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속에 있는 나는 순간 많은 생각을 한다. 환희와 절망 가운데 방황하면서 희망을 찾으려고 한다. 우리들의 삶도 그렇다. 2016년 작.  김영화 화백
내 속에 있는 나는 순간 많은 생각을 한다. 환희와 절망 가운데 방황하면서 희망을 찾으려고 한다. 우리들의 삶도 그렇다. 2016년 작. 김영화 화백
요즘 방학을 맞아 전국에서 아마추어를 대상으로 하는 골프 대회가 자주 열리고 있다. 몇몇 학부모를 만났다. 놀라운 것은 하나같이 자신의 자식은 정직하고 열심히 하는데 다른 아이들이 스코어를 속이면서 좋은 성적을 내고 있다며 불만스러워했다. 하지만 그 정직하다던 아이도 또 다른 부모에게는 스코어를 속이는 아이로 지적받고 있었다. 더 놀라운 것은 골프를 가르치는 부모들의 ‘자식에 대한 칭찬과 변명’이 20년이 지나도 변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이렇다 보니 아이들이 부모에게 혼날까 봐 스코어를 속이고, 담합하는 일까지 생기는 게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1997년 US 아마추어 골프 챔피언십의 일화다. 타이거 우즈와 스티브 스콧은 18홀 승부를 가리지 못했다. 다시 18번 홀 연장까지 가는 박빙의 승부를 펼쳤다.

이 대회는 미국 내에서도 명예와 전통, 그리고 권위를 인정받는다. 연장 마지막 홀 둘은 나란히 파온을 시켜 놓고 스콧이 먼저 퍼트를 하게 됐다. 그러나 우즈의 볼이 스콧의 퍼트 라인 위에 놓여 있어 옆으로 마크해줄 것을 요구했다. 스콧의 퍼트는 아쉽게도 홀을 비켜나가 버디를 놓쳤다. 우즈 차례였다. 우즈는 퍼트 라이와 라인을 살핀 후 조심스럽게 홀을 향해 어드레스에 들어갔다.

바로 그때 스콧이 우즈에게 다가갔다. 스콧은 우즈에게 다가가 “좀 전 퍼트 라인에 걸려 마크를 했다. 제자리에 놓고 퍼트를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다시 원위치에 놓고 퍼트를 해야 했던 우즈는 긴장 탓에 그만 그대로 퍼트를 하려 했던 것. 우즈는 침착하게 홀인, 마지막 아마추어 대회를 우승으로 장식할 수 있었다.

경쟁자인 스콧의 조언이 없었다면 우즈는 벌타를 받았을 것이고 우승은 스콧에게로 돌아갔을 것이다. 우즈는 게임에서 이겼고 스콧은 에티켓에서 이겼다. 현지 언론은 대부분 ‘우승자는 우즈와 스콧’이라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만약 당신이 스콧이었다면 어떻게 했을까. 우리는 지나치게 승리 지상주의에 빠져 있다.

1등만 기억하고 2등은 잊히는 시대에 살고 있다. 공부 잘하는 방법, 골프 잘 치는 방법을 먼저 가르치는 우리 사회의 잘못된 교육법과 부모의 조급증을 개선해야 할 것이다. 미국과 유럽에서는 골프를 배우는 주니어들이 단기간에 좋은 성적을 내면 오히려 부모들은 걱정부터 한다. 기본이 무시된 채 성적만을 내기 위한 교육이 아니었나 하는 생각 때문이다.

다음 필드를 찾을 때는 잘못된 것을 먼저 알려주고 또 잘한 것에 대해서는 칭찬하는 우즈와 스콧과 같은 일화가 많아지기를 희망해본다.

이종현 시인(레저신문 편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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