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순혈이 뭣이 중헌디?=지난 4월 여성가족부가 발표한 ‘2015년 전국 다문화가족 실태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전국 다문화 가구 수는 27만8036가구로 2012년에 비해 4.3% 증가했다. 특히 연예인이 되겠다는 꿈을 품을 나이인 만 9∼24세 자녀의 수가 8만2476명으로 24%가량 늘어 적잖은 다문화 가구가 사회의 일원으로 자리 잡아가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런 사회적 분위기 속에 다문화가정에서 나고 자란 이들의 연예계 진출도 한층 활발해졌다.
최근 가요계를 휩쓸고 있는 힙합 열풍의 선두주자 중 한 명인 도끼는 스페인·필리핀계 아버지와 한국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났다. 음악을 하는 부모 사이에서 자란, 그의 사촌 누나가 미국의 유명 팝그룹 푸시캣 돌스의 메인보컬이었던 니콜 셰르징거라는 사실이 알려져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힙합그룹 엠아이비의 멤버이자 예능인으로 활동 중인 강남 역시 일본인 아버지와 한국인 어머니 사이에서 자랐다. 그의 일본 이름인 야스오를 한자로 표기하면 ‘강남(康男)’. 이 때문에 그는 일본에서는 야스오로, 한국에서 활동할 때는 강남으로 불린다.
이외에도 가수 샤넌(영국인 아버지), 리키김(미국인 아버지), 이현재(미국인 할아버지) 등이 남다른 외모와 실력을 바탕으로 한국 외에도 미국, 중국, 영국 등 다양한 시장에서 활동하고 있다.
# “튀기·잡종, 동물에게 쓸 단어로 불러” 토로=따가운 시선과 연예 활동에 대한 제약은 줄었지만 다문화가정 출신 연예인들을 향한 편견은 여전히 존재한다. 전소미는 최근 한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해 “친구들이 나를 신기하게 보는 게 느껴져서 성형수술을 하고 싶었다”며 “코도 낮추고 머리 색도 까맣게 염색하고 싶었다”고 남모를 아픔을 털어놓았다. ‘다르다’를 ‘틀리다’로 생각하는 잘못된 인식이 여전히 도사리고 있다는 의미다.
조각 같은 외모의 이현재는 또 다른 토크쇼에서 “사람들이 ‘외국에서 왔느냐’고 자주 묻는데 미국 근처에는 가본 적도 없고 영어도 잘 못한다”며 “초등학교 3학년 때까지 이천에서 살았는데 혼혈이라고 놀리는 것은 괜찮았지만, ‘튀기’ ‘잡종’이라는 동물들에게 쓸 법한 단어로 부르기도 했다”고 토로했다.
도끼의 경우 자신의 SNS를 통해 수억 원대 슈퍼카를 자랑하거나, 으리으리한 자택과 시계, 현금다발 등을 찍은 사진을 올려 비난을 받기도 했다.
하지만 이는 어릴 적 가난한 다문화가정 출신이라는 이유로 냉대를 받은 것에 대한 일종의 ‘자기보상’이라는 그의 고백이 대중의 공감을 사기도 했다.
그는 “힘들게 음악을 했고 흔치 않은 힙합이라는 장르로도 성공할 수 있다는 메시지, 혼혈에 키도 작은 나 같은 사람도 성공할 수 있다는 메시지를 주고 싶었다”면서도 “그래도 돈 자랑이긴 하다”고 너스레를 떨곤 한다.
# 두드리면 열린다, 줄어드는 편견=다문화가정 출신 연예인들은 꾸준히 등장했다. 인순이, 윤수일, 박일준 등이 성공시대를 열었고 ‘힙합 퀸’이라 불리는 윤미래가 계보를 이었다. 지금보다 사회적 편견이 심했던 시대를 관통하며 이들이 받았던 불편한 시선은 더욱 뾰족했다. 자신과 같은 설움을 겪게 하지 않으려 딸을 미국에서 출산해 미국 시민권이라는 ‘안전장치’를 준 인순이의 결심에 많은 이들이 고개를 끄덕인 이유다.
다문화가정에서 자란 연예인들 사이에서도 또 다른 보이지 않는 차별이 존재한다. 백인계가 흑인·아시아계보다 대접받고, TV에서도 상대적으로 자주 다루는 편이다. 또한 숱한 아이돌 그룹이 외국인 멤버를 영입하고, 종합편성채널 JTBC ‘비정상회담’처럼 한국어를 잘 구사하는 외국인들이 적극적으로 매체를 통해 노출되는 반면, 오히려 다문화가정 출신 연예인에 대한 선입견이 더 크다는 것도 한국 사회가 품은 지독한 아이러니다.
김성회 한국다문화센터 공동 대표는 “서로 다른 문화적 DNA를 부모로부터 물려받고 다양한 문화를 접한 다문화가정 아이들 중 문화적 감수성과 소양이 뛰어난 이들이 적지 않다”며 “이들이 적극적으로 연예 활동을 한다는 것은 사회적 편견이 많이 줄고 있다는 의미다. 그들의 활발한 활동이 대중에게 다문화가정에 대한 새로운 시각을 갖게 하고, 긍정적 이미지를 만드는 효과가 있다”고 말했다.
안진용 기자 realyo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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