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민우 정우예건㈜ 회장이 지난 1일 제주 서귀포시 롯데 스카이힐 제주골프장 스카이코스 9번 홀 그린 주변에서 어프로치 샷을 하고 있다.
정민우 정우예건㈜ 회장이 지난 1일 제주 서귀포시 롯데 스카이힐 제주골프장 스카이코스 9번 홀 그린 주변에서 어프로치 샷을 하고 있다.
정민우 정우예건㈜ 회장

“골프는 정직한 운동입니다. 연습한 만큼 결과를 얻으니까요.”

정민우(61) 정우예건㈜ 회장은 한때 지독한 연습 벌레였다. 하루에 1000개씩 연습 볼을 친 뒤에야 집으로 돌아갔다. 그렇게 6개월 연습해 11개월 만에 ‘싱글패’를 받았고, 지금도 잘나가는 싱글 기량을 뽐내고 있다.

정 회장은 10년 전 경기 가평군의 프리스틴밸리 골프장에서의 1언더파가 베스트 스코어다. 까다롭기로 정평이 난 제주 서귀포시 롯데 스카이힐 제주 골프장에서는 이븐파 72타를 남겼다. 요즘도 10번 중 7∼8회는 70대 중반을 넘기지 않는다.

정 회장을 지난 1일 롯데 스카이힐 제주 골프장 클럽하우스 내 ‘VIP룸’에서 만났다. 정 회장은 “코스가 한눈에 들어 오는 이 방은 아무에게나 공개하지 않는다”며 “클럽회원 회장이기에 이런 정도의 특혜는 누린다“며 웃었다.

정 회장은 40대 이전에는 성공보다는 실패를 맛보곤 했다. 실내 건축 디자인을 전공했지만 엉뚱하게도 웨딩 사업에 손을 댔다가 실패했고 아이스크림 프랜차이즈사업으로 만회하려다 더 큰 실의에 빠졌다. 몇 달 동안 방황하던 끝에 선배의 조언으로 40세가 넘어서야 전공이던 건축업을 시작했다. 정 회장은 서울 강남 지역에서 단독 주택을 헐어 작은 건물이나 원룸 건물로 탈바꿈시키는 ‘붐’을 조성했다. 쓰디쓴 실패를 여러 차례 맛봤던 정 회장은 ‘능력되는 만큼만 하자’는 철칙을 마음에 새겼고 작은 건물 위주로 시공해왔다. 더 이상 실패하지 않는 성공 비결이다.

정 회장은 소형 건물이나 오피스텔을 전문으로 시공·건설하면서 건물에 예술적 가치를 부여, 평범한 건물과는 색다르다는 느낌을 지니게 했다. 그의 손을 거친 건물이 준공되기 무섭게 팔려나간 이유다. 정 회장은 “예전엔 돈을 벌려고만 했지만 이젠 하고 싶은 일을 하니 살맛이 난다”며 웃었다.

정 회장은 골프를 1994년 시작했다. 선배와 함께 건축회사를 차렸는데 마침 회사 건물 지하에 실내연습장이 있었다. 선배가 사용하던 골프채로 배웠다. 이사하면서 집 근처로 연습장을 바꿨다. 아침 6시에 문을 열기를 기다렸다가 300개 정도 치고, 퇴근 후에도 700여 개를 날렸다. 골프 치는 재미에 퇴근 후 술자리를 피했다.

1995년 가을 경기 하남시의 동서울골프장(현 캐슬렉스)에서 79타를 쳐 첫 싱글 패를 받았다. 외교관이던 매형과 누나가 일본에서 잠시 귀국하는 걸 환영하는 모임이었다. 매형이 전날 저녁식사 자리에서 70대 스코어를 치면 정 회장에게 10만 엔을 주겠다며 내기를 제안했다. 대신 80대 스코어를 치면 그 절반을 누나에게 줘야 한다는 조건이 붙었다. 누나와 매형은 정 회장이 화장실에 간 사이 몰래 잔에 술을 더 채워 놓았고, 정 회장은 그것도 모른 채 계속 술을 마셨다. 정 회장은 다음 날 첫 티샷부터 OB를 내며 파 5홀에서 9타나 쳤다. 정 회장은 “하지만 끝까지 포기하지 않았고 79타를 쳤다”며 “골프는 정신력이 중요하단 걸 새삼 깨달았다”고 설명했다.

정 회장은 170㎝도 안 되는 작은 키로도 드라이버 샷으로 230m를 훌쩍 넘긴다. 아마 고수들의 스윙, 연습 버릇을 유심히 지켜보고 ‘자기 것’으로 만든 게 비결 중 하나.

정 회장이 우연히 경기 성남시의 남서울골프 연습장에 갔을 때였다. 한 아마 고수의 샷을 보면서 감탄했고, 퇴근한 뒤에 그곳에서만 연습했다. 300야드짜리 드라이빙 레인지에서 그 아마 고수는 드라이버로 망 끝부분까지 날리는 ‘장타 쇼’를 펼쳤다. 정 회장은 그의 스윙을 유심히 지켜봤다. 처음엔 보는 것만으로도 도움이 됐지만, 고수와 친해지면서 기량은 급성장했다.

그 아마 고수는 정 회장에게 “백스윙할 때 어깨를 턱 밑으로 들어가게 연습해 보라”고 권했다. 이 자세는 튼튼한 하체가 뒷받침돼야 한다. 그래서 정 회장은 운동기구를 이용해 유연성을 키우고 피트니스를 통해 하체를 튼실하게 길렀다. 정 회장은 “교과서대로 하체와 골반은 고정하고 톱 자세에서 멈춘 다음 다운스윙을 하는 것을 연습했더니 거리를 늘릴 수 있었다”며 “골프는 건축과 똑같기에 하체가 받쳐줘야 견고한 스윙이 되고 건축 또한 기초 하부 공사가 튼튼해야 오랫동안 살아남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구력 15년 만인 2009년에야 첫 홀인원의 기쁨을 안았다는 정 회장은 이후 2011년까지 3년 동안 매년 한 차례씩 홀인원을 챙겼다. 세 차례 모두 롯데 스카이힐 제주에서 작성했다. 36홀 중 ‘오션 코스’만 제외하고 ‘스카이 코스’ ‘힐 코스’ ‘포레스트 코스’에서 한 번씩 기록했다. 이글은 100회가 넘는다. 제주에서 지내면서 1주일에 2∼3차례 이글을 한 적도 있다. 정 회장은 캐디조차 감탄할 만큼 퍼팅 라인을 파악하는 눈이 뛰어나다.

정 회장은 “캐디에 의존하지 말고 스스로 판단하는 습관을 들였더니 퍼팅 라인을 읽는 능력이 향상됐다”며 “롯데 스카이힐 제주에서만큼은 ‘스리 퍼트’를 한 기억이 없다”고 말했다.

정 회장은 “골프는 자신을 보는 거울”이라며 “골프를 하다 보면 상대를 통해 ‘나도 저런 시절이 있었구나’ 하는 생각을 하고 또 인생을 잘 살았는지, 못 살았는지 거울처럼 비쳐진다”고 말했다. 골프는 그래서 스스로를 되돌아볼 수 있고, 앞으로의 모습까지 내다볼 수 있게 해준단다.

정 회장은 “이젠 잘 치는 것보다 스스로에게 정직해지는 게 먼저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10년 전 제주로 이사온 정 회장은 2002년부터 제주 중문 등지에서 호텔 사업을 위한 부지를 구했고, 이후 7∼8곳의 용지를 매입했으며 건축을 진행하고 있다.

제주 = 글·사진 최명식 기자 mschoi@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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