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협조아래 촬영후 내용 바꿔
주민들 행동 꼭두각시로 표현
CG로 줄 그리는 작업 2년 걸려


북한의 인권 탄압과 정치체제를 비판한 영화 ‘더 월(The Wall·사진)’이 아일랜드 국제영화제 ‘갤웨이 필름 플라’에서 최고인권상을 수상했다.

13일 미국의 소리(VOA) 방송은 아일랜드 출신의 데이비드 킨셀라 감독이 북한의 협조 아래 영화를 촬영한 뒤 2년간 편집을 통해 북한 의도와 전혀 다른 영화를 완성해 북한의 실상을 전달했다고 보도했다. 킨셀라 감독이 수상한 최고인권상은 국제인권단체 ‘앰네스티 인터내셔널’이 공동 수여하는 상이다.

지난 2014년 킨셀라 감독은 북한 당국의 협조를 받아 젊은 여류 시인에 대한 기록 영화를 만들기 위해 북한에 입국했다. 그러나 도착 후 그는 자신이 촬영하는 여류 시인은 물론 그 가족과 이웃까지 모두 연기자란 사실을 알게 됐다. 선전 영화를 만들려는 북한의 의도를 눈치챈 킨셀라 감독은 현지에서 내용과 촬영기법을 모두 바꿔 전혀 다른 영화를 만들기로 결심했다.

킨셀라 감독은 북한 당국의 통제를 피하기 위해 영화 실사 위에 만화를 덧입히기로 하고 특별한 제작 기법을 선택했다. 채울 그림을 염두에 두고 화면에 빈 공간을 만들어 촬영한 것이다.

실제로 그는 10만 명이 들어갈 수 있는 빈 공연장에서 여 주인공이 노래를 부르는 장면을 촬영한 뒤 편집 작업을 통해 빈 공연장에 10만 명의 관중을 하나하나 그려 넣었다.

또 영화에 출연하는 2만여 명의 북한 주민들 몸 위에 꼭두각시 인형이 달고 다니는 줄을 그려 넣어 북한 당국이 주민들의 생각과 행동을 통제하는 현실을 표현했다. 감독은 이처럼 컴퓨터그래픽(CG)을 그려 넣는 작업을 2년이나 한 끝에 올해 처음 영화를 공개했다.

이 영화는 북한을 탈출하는 한 여성과 북아일랜드에서 자란 한 소년의 삶을 대칭적으로 보여주면서 전개된다. 탈북 여성과 대칭되는 북아일랜드 소년의 이야기에 자신의 어린 시절 경험까지 담아냈다.

킨셀라 감독은 북한에서 “모든 외국인은 간첩이고 악하다”란 말을 듣는 순간 기독교 개신교와 가톨릭이 반목한 북아일랜드에서의 어린 시절이 생각났다고 밝혔다. 개신교와 가톨릭이 반목하고 유혈 분쟁이 벌어지던 시기 ‘옳고 그름’과 ‘네 편 내 편’을 다른 사람이 정해서 알려줬다는 것이다. 그는 “(더 월은) 누군가 정해준 대로 따르는 것이 아닌 개인 스스로 옳고 그름을 판단하고 결정하는 자유에 대한 영화”라고 말했다.

손고운 기자 songon11@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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