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 육상 징계 부당 제소 다룬
22일 CAS재판 결과에 공넘겨
푸틴 “부정 연루 체육인사 징계”
러시아 정부 차원의 도핑 조장, 축소·은폐 사실이 속속 드러나고 있지만 국제올림픽위원회(IOC)는 여전히 우물쭈물하고 있다.
2016 리우데자네이루올림픽 개막이 16일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도핑과의 전쟁을 수행하는 세계반도핑기구(WADA)가 러시아를 올림픽에서 퇴출시켜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IOC는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고 있다.
IOC는 20일 오전(한국시간) “러시아 선수단 전체의 올림픽 출전 금지와 약물을 복용하지 않은 선수의 권리가 충돌하지 않는지 검토할 필요가 있다”며 “국제스포츠중재재판소(CAS)의 결정을 참고할 것”이라고 밝혔다.
전날 WADA의 독립위원회가 러시아 도핑 조사 보고서를 공개하자 IOC는 긴급회의를 열고 러시아 도핑에 대해 논의했지만 결론을 내리지 않았다.
WADA는 보고서에서 “2014 소치동계올림픽에서 러시아 체육부와 러시아 선수단 훈련센터, 정보기관인 연방보안국 등이 도핑 프로그램을 지원한 증거를 찾아냈다”며 “특히 체육부가 선수들의 소변 샘플 조작을 지시, 통제, 감독했다”고 밝혔다.
IOC는 “CAS의 결정을 참고하겠다”면서 공을 CAS로 넘겼다. CAS가 러시아의 올림픽 출전을 제한하느냐, 허용하느냐에 따라 징계를 내릴 것인지 내리지 않을 것인지를 판단하겠다는 뜻이다.
국제육상경기연맹(IAAF)은 러시아의 도핑 스캔들이 수면 위로 떠오르자 지난해 11월 러시아 육상의 국제대회(올림픽 포함) 출전 금지라는 중징계를 내렸고, 지난달 18일 징계를 계속 유지키로 최종결정했다. 그러자 지난 3일 러시아올림픽위원회와 육상 선수 68명은 “IAAF가 러시아 육상 대표팀의 국제대회 출전을 금지한 건 선수들의 인권을 침해한 부당한 처사”라며 CAS에 제소했다. CAS는 오는 22일까지 러시아 제소에 대한 판결을 발표하겠다고 밝혔다.
AP통신은 “CAS가 IAAF의 손을 들어주면서 러시아 육상의 올림픽 출전을 금지할 경우 IOC가 다른 종목에서도 러시아의 올림픽 출전을 불허할 가능성이 높아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지금까지 특정 국가가 도핑을 이유로 올림픽 출전 정지 처분을 받은 사례는 없다. AP통신은 또 “여자 장대높이뛰기의 옐레나 이신바예바가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린 CAS의 심리에 참석했다”고 전했다. 러시아 육상의 간판스타인 이신바예바는 “CAS 심리에서 하고 싶은 말을 했다”며 “상황이 나아질 것(징계가 풀릴 것)이란 희망을 품고 있다”고 말했다.
IOC는 우물쭈물하고 있지만, 러시아는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비탈리 뭇코 러시아 체육부 장관은 WADA 보고서에서 도핑에 개입한 것으로 언급된 체육계 인사 4명에게 정직 처분이 내려졌다고 밝혔다. 러시아는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이 직접 나서 도핑 파문을 진화하고 있다. 푸틴 대통령은 WADA 보고서에 언급된 인사들을 정직시킬 것을 지시했고 “책임에 대한 최종 결정을 내리기 위해 WADA 독립위원회가 좀 더 완전하고 객관적이며 사실에 근거한 정보들을 제공해줄 것을 요청한다”고 밝혔다.
푸틴 대통령은 그러나 러시아 스포츠인들에 대한 도핑 보고서가 명성에 문제가 있는 한 인사의 증언에 기초해 작성됐다며 신뢰성에 의문을 제기했다. 러시아 반도핑기구(RUSADA) 산하 모스크바실험실 소장 출신으로 미국으로 망명해 러시아의 조직적인 도핑 조장, 축소·은폐를 폭로한 그리고리 로드첸코프를 뜻하는 지적이다.
러시아가 푸틴 대통령까지 나서 서둘러 관련자들을 징계한 건 CAS로부터 유리한 판결을 받아내고, 리우올림픽 출전 금지 등의 징계를 피하기 위한 ‘제스처’로 풀이된다.
손우성 기자 applepie@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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