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은 역시 장르 소설의 계절. 휴가철을 맞아 추리, 스릴러, 로맨스 등 장르 소설에 푹 빠져보는 건 어떨까. 올해에는 스티븐 킹, 조조 모예스 등 ‘믿고 읽는 작가’인 스타 작가들의 신작과 국내에는 처음 소개되지만 이미 세계적으로 검증받은 아직은 낯선 작가들의 화제작이 여름 성수기 독자들의 마음을 훔칠 준비를 하고 있다. 숨 막히는 추격전, 환상적인 로맨스를 따라가다 보면 어느새 삼복더위는 저만치 물러나 있을 것이다.

‘메스처럼 예리한 문체로 냉정한 악의 본질을 탐구하는 작가’로 평가받는 미국 작가 피터 스완슨의 ‘죽여 마땅한 사람들’(푸른숲)은 책을 일단 폈으면 밤을 새워서라도 끝을 봐야 하는 소설이다. 올여름 나온 스릴러 소설 중에서 가장 흡입력이 뛰어난 작품이라고 자신 있게 추천한다. 히스로 공항 라운지 바에서 우연히 만난 사업가 테드와 미모의 여성 릴리. 비행기가 지연되자 이들은 전혀 모르는 사이라는 점 때문에 오히려 마음을 털어놓는다. 얼마 전 아내가 바람피우는 장면을 목격한 테드가 아내를 죽이고 싶다고 말하자 릴리는 농담처럼 그를 도와주겠다고 말한다. 이들은 1주일 뒤 전혀 연고가 없는 매사추세츠주 호텔에서 만나기로 약속한다. 마음이 바뀌면 안 나와도 된다는 동의하에. 소설은 추리 스릴러 장르의 전형적 문법을 깨며 매 순간 독자의 예상을 앞질러 간다. 18개국에서 출간됐고 아그니에슈카 홀란트 감독에 의해 영화화될 예정이다.

역시 국내에서 처음 소개되는 노르웨이 작가 사무엘 비외르크의 화제의 데뷔작 ‘나는 혼자 여행 중입니다’(황소자리)는 32개 언어로 번역된 작품으로 최근 전 세계적으로 붐을 일으키고 있는 북유럽 소설의 저력을 재확인하고 있다. 숲 속에 인형 옷을 입은 소녀의 사체가 발견되면서 소설은 시작된다. 목에 걸린 푯말에는 이렇게 적혀 있다. ‘나는 혼자 여행 중입니다.’ 쉰 네 살의 이혼남 베테랑 수사관 홀거 뭉크에게 사건이 배당되고, 그는 놀라운 직관력을 지녔지만 지금은 술과 약에 취해 죽을 날만 기다리고 있는 미아 크뤼거를 팀에 끌어들이려 한다. 미아는 뭉크의 제안을 거부하지만, 특유의 예민함으로 이번 사건이 한 번으로 끝나지 않을 것임을 직감한다. 인간의 본성에 대한 성찰, 특유의 사회적 비판 의식, 어둡고 서늘한 느낌이라는 북유럽 스릴러의 특징을 고스란히 보여준다.

캐나다 작가 에밀리 세인트존 맨들의 첫 번째 공상과학(SF) ‘스테이션 일레븐’(북로드)은 2015년 아서클라크 상 수상작이자 타임지 선정 최고의 책으로 ‘우리는 모르지만 세계가 아는 화제작’이다. 할리우드 배우 아서 리앤더가 ‘리어왕’ 공연 도중 심장마비로 쓰러질 무렵 독감 보균자를 실은 비행기 한 대가 착륙한다. 곧 빠르고 치명적인 전염병은 인류의 99.9%를 휩쓸어간다. 그로부터 20년 후. ‘생존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는 문장을 새긴 유랑 악단이 떠돌아다니며 셰익스피어 작품을 공연한다. ‘리어왕’에 아역으로 출연했던 커스틴은 아서가 준 그래픽 노블 ‘스테이션 일레븐’을 애지중지한다. 소설은 유랑악단, 문명박물관, 스테이션 일레븐을 매개로 세상의 끝 전후 수십 년 이야기를 풀어낸다. 인류 종말 서사 중 가장 아름다운 이야기라는 평가는 직접 확인해보길 바란다.

최현미 기자 chm@munhwa.com
최현미

최현미 논설위원

문화일보 /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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