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현종 논설위원

국회에 ‘태극기 배지’ 바람이 불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소속 백재현 윤리특별위원장이 최근 사비를 털어 의원 300명에게 태극기 배지를 나눠 줬고, 김종인 더민주 대표와 새누리당 정종섭 의원 등 일부 여야 의원들이 달면서 확산되는 조짐이다. 백 위원장은 의원 특권의 상징처럼 여겨져 온 ‘금배지’ 대신 태극기 배지를 달면 국가와 국민에 대한 책임감을 더 느끼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의원들에게 나눠주게 됐다고 한다.

국회의원이 되면 외형상 달라지는 첫 번째가 금배지다. 한 전직 의원은 “초선 때 금배지를 달고 관공서에 들어가면 입구에서부터 경비들이 깍듯이 예우를 한다”면서 “한번은 양복을 바꿔 입고 나오는 바람에 배지 없이 관공서에 갔다가 경비가 ‘어디 가느냐’고 물어 기분이 상한 적이 있다”고 말했다. 그래서 국회의원들이 집을 나설 때 다른 것은 안 챙겨도 금배지를 빠뜨리지 않는 이유도 자신의 신분을 단번에 설명해 주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런 것들이 특권을 당연시하는 문화를 만드는 데 일조한 바 크다.

역대 대통령은 외국 순방이나 정상회담 때 대부분 태극기 배지를 달지 않았다. 노무현·이명박 전 대통령의 정상회담 사진을 분석해 보면 미국 대통령들은 대부분 성조기 배지를 달고 있는 데 반해 우리 대통령들은 배지가 없다. 특히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파견된 군인들을 만날 때나 시신으로 돌아온 장병을 맞이할 땐 꼭 성조기 배지를 달고 나간다. 국가를 대표하는 대통령이 외국 정상과 만날 때 가슴에 태극기 배지를 달고 있으면 돋보인다. 박근혜 대통령은 회담 때마다 옷 색깔이나 브로치에 신경을 썼지 태극기 배지를 달고 나간 경우는 드물다. 외교장관 회담 때도 미 국무장관들은 대부분 선명하게 성조기 배지를 단 반면 윤병세 장관의 가슴은 허전할 때가 많다. 지난 2015년 광복 70주년을 맞아 행정자치부가 고위 공직자들이 태극기 배지를 패용하기로 하고 나눠 줬지만 그때뿐이었다. 민간 차원에서는 전국경제인연합이 외국과의 공식 행사 때 태극기와 그 나라 국기가 함께 새겨진 배지를 달고 상대국 관계자들에게 선물해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단돈 5000원이면 구할 수 있는 태극기 배지가 국회를 개혁하고 애국심과 대한민국의 위상을 높여준다면 이것만큼 저비용 고효율 투자는 없을 것이다.

기사 추천

  • 추천해요 0
  • 좋아요 0
  • 감동이에요 0
  • 화나요 0
  • 슬퍼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