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호사 선임 비율 4년째 저조
원고·피고 모두 소송지식 부족
법정서 자기 의견만 일방 주장
변론기일 지연 재판 진행 차질
변호사 선임 의무화 도입 여론


민사 재판에서 원고와 피고 양측 모두 변호사 없이 소송에 나서는 ‘나 홀로 소송’이 늘고 있다. 전문적인 법률 지식을 갖춘 대리인 없이 소송이 진행되다 보니 동문서답이 이어지는 등 재판 과정도 혼란스러워지고, 소송 당사자의 권리도 제대로 보호받기 힘들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이에 해결책으로 변호사 등 법률대리인 선임을 의무화하되, 소송비용 담보 등을 면제해 주는 소송구조제도나 공익법무관을 활용한 법률구조제도 등을 확대하는 방안이 거론되고 있다.

19일 대법원에 따르면 1심 민사 본안사건 가운데 원고와 피고 모두 변호사를 선임하지 않는 비율은 2012년 72.3%, 2013년 74.7%, 2014년 72.8%, 2015년 70.4% 등 최근 4년간 연속으로 70%를 넘겼다. 단독 사건이나 소액 사건 등보다 복잡한 법률관계를 다투는 합의부 사건의 경우에도 나 홀로 소송 비율이 4년 내내 20%대를 유지했다.

실제 지난달 30일 서울동부지법 10호 법정에서는 원고 A 씨가 B 씨 등에게 돈을 빌려주고 일부를 돌려받지 못했다며 제기한 대여금 반환 청구 소송 변론이 진행됐지만, “오늘이 두 번째 변론 기일 맞죠”라는 판사의 질문에 A 씨가 “제가 돈을 빌려줬느냐고요?”라고 엉뚱하게 반문하는 등 재판이 제대로 진행되지 못했다. 또 A 씨는 소송을 제기하면서 증거로 송금 명세 자료만 제출했다. 재판부가 “원고의 주장을 입증할 수 있는 증거를 대야 한다”고 설명하는 데 대해 A 씨는 “돈을 빌려준 게 맞다”는 말만 되풀이했다.

법원 관계자는 “소액의 대여금 반환 청구에서 대부분이 ‘돈을 보냈다’는 금융자료만 제출하는데, 피고들이 ‘빌린 게 아니다’고 주장하면 금전소비대차(나중에 돌려받기로 약속받고 돈을 빌려준 것)라는 점을 원고가 증명해야 한다”며 “법률 지식을 갖춘 대리인을 선임했다면 처음부터 증거를 갖춰 소송을 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원래 소액사건심판법에 따르면 변론기일은 가능한 1회로 끝내게 돼 있는데도 나 홀로 소송 때문에 지지부진한 논의가 이어져 3∼4차례씩 걸리는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토로했다.

이에 따라 법조인들 사이에서는 ‘변호사 강제주의’ 등 제도적 해결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대법원 관계자는 “근본적으로 변호사 선임 비용이 낮아진다면 최선이겠지만, 법원에서 제공하는 소송구조제도 등 법률구조 확대를 통해서라도 변호사 선임을 의무화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김리안 기자 knra@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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