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까진 사퇴거론 어려워”
전날 강경기류와는 달라져

진실여부 떠나 국정에 부담
향후 사태 확산여부 따라
‘자진사퇴론’ 불거질 가능성


우병우 청와대 민정수석에 대해 사흘째 새로운 의혹이 제기되면서 우 수석 문제를 대처하는 청와대 기류에 변화 조짐이 감지되고 있다. 최초 의혹이 제기된 18일에는 “문제 될 것 없다”고 강경 입장을 보였으나 20일 오전부터 ‘자진사퇴 불가피’로 반전하는 분위기다.

박근혜 대통령은 아셈 서밋(아시아유럽정상회의) 참석을 위한 몽골 순방을 마친 뒤 귀국해 관련 보고들을 받고 대처 방안을 깊이 고심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정연국 청와대 대변인이 이날 “대통령 국정 운영에 누가 되는 것 아니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본인이 판단하겠지”라고 밝힌 것도 이를 짐작하게 하는 대목이다.

이에 앞서 정 대변인은 기자들과 만나 “(우 수석의 거취는) 본인이 판단할 것”이라고 밝혔다. 정 대변인은 우 수석과 관련해 각종 의혹이 쏟아지는 상황이 ‘박 대통령에게 누가 되는 것 아니냐’는 질문에 “본인이 지금까지 나온 것에 대해 사실무근이라고 이야기하지 않았느냐”고 말하면서도 이같이 언급했다.

이후 정 대변인의 발언을 놓고 청와대 내부에선 엇갈린 해석이 나왔다. 평소 정제된 언급을 하는 청와대가 우 수석에 대한 의혹을 심각하게 받아들이는 것 아니냐는 것이다.

정 대변인은 자신의 발언이 우 수석의 자진 사퇴를 압박하는 것이라는 해석으로 이어지자 다시 춘추관 기자실을 찾아 “(본인이 판단할 것이라는 발언은) 오해의 소지가 있다. 아직까지는(사퇴를 거론하기에 이르다), 수사결과가 나와봐야 하니까”라고 해명했다.

그러나 ‘아직까지는’이라는 발언도 전날 청와대의 강경한 기류와는 확연히 달라진 분위기로 보인다. 상황 전개에 따라 우 수석의 자진 사퇴 불가피론이 청와대 내부에서 불거질 가능성을 엿보게 하는 대목이다.

이런 가운데 이날 우 수석은 청와대 기자실인 춘추관을 직접 방문해 자신에게 가해진 의혹들에 대해 조목조목 해명했다. 일단 우 수석은 그동안 제기된 의혹에 대해 소상히 설명하는 등 강경 대응 기류를 유지했다. 그러면서 자진 사퇴 의사가 없다는 점을 명확하게 밝혔다. 청와대는 당사자인 우 수석이 관련 의혹과 자신의 연결 지점에 대해 철저히 부인하고 나선 점, 그리고 내부적으로 우 수석에 대한 동정론이 상당하다는 점에서 일정 기간 여론의 추이를 주시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이 같은 해명에도 불구하고 새로운 의혹이 연일 나오고 있어 국정운영 차원에서 청와대로서도 더 이상 인내하기는 어려운 게 아니냐는 전망이 힘을 얻고 있다. 청와대의 한 관계자는 “우 수석은 언론들이 의혹 제기성 허위 보도를 하고 있다고 언급하지만 사실관계를 떠나 국정 운영에 부담이 되는 측면이 있다”면서 “아무도 공개적으로 말은 못하지만 우 수석이 이쯤에서 결단을 내려야 하는 것 아니냐는 얘기도 나온다”고 전했다.

청와대의 또 다른 관계자는 “여론의 움직임이 상당히 좋지 않다는 점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있지만 박 대통령은 의혹만으로는 우 수석을 교체하지는 않을 것”이라며 “설사 민정수석을 교체하더라도 일정 시일이 지난 뒤에 단행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전직 청와대 고위 인사 역시 “내가 본 우 수석은 자리를 이용해 자기 장사를 할 사람이 아니다. 업무 처리가 똑 부러지고 강직한 사람이어서 대통령의 신임이 남다르다”고 말했다.

김만용 기자 mykim@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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