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염성 피부질환 아닌
면역체계의 이상 질환
환자 84% 모욕감 느껴

방치 땐 전신으로 번져
건선성 관절염·척추염
수시로 보습제 발라야


“제 꿈은 사람들이 쳐다보는 것을 걱정하지 않고 수영장에 가는 것입니다.”

“저는 동료들로부터 철저히 외면당했고, 혼자 일해야 한다는 점이 굴욕감을 줬습니다.”

“딱 한 번만이라도 사랑스러운 옷을 입어보고 싶습니다.”

“셔츠에 하얀 조각이 남아 있는 것, 일자리에서 제가 앉았던 자리에 하얀 가루의 자국이 남아 있는 것을 보면 정말 수치스럽습니다.”

때 이른 폭염이 시작된 올해, 예년보다 더욱 괴로운 사람들이 있다. 바로 ‘건선’ 환자들이다. 건선은 피부에 하얀 각질로 덮여있는 붉은 발진 등의 증상이 나타나는 것으로, 피부 질환이 아닌 면역 체계에 이상이 생기는 면역매개 질환의 일종이다. 증상이 피부에 나타나 질환을 감추기 어렵기 때문에 요즘과 같은 무더운 날씨에도 긴 옷을 착용하면서 건선 환자들의 스트레스는 한층 심해진다. 한국을 포함한 31개국에서 총 8338명의 건선 환자를 대상으로 진행한 대규모 설문조사 결과 84%의 환자들이 건선으로 인한 차별과 모욕을 겪었고, 45%가 전염성으로 오해받은 경험이 있다고 응답했다. 그럼에도 낮은 치료 기대치로 인해 치료의 적극성은 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평범한 일상’을 꿈꾸지 못하는 건선 환자들 = 다국적제약사 노바티스는 12일 세계 31개국에서 건선 환우 단체 및 건선 환자 개개인을 대상으로 환자들이 일상에서 느끼는 한계와 치료 목표에 대한 인터뷰 진행 결과를 발표했다. 인터뷰를 통해 건선 환자들이 하고 싶은 일들은 ‘대중목욕탕 출입’이나 ‘수영장 가기’, 대인관계 등 지극히 일상적인 것들이었다. ‘건선을 치료하면 하고 싶은 일’을 묻는 질문에도 치마나 반바지 등 피부가 드러나는 옷을 입거나, 여행 가기 등을 가장 많이 언급했다.

한 환자는 “건선이 전염성이 없다고 딸에게 수도 없이 말했지만, 딸 아이가 포옹조차 하지 못하게 한다”고 하소연했다. 다른 환자는 “건선 상태가 가장 악화했을 때 발의 갈라짐이 너무 심해 절뚝거리며 걸어야 했다”며 “건선의 통증은 형용할 수 없을 정도로 매우 고통스러워 통증 없이 걸어보고 싶다”고 토로했다. 다른 환자는 “인생에서 사람들과 친밀한 관계를 한 번이라도 가져보고 싶다”며 “건선으로 인한 대인 기피 때문에 건선 발병 이후 15년 동안 이성을 만나보지 못했다”고 고백하기도 했다. 한국인에게 건선을 한 단어로 표현해보라는 질문에는 ‘스트레스 유발 질병’ ‘나무껍데기’ ‘불결하다’ ‘창피하다’ ‘형벌’ 등의 답이 나왔다.

◇‘부정적 치료 의식’이 치료 방해 = 환자가 느끼는 사회적 편견과 불편에 비해 치료의 적극성은 떨어진다. 이번 조사에서 절반이 넘는 55%의 건선 환자들이 자신이 깨끗해지거나 깨끗한 피부를 거의 회복하지 못할 것이라고 응답했다. 환자들이 건선 치료 전망에 대해 부정적으로 생각하는 것이다.

응답자의 70%는 의사에게 ‘깨끗하거나 거의 깨끗한 피부를 원한다’고 말하는 데 불편함을 느낀다고 응답했다. 이는 치료 효과에 대한 낮은 기대치가 적절한 치료 가능성을 차단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전문가들은 분석한다. 치료 시작 후 즉각적인 효과가 잘 나타나지 않기 때문에 치료 효과를 기대하지 않게 되고, 이것이 환자들의 적극적인 치료 의지를 반감시켜 병이 악화하는 악순환을 반복하게 되는 것이다. 실제로 건선은 호전과 악화를 반복하는 만성 질환이기 때문에 환자들이 치료를 중단하거나 포기하는 경우들이 많다. 대한건선학회 조사에 따르면 건선 환자 10명 중 6명은 치료 시작 두 달 만에 치료를 중단한 것으로 나타났고, 1년 동안 건선 치료를 지속한 환자는 100명 중 6명에 그쳤다.

그러나 건선은 단순 피부 질환이 아닌 면역매개 질환이기 때문에 방치 하거나 치료를 중단할 경우 각질과 염증의 병변이 커지거나 악화해 치료가 오히려 어려워진다. 증상이 심해지면 신체 다른 부위를 침범해 전신 질환을 동반할 위험도 있다. 대표적으로 갑자기 손가락과 발가락이 뻣뻣해지고 붓는 증상이 나타나는 건선성 관절염이나 척추염, 건막염 등이 나타날 수 있다.

◇발전 중인 건선치료 기술 = 건선의 치료 방법은 건선의 심한 정도와 활성도, 병변의 형태, 발생 부위, 환자의 나이 등에 따라 결정된다. 바르는 약부터 주사제까지 다양한 치료 옵션이 있다. 일반적으로 경증 건선일 경우 주로 스테로이드 연고 등을 바르지만, 증상이 심해지면 자외선 광선을 쬐는 광선 치료나 면역 억제제 등을 복용하는 전신치료 등을 진행할 수 있다.

최근에는 생물학적 제제가 개발되면서 중증도 이상의 건선도 치료되고 있다. 생물학적 제제는 생물학적인 제조과정으로 생산된 단백질로서, 주로 화학적으로 합성된 약제인 기존의 약제와 차별성을 가진다. 일반적으로 ‘인터루킨-17A’ ‘인터루킨-23’ ‘종양괴사인자(TNF)-α’ 등이 건선을 유발하는 주요 요인으로 알려졌는데, 생물학적 제제는 이러한 특정 단백질을 차단하는 원리를 가진다. 더불어 건선은 치료와 관리를 병행할 경우 증상을 완화하고 재발을 늦추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다. 일반적으로 건선 피부는 쉽게 건조해져 건선을 더욱 악화시킬 수 있기 때문에 피부 건조를 막을 수 있는 보습제를 수시로 사용하는 것이 좋다. 더불어 술과 담배는 건선을 악화시킬 수 있는 요인이기 때문에 이를 자제하고, 정서적 스트레스와 과로도 피해야 한다.

이용권 기자 freeuse@munhwa.com
이용권

기사 추천

  • 추천해요 0
  • 좋아요 0
  • 감동이에요 0
  • 화나요 0
  • 슬퍼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