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무 한국선주협회 상근부회장

조선산업이 붕괴된다는 절규가 들려온다. 울산 현대중공업에 배를 만드는 독(dock)이 텅텅 비는, 상상도 못 하던 일이 벌어진다고 한다. 조선소가 밀집한 경남 거제시를 고용위기지역으로 지정해야 한다는 얘기도 들려온다.

어쩌다가 이 지경이 됐는가? 우리는 세계 1위의 조선 대국이며 세계 10위권의 선박금융 대국이기도 하다. 어디 그뿐인가? 세계 5위의 해운 대국이며 세계 10위권의 무역 대국이기도 하다. 그런데 도대체 어쩌다가 이 지경이 되었는가?

서로를 돌아보지 않았기 때문이다. 수출입 물량이 10억t이나 되지만 우리 해운 기업이 운송하는 화물은 고작 20%에 그치고, 우리 조선산업이 건조하는 연간 1200만t의 선박 가운데 우리 해운 기업이 주문한 선박은 고작 5%밖에 안 되며, 우리 조선소에 건조할 때 정책 금융기관이 제공하는 금융도 우리 해운 기업은 5%밖에 못 가져온다. 매년 400억 달러어치의 해상 운송 서비스를 생산하면서도 우리 수출입 기업체에 제공하는 서비스는 20%에도 미치지 못한다.

수출 기업, 해운 기업, 조선 기업 그리고 은행이 너나 할 것 없이 외국 고객에게 목을 매고 있었던 것이다. 산업 연관 분석상 내수 유발 효과는 미미하고, 수입이나 수출 유발 효과가 더 큰 것이다. 더구나 한국은행이 발표한 산업연관표에 따르면 대외 거래 유발 효과는 점점 늘어가는 추세다. 해운 서비스든 선박이라는 제조물이든 뭔가 마음에 안 맞는 게 있다면 모두 다 해외 고객한테 팔거나 해외에서 산 것이다. 한마디로 말하면 국산품을 애용하지 않은 것이다.

조선산업이 수주 가뭄으로 힘들지만, 주문이 없으면 할 일이 없을 수밖에 없는 산업의 본질상 주문이 있지 않고는 어쩔 도리가 없다. 조선산업을 지원한다는 말의 실제 내용은, 어떻게 하면 선박 주문을 만들어내느냐와 다름없다.

주문이 없으면 주문을 하게 해야 한다. 그렇다고 해서 해외 선주들에게 억지로 배를 주문하게 할 수는 없다. 그러면 우리 해운산업이 주문을 해야 한다. 곧, 우리 해운산업이 주문할 수 있게 해야 하는 것이다. 우리 금융이 해외 선주들에게 제공하던 금융을 우리 선주들에게 대거 제공해 주문할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

이웃 일본과 중국도 조선산업의 수주 절벽에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기는 우리와 마찬가지다. 그러나 중국은 국영은행이 선박 리스 회사를 설립해 자국 조선소 발주를 측면에서 지원하고 있다. 일본도 정부가 주도해 일본선박투자촉진이라는 주식회사를 설립해 자국 조선소의 신조선 발주를 유도하고 선박 공유 제도를 이용해 신조선 발주를 촉진하기도 한다.

이러한 노력의 결과 일본과 중국의 조선산업 내수 비중은 30∼40%에 이르렀다. 어쨌거나 조선산업의 살길은 배를 만들어 달라는 선사(船社)의 주문에 있다. 그리고 그 주문이 자국의 해운 산업에서 나올 때 안정적인 산업 발전을 기대할 수 있는 것이다. 우리나라 수출입 기업들도 당연히 국내 해운 서비스를 구입하는 애국심을 발휘해야 한다. 국내 해운 산업도 우선 우리의 수출 기업에 대해 해상운송 서비스를 제공하는 데 온 힘을 다 기울여야 한다. 그것이 공생하는 길이다.

해마다 2∼3%씩 생산량이 늘어나고 매년 5∼6%씩 교역량이 늘어나는 것이 정상인 시대는 지나고 뉴노멀 시대, 신창타이(新常態)시대가 오고 있다. 성장 둔화의 시대, 수출 절벽의 시대에는 국산품 애용이 정답이다. 내수 확대가 돌파구다. 수출이 어려운 때일수록 내수를 늘려 위기를 극복하려는 국가적 노력이 절실한 요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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