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 서귀포시 가파도에 있는 한국전력공사 마이크로그리드 통합운영센터. 풍력·태양열발전기 등에서 생산된 전력이 가파도 각 가정에 전달, 소비하는 과정을 이곳에서 통제할 수 있다.
제주도 서귀포시 가파도에 있는 한국전력공사 마이크로그리드 통합운영센터. 풍력·태양열발전기 등에서 생산된 전력이 가파도 각 가정에 전달, 소비하는 과정을 이곳에서 통제할 수 있다.

- 韓電 제주 가파도‘마이크로그리드 구축 사업’

2013년 ‘통합운영센터’준공
전력 생산·저장·공급 한눈에

마을 지붕마다 태양광 집열판
노인·어린이들 전기차로 이동
전력선은 땅에 묻어 깔끔해져

탄소배출 없는‘에너지 자립섬’
울릉도·덕적도 등에 확대 추진


“마이크로그리드(Microgrid) 시작하고 나선 마을이 더 깔끔해졌죠. 그 때문인지 낚시꾼만 찾던 가파도에도 관광객들이 몰려들고 있네요.”

지난 8일 제주도 서귀포시 가파도에서 만난 진명환(55) 이장은 “마이크로그리드를 가파도에 적용하고 난 뒤 달라진 점이 뭐냐”고 묻자, “셀 수도 없을 정도”라고 웃으며 말했다. 가파도는 모슬포항에서 동남쪽 2.2㎞ 떨어진 곳에 있는 인구 281명(134가구)의 작은 섬이다. 우리나라의 최남단 섬인 마라도와 제주 사이에 있어 마라도를 가기 위한 배가 이곳을 거치지만 지금까지 찾는 이들은 주로 낚시꾼들이었다. 주민들은 주로 밭농사와 어업에 종사하고 있다. 이 작은 섬에 한국전력공사와 제주시는 지난 2011년 11월 가파도 CFI(Carbon Free Island) 추진을 위한 상호협력 협약서를 체결하고 2013년 10월에 통합운영센터와 신재생 발전기 등

각종 시설을 준공했다. 육지에서 전력을 끌어다 쓰기가 쉽지 않고 태양열, 풍력을 이용한 신재생에너지를 쓴다는 것 자체가 이곳 주민들에겐 매우 낯설기만 했다.

탄소 배출이 없는 에너지 자립섬을 만들기 위한 핵심은 마이크로그리드의 구축이다. 마이크로그리드란 섬 지역 등 전력계통과 연계되지 않은 고립지역에서 태양광·풍력 등 신재생 발전 설비, 에너지저장장치(ESS)를 이용해 자체적으로 전력을 생산, 저장, 공급할 수 있도록 한 소규모의 독립형 전력망이다. 마이크로그리드 시장규모는 2020년 400억 달러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한전과 제주도는 실증 차원에서 가파도에 마이크로그리드를 적용한 것이다. 2011년 11월부터 2016년 6월까지 3단계로 마이크로그리드 구축을 추진했는데, 1단계(2011년 11월∼2012년 9월)에선 기본 인프라 설치, 2단계(2012년 10월∼2014년 6월)에는 운영시스템 고도화, 3단계(2015년 12월∼2016년 7월)인 현재는 시스템 안정화 단계에 돌입했다. 총 143억 원이 투입된 이 사업에 제주도와 한전이 각각 45억 원, 40억 원을 투자했다.

가파도에서 운행 중인 친환경 전기차.
가파도에서 운행 중인 친환경 전기차.


CFI 사업 추진으로 가파도의 풍경도 매우 많이 달라졌다. 실제로 가파초등학교 부근에는 250㎾급 풍력발전기 2기가 설치됐고, 태양열 집열판이 각 가구의 지붕 등에 설치된 모습을 쉽게 발견할 수 있었다. 이곳에서 운행되는 차들도 대부분 전기차로 가파도에는 총 4대의 전기차가 아이들의 등교나 이동, 마을 노인들과 주민들의 공익 목적으로 쓰이고 있다. 탄소배출을 없애고 에너지 자립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복잡하게 얽혀 있던 전선과 곳곳에서 경관을 해치던 전신주들은 어느새 땅 밑으로 사라졌다. 지붕 색깔도 주황색으로 깔끔하게 정리됐다. 처음엔 한전 등에서 사업에 관계된 사람들이 외지인들을 견학 차원에서 데려왔지만, 가파도가 에너지 자립섬 성공 사례로 전파되며 관광객들이 몰려들고 있다. 가파도 연간 관광객 수는 2011년 6900명에서 2015년 9400명으로 36% 증가했다. 진 이장은 “친환경 섬이라는 이미지가 더해지며 마라도만큼 인지도가 높아졌다”고 전했다.

가파도가 CFI 사업을 시작한 이후 긍정적으로 달라진 것 가운데는 전기요금 인하도 있다. 진 이장은 “여름철 냉방기기를 많이 틀 때도 전기요금이 월 2만∼2만3000원 수준”이라며 “신재생에너지로 섬에 전기를 공급하기 전 요금이 12만∼13만 원이었던 점을 고려하면 5분의 1 정도로 떨어진 셈”이라고 전했다. 영세농이 대부분인 마을 주민들에겐 큰 혜택이 아닐 수 없다. 태양광 발전설비(3㎾)는 가파도 48가구에 설치된 것으로 알려졌다. 주민들은 가구당 발전설비 설치 비용 800만 원 중 10% 정도를 부담했지만, 여름철 마음 놓고 전기를 이용할 수 있다.

한전 관계자들의 설명을 들으며 가파도 전력 상황을 관리하는 마이크로그리드 운영센터 내부로 들어섰다. 현황판에는 이 섬의 전력 생산과 공급, 소비를 한눈에 볼 수 있는 그래픽들이 실시간으로 수치를 반영하고 있었다. 전력의 계통정보가 한눈에 들어와 현재 섬 지역 내 각 가정에 어떤 발전으로 전기가 공급되고 있는지, 그리고 사람들이 얼마 정도의 전기를 사용하고 있는지 쉽게 알 수 있었다. 태풍이 북상 중인 탓에 바람이 많이 분 이날에는 풍력발전이 활발하게 가동했는데, 풍력발전기는 이날 오전 12시부터 오후 3시 18분까지 총 3358kwh의 전기를 생산했다. 태양광은 657kwh를 생산했다. 바람이 불지 않거나 강우로 인해 태양열을 이용한 발전을 할 수 없을 때 디젤발전을 이용하고 있지만, 이는 매우 제한적이다. ESS 기술력이 더 발전할 경우 평소 충분한 전력을 저장해, 디젤발전을 쓰지 않고도 마을에 안정적으로 전력을 공급할 수 있게 될 전망이다.

한전은 이처럼 섬이 많은 한국의 지리적 특성을 고려해 도서 지역의 전력난을 해소하고 친환경 전력을 효율적으로 공급할 수 있는 기반을 갖추고자 마이크로그리드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가파도 이외에도 한전은 전남 진도군 가사도에 마이크로그리드 사업을 운영하고 있으며 규모가 큰 경북 울릉도와 인천 덕적도에서 사업 확대를 추진하고 있다. 제주도는 2050년까지 CFI를 목표로 하고 있다. 친환경 신재생에너지 관련 기술력이 나날이 발전하고 풍력과 태양열 발전비용이 화석연료 발전비용에 버금가는 수준으로 저렴해질 전망이어서 제주도 전역의 CFI도 머지않았다는 게 한전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제주 = 박정민 기자 bohe00@munhwa.com
박정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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