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월에 문경새재 도립공원 내에 위치한 드라마 오픈 세트장에서 사전제작 중인 드라마 촬영 현장을 둘러볼 기회가 있었다. 따갑게 내리쬐는 햇발도 아랑곳하지 않고 좀 더 완성도 있는 한 장면을 만들기 위해 수도 없이 재촬영을 반복하며 구슬땀을 흘리던 출연 배우들과 제작 스태프들의 모습이 쉽게 잊히지 않는다. 힘들지 않으냐고 물었더니 누군가가 이렇게 답했다. “드라마 제작은 알파고 시대가 와도 사람이 직접 해야 하는 힘든 작업입니다”라고. 사람의 창의력에 기반을 두고 있는 방송콘텐츠 산업은 인공지능 시대에도 여전히 노동집약적 성격이 강하다. 그러나 이런 창의력 때문에 방송콘텐츠 산업의 부가가치 창출 효과 또한 무궁무진하다. 문화융성과 높은 경제적 파급효과는 이른바 ‘알파고 시대’에도 정부가 앞장서서 방송콘텐츠 산업을 육성해야 하는 이유다.
1990년대 방송콘텐츠를 중국으로 수출하던 때부터 최근 중동까지 한류 열풍을 이끌어내는 데 있어 드라마는 핵심적인 역할을 해왔다. 그러나 한국 드라마의 성장이 촬영 날짜에 임박해 나오는 쪽대본과 한정적 제작비로 인한 빡빡한 촬영일정, 며칠씩 이어지는 밤샘작업 등 열악한 여건 속에서 이뤄졌다는 점을 떠올리면 드라마 제작 인력의 열정과 노고에 새삼 감사의 말을 전하고 싶다. 최근 우리 방송콘텐츠는 소재·장르·포맷 등 다양하게 해외로 진출하고 있다. 제작주체도 지상파사업자뿐 아니라 방송채널사용사업자까지 확장되고 있으며, 해외 자본의 투자를 받아 자본력을 갖춘 대형 제작사도 속속 등장하고 있다. 또, 미디어 환경 변화에 따라 방송콘텐츠를 직접 송출하기보다 온라인 전송권을 판매하는 경우도 늘고 있다. 한국에서는 지상파에서 방송됐지만, 중국에서는 온라인 동영상 사이트에 동시 방영돼 올 상반기 공전의 히트를 기록한 ‘태양의 후예’가 대표적 사례다. 아울러 최근에는 예능 프로그램을 중심으로 한국 프로그램의 구성과 줄거리 등을 바탕으로 한국 제작인력이 참여해 현지 출연진을 등장시키는 ‘포맷 수출’도 활성화되고 있다.
모든 국가가 한류 콘텐츠를 환영하는 것은 아니다. 자국의 방송 산업 육성과 문화 정체성을 지키기 위한 규제 강화 움직임도 나타나고 있으며, 한류 콘텐츠의 성공에 대한 경계감이 한류 콘텐츠 재도약에 찬물을 끼얹을 수 있다. 한·중 합작 형태로 제작되는 드라마의 경우, 중국이 해외 프로그램에 적용하는 규제 때문에 사전제작으로 진행되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다. 방송통신위원회에서는 자유무역협정(FTA) 후속조치로 공동제작 협정 확대를 추진 중에 있으며, 중국 정부와는 지난해 공동제작 협정을 위한 협의체를 구성하는 데 합의하고 6월 말 두 번째 회의를 개최했다. 공동제작은 협력을 통해 상생발전을 모색하는 윈윈 모델이며, 양 국가의 제작 참여로 이뤄진 프로그램에 대해서는 상호 완화된 규제가 적용되는 등 실질적인 콘텐츠 교류협력 확대 기반을 마련할 수 있다.
네덜란드 철학자 요한 하위징아는 저서 ‘호모 루덴스’에서 인간의 본질은 “유희, 즉 노는 것”이라고 말했다. 요즘과 같이 온라인 서비스 등을 통해 ‘볼거리’ 접근이 쉬워지고 풍부해진 시대에 콘텐츠 시청은 그 자체로 새로운 유희요, 놀이의 한 부분으로 다가와 있는 듯하다. 콘텐츠 강국, 스토리 강국으로서 우리 방송콘텐츠가 앞으로도 대중성·오락성·예술성 등 다양한 가치를 조화시켜 전 세계인에게 사랑받을 수 있기를 기대한다. 시대 변화에 맞춘 방송계의 창의적 혁신 노력과 정부의 제도적 지원이 결합된다면 새로운 한류를 이끌어가는 든든한 맏형으로서의 역할을 우리 방송콘텐츠가 지속해 나갈 수 있으리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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