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는 누구의 것인가 / 재런 러니어 지음, 노승영 옮김 / 열린책들
공짜의 시대다. 가상현실(Virtual Reality)이라는 말을 만들고 이를 상용화한 컴퓨터 과학자이자 철학자 재런 러니어는 디지털 자본주의, 디지털 기술 경제의 핵심을 ‘공짜 경제’로 봤다. 뉴스, 정보, 검색, SNS와 오락이 모두 무료로 제공되는 시대 말이다. 정보 민주화를 달성한 듯 보이지만 공짜경제는 거짓이고 환상일 뿐 아니라 중산층을 몰락시켜 결국 우리 삶을 추락시키는 위험한 시스템이라고 그는 지적한다.
인공지능(AI)을 포함한 기술 문명에 대한 낙관과 비관이 엇갈리며 감시 사회, 사생활 침해, 기술로 인한 노동의 종말 등에 대한 비판적 분석이 쏟아지는 가운데 ‘실리콘 밸리의 구루’로 불리는 러니어의 책은 또 다른 통찰을 안긴다. ‘미래는 누구의 것인가(Who Owns the Future)’. 책 제목이기도 한 질문에 대한 답인 책을 통해 그는 지금 시스템을 수정하지 않으면 ‘미래는 우리의 것이 될 수 없다’고 말한다.
공짜시스템을 보여주는 예로 번역기를 들 수 있다. 구글이나 마이크로소프트 서비스를 이용하면 완벽하지는 않지만 꽤 쓸만한 문장으로 번역된다. 마치 서버에 다국어를 구사하는 인공 지능이 있는 것 같지만 실제 작동 방식은 그렇지 않다. 사실은 진짜 사람들이 번역한 수많은 예문을 인터넷에서 수집해 입력한 문장과 끼워 맞추는 것이다. 진짜 인간 번역가의 수많은 번역이 비슷한 구절과 경쟁해 쓸만한 결과를 내놓는 것이다. 거대한 통계 작업을 거치긴 하지만 번역 작업의 토대를 이루는 것은 실제 사람들의 노력이다. 안타깝게도 이들 번역가는 이름도 없고 장부에 기록되지도 않는다. 당연히 수고료도 없다.
저자는 구글, 페이스북, 아마존처럼 최상위 컴퓨터 네트워크로 빅데이터를 가공해 돈을 버는 이들을 세이렌 서버(Seiren Sever)라고 이름 붙였다. 그리스 신화 속 세이렌이 선원들을 꾀어 배를 난파시키듯 사람들을 꾀어 결국 경제를 붕괴시킨다는 의미다. 세이렌 서버들은 네트워크에서 데이터를 수집하고 최고의 기술 인력을 동원해 강력한 컴퓨터로 분석해, 세상을 자신에게 유리하게 하는 데에 쓴다는 것이다. 초단타 매매를 운용하는 금융 서비스, 보험, 정보기관, 온라인 쇼핑 등 소비자를 상대로 한 모든 기관이 해당된다.
문제는 이 시스템이 결국 중산층을 붕괴시킨다는 데 있다. 코닥과 인스타그램이 전형적인 케이스로 꼽혔다. 사진 회사 코닥은 전성기에 14만 명 이상을 고용했고 기업 가치는 280억 달러에 달했다. 하지만 코닥은 파산했고 디지털 사진의 새 얼굴은 인스타그램 몫이 됐다. 2012년 인스타그램이 10억 달러에 페이스북에 인수되었을 때 직원 수는 열세 명에 불과했다. 그 모든 일자리는 어디로 사라졌을까. 저자는 인스타그램이 10억 달러의 가치가 있는 것은 직원 열 세 명이 남달라서가 아니라 대가 없이 봉사하는 수백만 이용자에게서 비롯됐다고 지적한다. 많은 중산층을 먹여 살렸던 음반 산업과 디지털 음악 산업의 최대 수혜자인 네트워크 서비스 제공 업체들도 마찬가지다.
저자는 대안으로 인본주의 컴퓨팅을 제안한다. 이의 기본 개념은 ‘가치는 출처에 있다’이다. 정보의 실체는 사람으로, 사람이 기여해 디지털 네트워크에 전송하거나 저장한 가치에 대해 대가를 받아야 한다는 것이다. 이는 기술적으로 양방향 링크를 통한 소액 전자 지불 시스템을 통해 이뤄질 수 있다고 제안했다. 데이터가 로컬 장치에서 서버나 클라우드 컴퓨터에 올라갈 때 출처가 기억되고, 이를 통해 개개인의 정보 기여가 측정돼 대가가 정산되는 방식이다. 이는 결국 정보의 유료화와 맞닿아 있다. 저자는 “우리가 공짜라고 여기는 정보에 접근하는 데 요금을 부과하는 것이 가혹해 보일 수 있지만 당신이 기여한 정보 서비스에 대해 남들도 대가를 지불한다는 것을 안다면 생각이 달라질 것”이라고 했다. 모두가 공짜에 익숙해진 시대에 그의 주장은 도발적이고, 그만큼 현실 가능성과 이 과정에서 야기될 또 다른 문제들도 무시할 수 없다.
그렇다 해도 빠르게 달려가는 기술 문명과 기술이 몰고 올 누구도 알지 못하는 미래를 준비해야 하는 우리에게 그의 주장은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한다.
최현미 기자 chm@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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