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사회를 도배하고 있는 ‘지역 이기주의’가 엄청난 사회갈등 비용을 낳고 있다. 영남권 신공항을 둘러싼 지역 간 대립이 채 수면 밑으로 가라앉기도 전에 터진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의 경북 성주 배치 논란은 한국의 사회적 갈등 비용을 급증시킬 전망이다. 과거 용산기지의 평택 이전이나 제주 강정기지 건설 지연 같은 사회적 갈등이 반복되고 있지만 뚜렷한 대책이 없는 상황에서 국력 손실이 이어지고 있다.
스위스 국제경영개발원(IMD)의 국가경쟁력 지수에서 대한민국의 올해 ‘사회적 결속(Social cohesion) 점수’가 2012년의 절반 수준으로 떨어진 것은 한국 사회의 갈등으로 인해 경제적 손실이 그만큼 증가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삼성경제연구소는 이미 2013년에 사회갈등지수가 10% 하락하면 1인당 국내총생산(GDP)이 7.1% 증가하고, 한국의 사회갈등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수준이 되면 1인당 GDP가 27% 늘어나 약 5000달러 이상 오를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은 바 있다. 하지만 수치로도 나타난 사회적 결속력 약화는 갈등으로 인한 경제적 손실이 계속 악화 하고 있음을 보여 주고 있다.
18일 정부와 시민단체 등에 따르면 7월 현재 지역이기주의에 편승한 대형 사회적 갈등이 17개 광역시·도의 절반 이상인 11개 지방자치 단체에서 벌어지고 있다. 혐오시설을 기피 하는 ‘님비(NIMBY·Not In My Back Yard)’와 선호시설을 유치하려는 ‘핌피(PIMFY·Please In My Front Yard)’ 현상이 전국에서 동시 다발적으로 일어나고 있는 것이다.
연구기관들은 지역 이기주의가 극에 달한 올해는 한국의 연간 사회적 갈등 비용은 최소 100조 원에서 최대 300조 원에 육박할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삼성경제연구소는 이미 2010년 기준 한국의 사회적 갈등으로 인한 경제적 손실이 이미 최소 82조 원에서 최대 246조 원에 달한다고 분석한 바 있다.
사드의 성주 배치 반발은 대표적 ‘님비’ 현상이다. 여기에 제주 제2공항 건설 반대, 신고리 5∼6호 건설반대 운동도 한창이다. 경남 밀양에 고압 송전선 및 송전탑을 설치하는 것을 두고 밀양 시민과 한국전력 사이의 분쟁은 10년 전 시작돼 여전히 현재 진행 중이다. 안양교도소 이전 문제도 17년째 공전하고 있다.
정치권과 연계되는 ‘핌피’는 더 극성이다. 국비 1000억 원이 투입되는 국립철도박물관 유치 신청을 한 곳은 무려 11곳에 달한다. 총사업비 6조7000억 원 규모로 박근혜 정부 최대 사회간접자본(SOC)사업인 서울∼세종 고속도로는 청주 경유 문제를 놓고 충북도와 청주시가 팽팽하게 맞서고 있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경쟁은 규칙(rule) 안에서 가장 효율적인 것을 선택하는 과정인데 반해 갈등은 자칫 상대를 파괴하는 식으로 치달을 수 있어 엄청난 비용이 될 수 있다”면서 “신뢰를 포함한 전반적인 갈등 해소 프로세스를 발달시키고, 갈등을 평화적으로 해결해 나가는 문화를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