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한국사회갈등해소센터 조사에 따르면, 조사대상 91.8%가 우리 사회의 갈등이 심각한 수준이라고 진단했다. 그럼에도 문제 해결의 책임이 있는 정부의 문제 해결 노력은 낮은 수준으로 조사됐다. 정부 부처들이 갈등 해소를 위한 매뉴얼을 준비하고 있다고 하지만, 갈등관리를 위해 효과적으로 그 매뉴얼을 활용하지는 못하고 있으며, 상황에 따라 효과적으로 활용하기 위한 전략도 부재하다. 동남권 신공항, 사드 배치 등 대형국책사업과 같이 엄청난 갈등이 예상되는 정책들을 성급하게 발표하고 난 뒤 증폭되는 갈등을 사후에 해결하겠다는 생각은 너무도 안이한 갈등관리방식이다. 이제 송전선·발전소와 같은 기피시설이나 혐오시설을 건설할 때 지역주민의 반대는 ‘상수’라고 생각해야 하고 이에 대비한 철저한 사전준비가 필수적이다. 또한, 사드 배치 지역으로 발표된 성주에서 폭력시위를 주도했다고 보도된 ‘외부세력들’의 존재 역시 ‘상수’로 간주해야 한다. 이들은 현재 우리 사회갈등을 구성하는 필연적 요소 중의 하나이며, 국책 갈등 해소를 위해 반드시 넘어야 할 험난한 산이기도 하다.
이런 ‘상수’가 함께 하는 갈등의 해결을 위해서는 세 가지 조건이 필요하다. 첫째, 장관을 비롯한 공무원의 협상조정역량의 수준을 높여야 한다. 정책을 만들어가는 과정에서 이해당사자들, 전문가들, 그리고 일반 국민을 포함시킨 정책조정과정이 필요하며 공무원에게 가장 필요한 업무수행역량 중 하나가 정책 결정 과정에서의 협상 조정력일 것이다.
둘째, 국가적 사안은 전체 국민의 시각에서 갈등을 풀어야 한다. 소수의 이해 당사자에 국한된 갈등이 아닌 전 국민에게 영향을 미치는 사안으로 문제 해결을 위한 책임의 수준을 끌어올려야 한다. 소위 공론조사방식의 도입이 필요하며 일반 국민의 상식적 시각에서 문제 해결을 시도해야 한다. 새만금 갯벌·송전선·원자력발전소·신공항 등의 이슈는 국민 전체의 입장을 들어야 하는 만큼 국민의 시각에서 풀어가야 하는 갈등이지 소수의 이해당사자나 전문가만으로 풀어선 안 된다. 소수 이해당사자만의 협상으로 문제를 풀다 보면 자연히 인센티브를 주게 되고, 그 과정에서 보상액은 해가 갈수록 천정부지로 뛰어오르게 된다. 이제 경제적 보상으로 갈등을 해소하는 시기는 지났다. 국책사업으로 고통받는 지역주민들을 위해 충분한 조치를 하되, 그들의 고통 속에 혜택을 받는 소비자들은 그에 합당한 대가를 지불해야 할 시대가 됐다.
셋째, 패키지 딜은 필수적이다. 지역에 이익이 되는 사업을 유치할 때는 기피시설이나 혐오시설 등도 함께 패키지로 유치해야 한다는 원칙을 정할 때가 됐다. 가령, 법무타운을 유치하면서 교정시설은 받지 않겠다면 어디로 그 시설을 보내란 말인가. 교정시설을 수용하지 않음으로써 갈등을 유발해 사회적 비용을 지불해야 한다면 법무타운을 유치한 지역에서 적절한 갈등유지비용을 지불해야 한다.
따라서, 정부정책으로 인해 발생한 갈등을 해결하기 위해서 정부는 우선적으로 국무조정실을 중심으로 갈등관리를 위한 전략적 매뉴얼을 만들어 한 부처의 갈등이슈라 할지라도 전 부처 차원에서 전략을 마련해야 한다. 그리고 갈등 현안이 많은 정부 부처들은 갈등관리전담부서와 조정관을 지정해야 한다. 무엇보다도 이번 국회는 정부의 갈등관리기본법을 제정해 체계적인 갈등관리와 함께 갈등관리 전문가를 정부부처와 사회 각 분야에서 육성하도록 지원해야 마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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