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 시칠리아 국제 발레 콩쿠르를 한국 발레 유망주들이 휩쓸어 화제가 됐습니다. 1∼3등을 거머쥐는 등 총 10명의 입상자를 냈죠. 시칠리아 콩쿠르가 한국인 독무대가 된 지는 꽤 됐습니다. 이 대회는 2011년부터 국내 무용수들이 석권하고 있어, 유럽 언론의 주목을 받고 있습니다.
올해만 벌써 수차례 입상 소식이 들려왔습니다. 4월 러시아 아라베스크 콩쿠르에서 4명, 5월 스페인 바르셀로나 콩쿠르에서 5명 등 나갔다 하면 싹쓸이. 세계 최대 발레 콩쿠르로 꼽히는 ‘유스 아메리카 그랑프리’에서도 서희(2003), 김기민(2012), 전준혁(2016) 3명의 대상 수상자가 나왔습니다. ‘발레 한류’라고 불릴 만합니다. 정점은 김기민의 ‘브누아 드 라 당스’ 수상. 무용계 오스카상인 이 세계적 권위의 상은 1999년 강수진 국립발레단장이 받은 바 있습니다.
‘발레 한류’의 원동력은 뭘까. 교과서처럼 말하자면, 무용수들의 우수한 신체 조건과 탁월한 기술, 그리고 노력이 더해진 결실입니다. 그렇다 해도 무더기 수상은 기이한 현상이긴 합니다. 해외에서 호기심 반 의구심 반으로 종종 “대체 한국에서 어떤 교육을 하는 거냐”고 묻는다고 합니다. 한 무용 평론가는 “모든 걸 계량화하고, 등수를 매겨 치열하게 경쟁시키는 한국식 교육 문화가 영향을 끼친 걸 부정할 수 없다”고 했습니다.
최근 만난 한 무용 관계자는 보다 의미심장한 이야기를 했습니다. 결국, 생존 때문이라는 겁니다. “무용으로 먹고살기 힘드니까요. 청년 취업난 문제? 국내 무용계도 다르지 않죠. 발레가 예술이지만, 무용수에겐 직업이잖아요. 취업(발레단 입단) 문이 좁으니, 스펙(콩쿠르 입상 경력)을 더 쌓을 수밖에요.”
해마다 발레 무용수가 몇 백 명씩 쏟아지지만, 이들을 수용할 국내 발레단은 몇 개 없습니다. 국제적인 수준과 규모를 갖추고 무용수를 ‘먹고살게’ 해 줄 수 있는 곳은 국립발레단과 유니버설발레단 정도. 그마저 한 해 10명이 채 안 되게 뽑습니다. 이 관계자는 “개인의 꿈도 작용하겠지만, 실질적으로 현실의 문제 탓에 해외로 눈을 돌릴 수밖에 없다”고 했습니다. 해외 발레단 관계자들, 이른바 스카우트들이 모이는 콩쿠르는 이러한 무용수들에게 최적의 장소죠. 그런데 “가장 효과적이면서, 유일한 길”이라는 그의 말이 안타깝습니다. “여전히 동양 무용수에 대한 편견이 강해요. 해외 발레단에 입단 원서라도 한번 내 보려면 콩쿠르 입상이 필수예요. 해외에서 활약 중인 한국 무용수들을 좀 보세요, 소속 발레단 외국 무용수보다 곱절이나 되는 수상 경력을 보유하고 있죠.”
치열한 경쟁은 수상 경력 인플레이션을 낳았고, 성장한 무용수들은 해외로 떠났습니다. 결과적으로 ‘발레 한류’가 돌아왔으니, 열악한 국내 현실에 고마워해야 할까요.
pdm@
올해만 벌써 수차례 입상 소식이 들려왔습니다. 4월 러시아 아라베스크 콩쿠르에서 4명, 5월 스페인 바르셀로나 콩쿠르에서 5명 등 나갔다 하면 싹쓸이. 세계 최대 발레 콩쿠르로 꼽히는 ‘유스 아메리카 그랑프리’에서도 서희(2003), 김기민(2012), 전준혁(2016) 3명의 대상 수상자가 나왔습니다. ‘발레 한류’라고 불릴 만합니다. 정점은 김기민의 ‘브누아 드 라 당스’ 수상. 무용계 오스카상인 이 세계적 권위의 상은 1999년 강수진 국립발레단장이 받은 바 있습니다.
‘발레 한류’의 원동력은 뭘까. 교과서처럼 말하자면, 무용수들의 우수한 신체 조건과 탁월한 기술, 그리고 노력이 더해진 결실입니다. 그렇다 해도 무더기 수상은 기이한 현상이긴 합니다. 해외에서 호기심 반 의구심 반으로 종종 “대체 한국에서 어떤 교육을 하는 거냐”고 묻는다고 합니다. 한 무용 평론가는 “모든 걸 계량화하고, 등수를 매겨 치열하게 경쟁시키는 한국식 교육 문화가 영향을 끼친 걸 부정할 수 없다”고 했습니다.
최근 만난 한 무용 관계자는 보다 의미심장한 이야기를 했습니다. 결국, 생존 때문이라는 겁니다. “무용으로 먹고살기 힘드니까요. 청년 취업난 문제? 국내 무용계도 다르지 않죠. 발레가 예술이지만, 무용수에겐 직업이잖아요. 취업(발레단 입단) 문이 좁으니, 스펙(콩쿠르 입상 경력)을 더 쌓을 수밖에요.”
해마다 발레 무용수가 몇 백 명씩 쏟아지지만, 이들을 수용할 국내 발레단은 몇 개 없습니다. 국제적인 수준과 규모를 갖추고 무용수를 ‘먹고살게’ 해 줄 수 있는 곳은 국립발레단과 유니버설발레단 정도. 그마저 한 해 10명이 채 안 되게 뽑습니다. 이 관계자는 “개인의 꿈도 작용하겠지만, 실질적으로 현실의 문제 탓에 해외로 눈을 돌릴 수밖에 없다”고 했습니다. 해외 발레단 관계자들, 이른바 스카우트들이 모이는 콩쿠르는 이러한 무용수들에게 최적의 장소죠. 그런데 “가장 효과적이면서, 유일한 길”이라는 그의 말이 안타깝습니다. “여전히 동양 무용수에 대한 편견이 강해요. 해외 발레단에 입단 원서라도 한번 내 보려면 콩쿠르 입상이 필수예요. 해외에서 활약 중인 한국 무용수들을 좀 보세요, 소속 발레단 외국 무용수보다 곱절이나 되는 수상 경력을 보유하고 있죠.”
치열한 경쟁은 수상 경력 인플레이션을 낳았고, 성장한 무용수들은 해외로 떠났습니다. 결과적으로 ‘발레 한류’가 돌아왔으니, 열악한 국내 현실에 고마워해야 할까요.
pdm@
주요뉴스
시리즈
이슈NOW
기사 추천
- 추천해요 0
- 좋아요 0
- 감동이에요 0
- 화나요 0
- 슬퍼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