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병권 정치부 차장

4·13 총선 공천에서 탈락한 강기정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에게 오랜만에 전화를 한 건 한 장의 사진 때문이었다. 영국의 젊은이들이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를 결정한 국민투표 결과에 대해 “부모가 창피하다”며 피켓을 들고 항의하는 사진이었다. 투표 결과, 24세 이하에서는 잔류가 75%, 65세 이상에서는 탈퇴가 61%로 세대별로 찬반이 극명하게 갈렸다. 영국 젊은이들은 브렉시트로 원하지 않던 세상에서 어른들보다 더 오래 살게 됐다.

이런 일이 지난해 5월 우리에게도 있었다. 여야 정치권이 공무원연금 개혁안을 국회에서 통과시키면서 국민연금 소득대체율(평생 월급 평균액에 대비한 연금수령액 수준)을 40%에서 50%로 올리기로 한 것이다. 국민연금이 고갈되더라도 세금으로 평생 평균 소득의 50%에 해당하는 연금액을 보장해주겠다는 것이다. 쉽게 말해 아들딸들이 세금을 더 내서 부모들의 노후를 책임지라는 말이다.

강 전 의원은 당시 국회 공무원연금 특별위원회 야당 간사였다. 강 전 의원은 “연금 체계가 노후를 보장하기에는 너무 허약해 보장성을 강화해야 할지, 미래 세대의 부담을 덜어줘야 할지 고민이 많았다”면서 “미래 세대에 부담을 지우게 된 것은 아쉬운 점”이라고 말했다.

영국이나 한국이나 ‘젊은 세대를 위한 나라는 없다’는 생각이 오버랩 됐다. 젊은 층은 줄고, 노년층은 증가하는 인구 역전 구도에서 젊은 세대들의 정치적 소외 현상은 갈수록 심각해지고 있다. 정당들이 젊은 층보다 노년층을 겨냥한 정책개발에 열을 올리는 것은 ‘표를 먹고 사는’ 정당으로선 당연한 일이다. 저출산, 고령화에 따라 노년층으로 기울어진 선거 운동장의 기울기는 향후 더 가팔라질 수밖에 없다. ‘취업도 힘든 우리가 부모 세대를 부양해 봤자, 우리에게 돌아올 것이 없다’는 젊은 세대의 좌절감이 현실화할 경우 세대 간 갈등을 넘어 근로 의욕까지 꺾어 놓을 수 있다. 이는 국가 발전동력 훼손으로 연결된다. 지난 20년간 정체됐던 일본이 겪은 일이기도 하다.

젊은 세대들이 지금보다 강한 정치권력을 행사하는 길은 뭉치는 방법과 젊은 유권자가 늘어나는 것이다. 4월 총선은 새누리당과 더불어민주당의 양당 구조를 깨뜨리며 신3당 체제를 탄생시켰다. 최근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발표한 20대 총선 세대별 투표율을 보면 20대 초반과 후반 유권자의 경우 19대 총선과 비교해 각각 9.9%포인트, 11.9%포인트 높았다. 반면 50대 투표율은 19대와 비교해 1.6%포인트 하락했고, 60대 이상의 투표율은 0.1%포인트 상승하는 데 그쳤다. 젊은 층이 대거 투표에 참가하면서 정치 구도를 바꾼 것이다.

지난해 대한민국의 합계출산율은 1.24명으로 세계 최저 수준이다. 젊은 층이 정치권력에서 소외되면서 청년 일자리와 주거, 육아, 교육 등 출산과 직결된 정책이 우선순위에서 밀려 소기의 성과를 거두지 못했고, 이것이 출산 기피로 이어지는 악순환이 되풀이됐다. 저출산 문제가 세대 갈등뿐 아니라 민주주의 위기로 인식되면서 선거 연령을 낮추자는 주장까지 나오고 있다. 민주주의는 세대 간 갈등이 아니라 조화와 협력 속에서 발전한다.

ybk@
유병권

유병권 논설위원

문화일보 / 논설위원

기사 추천

  • 추천해요 0
  • 좋아요 0
  • 감동이에요 0
  • 화나요 0
  • 슬퍼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