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가평군 조종면 마일2리 보름골마을에서 관세청 서울본부세관  직원들이 포도 열매에 봉지를 씌우는 작업을 하고있다. 김낙중 기자 sanjoong@
경기 가평군 조종면 마일2리 보름골마을에서 관세청 서울본부세관 직원들이 포도 열매에 봉지를 씌우는 작업을 하고있다. 김낙중 기자 sanjoong@

관세청 서울본부세관 - 경기 가평군 보름골마을

지난달 28일 경기 가평군 조종면 마일 2리 보름골마을. 40가구, 126명이 거주하는 이 마을에 1사1촌 봉사활동을 나온 관세청 서울본부세관 직원들은 뭔가 큰 ‘변화’를 느끼지 못하는 눈치였다. 해마다 거르지 않고 마을을 찾아 부족한 일손을 거들며 끈끈한 교류를 이어가면서 일부 직원에게는 ‘구문(舊聞)’이었지만 처음 마을을 찾는 직원들은 소식(?)을 모르고 있기 때문으로 짐작됐다. 하지만 2013년 9월 당시 서울본부세관 1일 명예세관장, 가평 포도홍보대사로 위촉돼 봉사활동에 나선 인기 트로트 가수 홍진영과 함께 취재차 방문했다가 3년 만에 다시 마을을 찾은 기자의 눈에는 뭔가 확연히 달라 보였다.

마을회관 옆 공터가 널따란 운동 용지로 말끔히 단장돼 야외 운동기구인 ‘활차머신’ ‘좌우파도타기’ ‘큰 활차머신’ 등 3대가 떡 하니 들어서 있었다. 가평군에서 시행하는 ‘희망과 행복이 깃드는 마을’ 시범마을로 선정돼 받은 지원금으로 대지를 매입하고 운동기구를 설치했다고 한다.

7년 8개월 동안 이장직을 수행하며 줄곧 서울본부세관과 ‘동행’해온 이순재(59) 씨는 “앞으로 낡은 마을회관도 새로 지어 옮기기 위한 빈터도 확보했다”고 청사진을 밝혔다.

마침 관세청 서울본부세관의 방문 소식을 듣고 막걸리를 들고 찾은 김태성(57) 조종면장은 “이 이장이 마을의 미래를 보고 실천하는 사업”이라며 “가평군 전체 125개 마을 가운데 보름골마을은 다른 곳에 비해 단합이 잘 되고 뭔가를 준비하고 바꿔가는 으뜸 마을인데 그 동력은 1사1촌 교류가 말해주듯 기업, 관, 도시민의 꾸준한 관심”이라고 말했다.

천홍욱(55) 관세청장이 2011년 7월 당시 서울본부세관장 재직 시 보름골마을과 첫 1사1촌 협약을 맺고 교류의 끈을 이어온 게 마을에 변화의 자신감을 불어넣은 계기가 됐다는 의미였다.

서울본부세관과 이 이장의 설명을 듣고 보니 다른 1사1촌과 달리 이 마을과 서울본부세관은 일방 교류에 머물지 않은 점이 눈에 띄었다.

마을을 찾아 농번기 바쁜 일손을 돕는 것에 그치지 않고 특산품인 포도를 구매해 판로 개척을 돕는가 하면, 농한기에는 마을 주민들이 다시 세관을 찾아 세관 업무를 이해하고 무료 치과 진료 혜택을 받는 등 ‘쌍방향 소통의 길’을 택한 것이다.

교류가 실질적인 성과와 만족감을 주기 위해서는 어떤 노력과 기획이 필요한지를 다시 한 번 깨닫게 했다.

이날도 젊은 세관 직원 40여 명은 잣과 함께 마을 특산품으로 당도가 높아 이름을 떨치고 있는 ‘명품 운악산(雲岳山) 비가림 포도’의 품질 높이기에서 가장 중요한 작업을 맡아 일손을 도왔다.

가을 수확 철을 앞두고 병충해를 방지하기 위한 항균 봉투 씌우기다. 특수코팅이 된 봉투를 포도가 다치지 않게 조심스럽게 씌워 주고 매듭을 지어 주는데 병충해는 물론, 산성 먼지 침투를 막기 위한 필수 작업이다.

남성은 12만 원, 여성은 8만 원의 일당을 줘야만 처리할 수 있는 작업이기도 하니 세관 직원들의 도움은 주민 입장에서는 ‘천군만마’였다. 따가운 햇볕에서도 손놀림은 멈추지 않았다.

포도밭 주인인 김재욱(64) 씨는 “항균 봉투를 씌우지 않고 놔뒀다가 벌이 건드리면 포도가 모두 망가진다”며 “넓은 포도밭을 일당은 둘째 치고 구하기도 어려운 인부를 언제 찾아 처리하나 싶었는데 세관 직원들이 꼼꼼히 작업을 해줘 시름을 덜었다”고 활짝 웃었다.

더운 날씨에 작업이 쉽지만은 않지만 땀을 흘리며 흙과 교감하는 느낌은 그 자체로 산교육의 장으로 승화된 분위기였다.

서울세관 수습직원인 서유호(여·34) 씨는 “만족스럽지는 않겠지만, 농촌에 계신 어르신들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이 됐으면 하는 바람으로 정성을 기울였다”며 “작업을 끝내니 힘들다기보다 기분 좋은 보람이 차오르는 것을 느꼈다”고 했다.

서울세관 자유무역협정(FTA) 2과의 하윤경(여·37) 씨는 “마트에서 무심코 포도를 사 먹을 때만 해도 먹음직스럽게 키우기까지 비닐로 덮어주고 쇠 지지대 작업, 항균 봉투 씌우기 등 얼마나 많은 작업과정을 거쳐야 하는지 몰랐다”며 “농산물이 식탁에 오르기까지 밴 농가의 땀을 다시 한 번 생각하게 됐다”고 했다.

서울세관 수입과 백지운(26) 씨는 “공무원으로 국민에게 더 가까이 다가서 도움을 줄 방법이 없을까 고민하던 차에 1사1촌에 참여하게 됐는데 어르신들의 뜨거운 환영 덕분에 정성을 다해 일손을 도울 수 있었다”며 “봉사하러 가서 오히려 기쁨과 사랑을 받고 오는 기분”이라고 뿌듯해했다.

세관 직원들은 이날 점심도 어르신들에게 폐를 끼치지 않겠다며 도시락을 직접 주문해 챙겨 와 해결했다. 그러곤 오후 늦게까지 항균 봉투 씌우기와 환경미화 활동까지 한 후 마을회관에 대형냉장고도 기증했다.

마을주민은 작업 틈틈이 미역 냉국 새참에 막걸리를 대접하고 직접 키운 느타리버섯을 선물로 준비해 고마운 마음을 대신했다.

유광수(54) 서울본부세관 운영과장은 “포도밭이 하얀 봉투밭으로 변한 모습을 보니 발걸음이 가볍다”며 “어르신들이 올가을 포도 수확 때와 10월 20일에 예정된 ‘가평군농업인 한마당 큰잔치’에까지 세관 직원들을 초대했다”고 연신 즐거워했다.

가평=이민종 기자 horizon@munhwa.com

관련기사

이민종

기사 추천

  • 추천해요 0
  • 좋아요 0
  • 감동이에요 0
  • 화나요 0
  • 슬퍼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