정이다. P2P대출도 활성화되고 있다. P2P대출은 보통 5~15% 이자로 6~10등급의 신용자들이 주로 이용하는 상품이다.

8 과당 경쟁 우려 없나

금융당국이 보증보험과 연계한 사잇돌 대출을 출시함에 따라 금융권의 중금리 대출 경쟁이 한층 더 뜨거워지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올해 하반기 출범 예정인 인터넷전문은행도 중금리 대출을 핵심 사업으로 꼽고 있다. 사잇돌 대출이 금융권에 불필요하게 과도한 경쟁을 불러일으키는 것은 아닌지에 대한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금융당국은 “중금리 대출 상품은 수익 및 리스크 관리 등을 감안해 은행이 선택할 수 있는 경쟁적인 대안 중 하나”라며 “사잇돌 대출은 기존 중금리 대출 상품에 대해 일방적 우위를 가진 상품이 아니다”는 입장이다.

오히려 중금리 시장의 경쟁을 촉진해 대출 금리를 낮추는 효과를 거둘 것이란 기대도 있다. 금융당국은 일단 은행권에 5000억 원 규모로 사잇돌 대출을 푼 뒤, 추가 공급은 은행들과 협의해 진행한다는 계획이다. 규모 자체는 크지 않지만 중금리 대출 시장이 활성화할 경우 고금리 대출을 받던 금융 소비자들이 중금리 대출로 갈아탈 수 있어 저축은행 등 제2금융권은 수익성 악화를 우려하고 있다.

9 부실대출 우려 없나

연체율 관리가 관건이다. 그동안 은행권이 중금리 대출에 소극적이었던 이유는 중신용자에 대한 정교한 신용평가 시스템이 갖춰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상환능력이 검증되지 않은 고객에게 대출을 했다가 부실 대출 ‘폭탄’으로 돌아올 수 있는 것이다. 이미 경험한 바 있다. SC제일은행은 지난 2005년 중금리 대출 상품인 ‘셀렉트론’을 출시했지만 부실 대출로 인한 연체율을 감당하지 못하고 8년 뒤인 2013년 판매를 중단했다. 금융당국은 서울보증보험의 중신용자 전용 평가 모형과 은행별로 구축된 데이터베이스를 통해 신용자들의 상환능력 평가가 가능하다고 하지만 시장에서는 시기상조라는 우려도 나온다.

조하현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고객 행태 분석 등 빅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변별력 있는 신용평가 시스템을 구축하는 게 먼저 이뤄져야 한다”며 “신발 끈을 제대로 매기 전에 달리기부터 하면 넘어질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시행착오의 과정이 필요하다고 보고 어느 정도 손실은 예상하고 있다”며 “신용평가 모델을 앞으로 어떻게 유지·보수해 가느냐가 과제로 남아있다”고 말했다.

10 가계부채 심화되나

대출이 간편해지고 비교적 저금리로 대출을 받을 수 있게 되면 자칫 빚을 내서 빚을 돌려막는 악순환이 이뤄질 가능성이 있다. 가계대출의 질적 악화를 초래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금융당국은 오히려 가계부채의 건전성에 긍정적 효과를 미칠 것으로 보고 있다. 금융당국은 중신용자에 대한 평가 역량 부족으로 적정 대출 금리가 형성되지 못해 일종의 시장 실패가 나타났다고 보고 있다.

금융위 관계자는 “중금리 신용 대출이 확대되면 중신용자의 이자 부담이 경감된다”며 “고금리로 대출을 받은 기존 대출자에게도 낮은 금리로 전환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할 수 있다”고 말했다.

김충남·윤정아 기자 utopian21@munhwa.com
김충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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