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년 동안 축사에 갇혀 임금도 받지 못하고 노예처럼 일만 하다 14일 밤 집으로 돌아온 고 모 씨가 어머니 김모 씨를 부둥켜안고 흐느끼고 있다.
20년 동안 축사에 갇혀 임금도 받지 못하고 노예처럼 일만 하다 14일 밤 집으로 돌아온 고 모 씨가 어머니 김모 씨를 부둥켜안고 흐느끼고 있다.
자신도 장애인… 애끓는 사연
한눈에 알아보고 부둥켜 울어


“어디 갔다 이제 왔니. 살아생전에 다시 보니 꿈만 같구나.” “엄마!”

20년 전 행방불명된 뒤 남의 집 축사 쪽방에서 숙식을 해결하며 소를 키우는 강제노역을 하며 노예처럼 살다 경찰의 도움으로 집에 돌아온 지적장애인 2급의 고모(48) 씨는 14일 밤 20년 만에 꿈에 그리던 예전 집으로 돌아와 어머니 김모(77) 씨와 극적으로 상봉한 뒤 부둥켜안고 한동안 떨어지지 않았다.

고 씨는 지적장애로 자신의 집으로 돌아올 생각도 하지 못하다 지난 1일 오후 9시쯤 청원구 오창읍의 한 공장 건물 처마에서 비를 피하려다 사설 경비업체 경보기가 울리면서 경찰에 붙잡힌 것이 오히려 집으로 돌아올 수 있는 계기가 됐다.

고 씨의 어머니도 아들과 같은 지적장애 2급으로 자신의 감정을 제대로 표현하지는 못했지만 20년 만에 만난 아들을 한눈에 알아보고 부둥켜안은 채 흐느끼기만 했다. 김 씨는 “얼마나 보고 싶었는데 어디 갔다 이제 왔느냐. 많이 찾아다녔다”며 아들을 끌어안고 놓을 줄 모르며 하염없이 눈물을 쏟아냈다. 20여 분이 지난 뒤에야 힘겹게 경찰에 고마움을 표시하며 아들이 돌아온 기쁨에 눈물을 연신 닦으며 웃음기를 보여 지켜보던 경찰과 마을 주민들을 울렸다. 김 씨는 지적장애라 표현이 부족했지만 “주민등록 말소도, 사망신고도 안 하고 기다렸다”며 그동안 자식을 애타게 기다렸던 아픔을 쏟아내듯 목놓아 울었다.

고 씨 역시 감정 표현은 못 했지만 어머니 품에 안겨 어눌하게 “나도 알아. 알아 엄마”라며 눈물을 흘렸다. 그러나 이들 모자는 심리적으로 불안한 탓인지 모자 상봉의 기쁨조차 제대로 표현하지 못해 지켜보던 주변을 안타깝게 했다. 이들 부자는 마을 이장이 준비한 수박을 먹으며 재회의 기쁨을 나눈 뒤 그간의 고통을 잊고 거실에서 단꿈을 꿀 수 있었다. 경찰의 연락을 받고 마을 주민 10여 명은 15일 새벽부터 찾아와 이들의 상봉의 기쁨을 함께 나누며 집안이 떠나갈 듯이 웃음꽃을 피웠다.

한편 고 씨는 지난 1996년 집을 나와 행방불명 처리된 뒤 최근까지 집에서 불과 차로 10분 거리인 김모(68) 씨 부부 집 축사에 딸린 창고 쪽방에서 생활하며 소를 키우는 강제노역에 시달려 온 것으로 드러났다.

청주 = 글·사진 고광일 기자 kik@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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