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상했던 대로 사드 배치를 둘러싼 심각한 ‘안보 님비(NIMBY)’ 현상이 불거지고 있다. 국방부가 서둘러 13일 오후 3시에 배치 지역을 발표키로 한 것도, 시간이 흐를수록 해당 지역의 반발이 증폭될 것을 우려했기 때문일 것이다. 그동안 후보지로 거론되는 지역에서는 한결같이 저지 투쟁이 벌어짐으로써 국가 안보 시설 배치가 마치 ‘혐오시설 폭탄돌리기’식으로 취급되는 어이없는 일이 이어졌다. 급기야 공식 발표도 하기 전에 경북 성주군 성산리 지역이라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12일 ‘범군민 비상대책위’까지 결성됐다. 군수 등이 단식에 들어가고 촛불시위도 시작했다. 앞으로 외부 반미 세력 등의 가세도 불 보듯 뻔하다.

비록 근거가 희박한 괴담(怪談)까지 나돌고 있지만 어쨌든 성주군의 불안과 반발은 이해할 만하다. 문제는 이런 상황이 충분히 예상 가능했음에도 박근혜정부가 제대로 선제 대응을 하지 못했다는 사실이다. 최근에만도 밀양 송전탑, 제주 해군기지 등의 사례가 있었음에도 박 대통령과 황교안 총리는 물론 국방부 등도 손 놓고 있었다. 이런 식이라면 사드가 중국 반대 때문이 아니라 배치 장소를 구하지 못해 도입하지 못할 것이란 말이 현실이 될 판이다. 성주 현지에서 “국가 안보 차원이라지만 아무런 설명 없이 사드 배치를 결정하는 것은 군민을 우롱하는 처사”라며 정부의 무성의를 질타하는 목소리가 높은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모두가 반대하는 시설이 느닷없이 자신의 지역에 온다고 하니 순박한 농민들이 ‘전자파 참외’ 걱정까지 하는 것이다.

이런 현실은 박 대통령이 11일 대구 신공항 건설 사업을 직접 발표한 것과 대비된다. 생색 나는 일만 직접 나서고 궂은 일에는 뒷전이라면 올바른 갈등관리 리더십이라고 할 수 없다. 이제라도 박 대통령이 직접 나서는 것이 필요하다. 진작에 대국민 담화나 회견을 통해 국가 안보를 위해 사드 배치는 필요하며 어느 지역이든 일정한 희생은 불가피하다는 점을 호소하고 설득했어야 했다. 이미 수순이 바뀌었고, 갈등은 어디까지 갈지 예측조차 힘들다. 안타까운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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