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사교육은 그 위세가 난공불락이 됐다. 폐해의 심각성이 너무 심해 더는 방치해서는 안 되는 극한까지 왔다. 국가가 책임을 못 하고 있고, 학부모들이 인식을 못 하기 때문이다. 현대를 살아가는 작가로서 문제 제기를 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사명감을 가지고 썼다. 아마도 사랑하는 고1, 중1 두 친손자가 가장 좋아할 것 같다.”
‘태백산맥’ ‘아리랑’의 대표적 베스트셀러 소설가 조정래(73) 작가가 ‘한국의 고질병’ 사교육에 메스를 들이댔다. 전작 ‘정글만리’(2013) 발표 이후 지난 3년간 각급 학교와 사교육의 현장을 찾아 취재한 후 지난해 말부터 집필에 들어가 12일, 2권짜리 장편소설 ‘풀꽃도 꽃이다’(해냄)로 펴냈다.
이번 소설은 작가적 책임감의 결실이다. 조 작가는 “현대사회에서 교육은 국가 발전에 막대한 영향을 미친다. 한 나라의 백년대계다. 그런데 암기 위주의 무한경쟁이 인간성의 파괴와 관계의 몰상식을 낳았다. 작가로서 가만히 있을 수는 없었다”면서 “창의적인 교육을 하지 않는 한 미래는 없다”고 경고했다.
문제의 심각성에 대해 가까운 일본을 예로 들었다. 조 작가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중 여전히 암기 교육을 하는 곳은 한국과 일본뿐”이라며 “모방·추격·급진 교육으로 발전을 추구했던 일본은 결국 20년 슬럼프에 빠졌다. 토론과 토의가 주가 되는 창의적 교육이 절실하다”고 설명했다.
이번 소설은 전국 680만 초·중·고교생들이 자신의 꿈과 미래를 선택할 기회조차 얻지 못하고 오로지 대학 진학을 바라보며 달리는 비통한 현실을 고발하고 우리 모두 함께 가야 할 한국 교육의 미래를 제안하고 있다. 현재 교육에서 부모와 학생, 교사와 교육업 종사자들이 진정 추구해야 할 삶의 가치는 무엇이며 인간은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교육 백년대계를 위해 어떻게 해야 할 것인지에 대해 총체적으로 다룬다.
책은 풍부한 취재와 인터뷰에 근거해 마치 현장에 와 있는 듯 우리 내면의 교육 풍경을 생생히 그려내고 있다. 사립고 15년 차 국어교사 강교민은 무너진 공교육 속에서도 잡초처럼 꿋꿋이 신념을 지키는 인물이다. 모의고사 성적표를 복도 벽에 붙여 학생들에게 위화감을 야기하는 차별 교육에 반대하고, 알코올중독의 아버지와 가난을 이유로 공공연히 학교에서 왕따를 당하는 학생을 위해 헌신하는 교사다. 그는 학생들에게 성적에 연연해 하기보다는 인간의 가치를 더 소중히 여기며 살아가는 삶을 강조한다.
강교민의 고교 동창 유현우는 대기업 부장이다. 대학에 진학한 딸과 고교생 아들을 둔 평범한 가장이다. 겉으론 안정돼 보이는 중산층이지만 그에게도 걱정거리가 있다. 공부를 다그치는 엄마에 대한 불신으로 마음의 문을 닫은 채 방황하는 아들이 있기 때문이다.
작가는 이 땅의 불합리한 사교육에 멍든 사람들을 두루 조명한다. 교사와 학원 강사, 학부모와 자녀, 이를 바라보는 주변 사람들 등 현재 한국 교육의 현주소를 냉정하게 진단한다.
조 작가는 “태백산맥에 이어 ‘인간 연습’ ‘사람의 탈’까지가 우리 역사의 과거를 소재로 현재를 고민하는 것이었다면 ‘허수아비 춤’ ‘정글만리’는 현실을 배경으로 우리의 미래를 말하는 것”이라며 “이번 작품도 이 같은 연장선상에 있다”고 밝혔다.
조 작가는 “사교육에 대한 고민은 사실 아주 오래된 것이었다. 그런데 고교생, 중학생이 된 내 손자들이 사교육 시장의 거센 파도에 대책 없이 휩쓸리는 것을 보면서 더욱 실감했던 것 같다”면서 “연간 40조 원이 넘는 사교육 시장의 병폐는 우리 모두의 책임이다. 이제 모두가 공동 책임을 지고 문제 해결에 나서야 한다. 성적과 능력으로 줄 세워지는 비통한 현실 속에서 건강한 사회를 일구고 미래지향적 가치관을 세워야 한다”고 다시 한 번 강조했다.
김인구 기자 clark@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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