캅카스(영어명 코카서스)는 오랜 역사와 풍부한 문화가 축적된 곳으로 우리 현대인에게는 마음 힐링의 고향이다. 아제르바이잔에 레릭이라는 곳이 있는데 168세까지 장수를 누렸다고 하는 무슬리모프 씨가 살았던 곳이다. 이 사람이 아니더라도 조지아와 아제르바이잔 사람들이 다른 구소련 사람들보다 월등히 오래 사는 것을 보면 캅카스는 장수 지역임에 틀림없다. 캅카스인들이 오래 사는 이유는 대체로 가까운 인간관계, 건강한 식습관, 전통적 가치의 유지, 깨끗하고 아름다운 생활환경 덕이 아닌가 싶다.
캅카스인들은 자신들의 전통과 문화에 무한한 자부심을 가지고 있으며 서로가 공동체의 일원이라는 인식이 강하다. 이들은 서로를 존중하고 대화를 많이 한다. ‘손님은 신이 보내주신 선물’이라며 정성껏 모신다. 따뜻한 봄볕 아래서 할아버지와 아이가 두런두런 대화하는 모습이라든가 나무 그늘에서 또래 친구들이 모여 차 마시며 전통 나르드놀이를 즐기는 모습은 캅카스의 어디에서나 볼 수 있는 일상적인 모습이다. 늙어서도 자신이 가족에게 필요한 존재라는 생각이 장수의 비결임은 의학자들의 공통된 의견이지만 아직도 노인들이 후손들로부터 일정한 존경을 받고 죽을 때까지 할 일이 있다는 것은 건강한 노후 생활에 활력을 주는, 실로 주요한 요소이다.
현대인들은 스스로 해결할 일상적인 일들을 돈으로 해결하는 사람들이다. 그러다 보니 할 일은 줄어들고 써야 할 돈은 늘어난다. 실업을 당하거나 노후가 돼 할 일이 없어지고 돈이 없어지면 하루도 살 수 없는 세상이 됐다. 전통적 생활 방식의 회복 필요성을 일깨워 주는 대목이다.
캅카스의 자연은 이 지역 사람들의 삶의 원천이다. 동서로 1500㎞를 달리는 아름다운 캅카스 산맥은 자연의 아름다움뿐 아니라 맑은 공기와 물은 물론 풍부하고 다양한 먹거리를 제공한다. 특히, 다양한 채소와 최고 품질의 전통 요구르트와 치즈 등 발효 유제품은 이들 건강의 원천이다. 캅카스 지역은 지역에 따라 고도 차이가 커서 아열대 기후부터 한대까지 7개 기후대가 모두 분포한다. 남부 지방으로 가면 바나나, 오렌지, 체리, 살구, 무화과 등 열대과실이 많이 나고 북쪽 산악지역으로 가면 사과, 배, 복숭아, 호두 등 냉온대 과일이 풍부하다. 8000년 역사를 자랑하는 이 지역 와인은 싸고 질이 좋은데 그 깊은 맛이 일품이다. 곁에 두고 늘 마실 수 있는 와인도 건강에 도움이 될 것이다. 아제르바이잔 사람들이 주로 먹는 새끼 양고기와 조지아 사람들의 저염식도 그들을 건강하게 하는 음식인 것 같다.
캅카스인들의 초월적 가치에 순응하는 종교적 태도와 스트레스 없는 생활 방식도 이들의 장수와 깊은 관계가 있는 것 같다. 특히, 조지아 사람들은 모이기만 하면 타마다라는 좌장의 리드 아래 춤을 추며 노래를 부르고, 음식을 나누며 밤늦게까지 이야기꽃을 피운다. 캅카스 사람들은 믿을 수 없을 정도로 이야기하기를 좋아한다. 모이기만 하면 정치 얘기로 핏대를 올리는 우리네와 달리 문학이나 역사 등 무거운 주제부터 이웃 간의 소소한 이야기까지 이들의 대화는 끝이 없다. 이들은 오랜 전설과 시 그리고 아름다운 예술을 이야기한다. 이들의 대화는 스트레스를 쌓는 과정이 아니라 스트레스를 푸는 과정이다. 서로 지혜를 나누는 과정이며 마음을 가꾸는 과정이다.
이곳에서 생활하면서 전통을 지키는 일과 서로를 존중하는 삶의 가치를 새삼 깨닫게 된다. 또 이웃과의 소소한 일상이 우리를 행복하게 한다는 것과 가족 간의 소통과 어울림의 소중함도 알게 됐다. 매일 주어진 노동을 하고 맑은 물과 공기를 마시며 사는 것도 장수의 비결로 보인다. 우리 인류가 합리성을 기반으로 발전시켜 온 현대 문명의 한계에 대해서도 진지한 반성이 필요한 것 같다. 캅카스는 우리 현대인들에게 자연의 원리에 순응하는 겸손한 마음과 남과 어울려 조화와 균형을 이루는 태도를 가르쳐 주는 곳이다.
◇김창규(58) △제18회 외무고시 △주카자흐스탄1등서기관 △주영국1등서기관 △인사제도계장 △구주1과장 △주독일참사관 △주러시아공사참사관 △주벨라루스공사 △대법원 파견 △주키르기스스탄 대사 △주아제르바이잔 대사
주요뉴스
이슈NOW
기사 추천
- 추천해요 0
- 좋아요 0
- 감동이에요 0
- 화나요 0
- 슬퍼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