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도 제2의 뽀로로 키워야
최근 영국 독서협회는 재미있는 조사를 하나 했다. 흔히 하는 어렸을 때 재미있게 읽었던 ‘책’이 아니라 어릴 때 좋아했던 책 속 ‘캐릭터’를 조사한 것이다.
가디언 등 영국 언론에 따르면 조사 결과는 영국에서도 예상 밖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아기곰 푸우’의 주인공 푸우(사진)가 마법사 해리 포터를 제치고 1위를 차지한 것이다. 푸우는 흔히 디즈니 만화에 나오는 캐릭터로 알고 있지만 실제로는 1926년 영국 동화작가 알란 알렉산더 밀른이 아들에게 읽어주기 위해 쓴 책의 주인공이다.
2위는 해리 포터가 차지했고, 3위는 영국 작가 에니드 블라이턴의 어린이 어드벤처 동화인 ‘페이머스 파이브’ 주인공 중 왈가닥 소녀인 조가 이름을 올렸다. 4위는 영국 작가 존 로널드 루엘 톨킨의 ‘호빗’에 나오는 빌보 배긴스, 5위는 영국 작가 로알드 달의 어린이 소설 ‘마틸다’의 천재 소녀 마틸다였다. ‘나니아 연대기(클라이브 스테이플스 루이스 작)’의 루시, ‘모자 속 고양이(닥터 수스 작)’의 고양이, ‘노란 강아지 스폿(에릭 힐 작)’의 스폿, ‘샬롯의 거미줄(엘윈 브룩스 화이트 작)’의 샬롯, ‘난 작가가 될 거야(재클린 윌슨 작)’의 트레이시 비커 등 1위에서 10위까지 차지한 캐릭터 중 8개가 영국 작가들의 만들어 낸 캐릭터다.
우리에게 일부 익숙하지 않지만 이들 동화 속 캐릭터는 만화와 영화, 뮤지컬 등으로도 만들어진 세계적인 캐릭터들이다. 세계적 캐릭터에 영국인이 만든 캐릭터도 상당수를 차지하고 있는 것이다. 올해 탄생 90주년을 맞은 푸우는 애니메이션은 물론 장난감과 인형으로 가장 많이 만들어진 곰이라는 명성을 가지고 있다. 해리 포터는 영화로만 70억 달러(약 8조 원)가 넘는 부가 수익을 얻었고, 페이머스 파이브도 최근 영화 성공으로 속편 제작에 들어간 상태다.
호빗은 영화 수익뿐 아니라 촬영지인 뉴질랜드까지 유명 관광지로 만들었다. 마틸다는 2010년 뮤지컬이 초연된 뒤 여전히 인기작으로 자리 잡고 있다.
어렸을 때 사람들이 읽으며 친밀하게 느꼈던 동화 속 캐릭터들이 영화와 오락, 여행 등 다른 시장에서도 엄청난 힘을 발휘하고 있는 것이다. 최근 세계적인 열풍을 몰고 있는 ‘포켓몬 고’도 이제는 성인이 된 당시 어린이 관객들의 향수를 자극했기 때문이다.
이러한 캐릭터의 힘이 시장을 좌우하고 있지만 우리에게는 아직 세계에 내세울 만한 캐릭터가 뽀로로밖에 없는 게 현실이다. 캐릭터의 힘을 알면서도 세계인이 함께할 만한 캐릭터를 제대로 만들지 못하고, 그나마 캐릭터가 나와도 부가상품 개발을 소홀히 했다. 뒤늦게라도 뽀로로를 이용해 포켓몬 고와 같은 증강현실 게임 제작에 들어갔다니 위안이라면 위안이다.
김석 기자 suk@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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