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동안 참 편하게 방송해 왔다는 걸 깨달았어요.”
MBC 간판 아나운서였던 문지애(사진)가 꺼내놓은 이야기에는 프리랜서 방송인의 애환과 방송에 대한 갈증, 조직을 벗어나 홀로 선 ‘방송장이’의 고단함이 묻어났다. 2013년 프리랜서 선언 후 EBS를 비롯해 각종 라디오 프로그램 등에서 마이크를 잡아온 그는 “아직 만족스러운 방송은 한 번도 하지 못한 것 같다”고 말했다.
3년의 시간이 그를 단련시켰다. 그 모습은 최근 방송된 KBS 2TV 예능 프로그램 ‘해피투게더’에서 확인할 수 있었다. 뉴스 앵커 출신답게 차근차근한 말투로 웃음을 유발하고, 어설프지만 호감 가는 춤솜씨까지 선보였다. 베테랑 MC 유재석과 박명수는 문지애의 의외의 모습을 보며 “원래 이런 사람이었냐”며 ‘똘끼 지애’라는 별명을 붙여줬다.
“나를 내려놓는 시간이 3년 걸렸어요. 그동안 내가 출연한 프로그램도 다시 보고, 다른 방송인들의 모습을 일일이 모니터하면서 자연스럽게 ‘문지애’라는 사람의 틀을 깨려 했죠.”
프리랜서 남성 아나운서에 비해 여성 아나운서에게 출연 기회가 적다는 것도 아쉬웠다. 예능 트렌드 자체가 남성 위주로 재편되며 설 자리가 줄어들었다. 지상파 방송사를 대표하던 전현무(KBS), 오상진(MBC), 김일중(SBS) 등 남성 아나운서들이 자리 잡아가는 모습을 바라보며 문지애는 부러운 마음을 얼른 접었다. 그보다는 그들의 성공 요인을 분석하고 자신의 장점을 살린 진행 스타일을 찾는 것이 우선이었다.
“전현무 씨는 진짜 탁월해요. KBS에 있을 때도 확실한 목표를 가지고 예능 전문 아나운서의 기반을 다졌죠. ‘히든싱어’를 능수능란하게 진행하는 모습은 나로서는 아직 상상할 수 없어요. 김일중 씨는 실제 만나봐도 ‘쾌남’인데 그런 시원시원한 매력이 잘 드러나는 것 같아요. 어떤 프로그램에 투입되면 자연스럽게 스며들죠. 같은 회사에 있던 오상진 선배는 남들이 따라가기 힘든 이미지와 좋은 태도를 지녔어요. 그 덕분에 연기에도 도전하고 다방 면에서 활약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
셋 중 자신이 가장 추구하는 진행 스타일을 ‘굳이’ 뽑아달라는 요청에 문지애는 주저 없이 김일중을 꼽았다. 그는 무리하지 않고, 상대방을 딛고 오르지 않고, 입보다 귀를 먼저 여는 ‘수비형 MC’를 꿈꾼다. MC가 자신을 드러내는 것보다 중요한 것이 매주 새롭게 초대하는 게스트로부터 진솔하고 재미있는 이야기를 끄집어내는 것이 미덕이라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가 바라보는 김일중은 상대방을 망가뜨리지 않고 자신을 낮추며 이야기를 풀어가는 진행자다.
“개인적으로 이금희 선배님과 김원희 씨 같은 진행 스타일을 참 좋아해요. 남의 이야기를 경청하는 ‘듣는 진행자’지만 시청자들이 궁금해할 부분은 정확히 짚어내죠. 교양과 예능의 조화를 가장 잘 이룬 것 같아요. 롤 모델을 무작정 따르는 게 답이 아니란 것도 알아요. ‘문지애다운’ 무언가가 필요하다는 것도요. 2006년에 아나운서가 됐는데, 10년이 지난 지금 다시 출발선에 선 것처럼 가슴이 뛰고 의욕이 넘쳐요. 이제는 방송을 ‘제대로’ 해보고 싶어요.”
안진용 기자 realyong@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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