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은 무엇이고, 어떻게 살아야 잘 사는 것일까. 동서양을 막론하고 오랫동안 지속되어온 고민이다. 하지만 좀처럼 정답을 찾지 못하고 고민은 여전히 계속된다. 인간과 세상에 대한 감각이 남다른 작가들의 작품이 사람들의 이목을 사로잡는 것도 그래서이리라. SBS 주말드라마 ‘그래, 그런거야’는 인생에 대한 통찰력이 뛰어난 것으로 정평이 난 작가 김수현의 시선에 포착된 고령화 사회의 문제점을 다양한 각도에서 조명한 가족드라마이다. 50여 년의 극작 활동을 통해 한국 가족드라마의 전형을 만든 작가의 신작이라 방영 전부터 주목을 받았다.
작가는 이 드라마를 통해 “늘 감사하면서 만물을 사랑하며 살자”라는 가훈을 거실 중앙에 걸어놓은 집안의 80대 노부부 유종철(이순재)과 김숙자(강부자)를 중심으로 가족의 의미를 살피면서 인생이란 무엇이고 어떻게 살아야 잘 사는 것인지에 대해 탐색한다. 환갑이 지났다고 인생의 황혼기라 할 수 있겠느냐는 도입부의 문제 제기는 무척 인상적이었다. 사고로 아내와 아들을 잃고 며느리와 함께 부녀지간처럼 살갑게 살아가는, 환갑이 넘은 장남의 재혼을 둘러싼 가족간의 갈등은 고령화 사회의 단면을 보여주기에 충분했기 때문이다.
손자손녀들의 결혼생활과 취직을 둘러싼 에피소드도 마찬가지였다. 가족들이 원하는 취업 준비보다 여행가가 되고 싶은 자신의 꿈을 이루기 위해 열심히 노력하는 막내 손자 에피소드가 그랬다. 여행가가 되기 위한 꿈을 접지는 않았지만, 여행 경비를 모으기 위해 여자 친구를 사귀는 것조차 마다했던 손자가 사랑에 빠져 가출했다 돌아와 부모의 도움으로 편의점을 인수하는 에피소드에 공감할 수 있는 시청자가 과연 얼마나 있을지 미지수이다. 결혼한 손녀가 남편의 혼외 자식 문제 때문에 고통스러워하는 에피소드를 다루는 방식도 별로 다르지 않았다. 남편에 대한 배신감을 초월한 사랑의 힘으로, 갈등을 해결해 가는 과정이 비현실적으로 느껴질 만큼 추상적이고 관념적이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부모와 자식간에도 지켜야 할 예의와 도리가 있다는 작가의 목소리는 충분히 경청할 만하다. 살아온 날보다 살아갈 날이 훨씬 적게 남은 80대 노부부가 평생을 함께 살던 자식들을 떠나 새로운 집으로 이사하는 에피소드는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한다.
“그저께와 똑같은 어제, 어제와 똑같은 오늘, 한 달 전 일 년 전과 같을 내일, 일 년 후 삼 년 후에도 똑같을 하루하루…”라는 내레이션은 인생의 본질을 고스란히 전달한다.
하지만 가족과 인생에 대한 작가의 시선에 공감하는 시청자는 그리 많지 않았다. 인생이란 바로 그런 것 아니겠느냐는 의미의 제목과 달리 대가족의 이상적인 면모를 지나치게 강조한 것이 현실의 무게에 짓눌려 살아가는 시청자의 공감을 끌어내는 데 걸림돌이 된 꼴이다.
가족의 의미가 훼손되고 가정 해체 현상이 심화되는 현실에 대한 원로작가의 안타까움은 충분히 공감할 수 있다. 문제는 인생에 대한 관조와 달관의 시선에 앞서 계몽과 교훈의 목소리가 지나치게 두드러져 비현실적이라는 인상을 지울 수가 없다는 점이다. 가족과 인생의 의미에 대한 탐색의 결과가 지나치게 이상적이어서 비현실적이라는 점이 못내 아쉬움으로 남는다.
충남대 교수·드라마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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