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信評社·회계법인 ‘변화 기로’

과점체제 ‘붕어빵 등급’ 남발
평가제 개선·제 4평가사 등
‘경쟁체제 도입’ 적극검토키로

부실감사 회계법인 처벌 강화


자본시장의 파수꾼으로 불리는 신용평가사와 회계법인이 제구실을 못하고 있다는 비판 속에 변화의 기로에 서 있다. 특히 ‘제4 신평사’ 논의가 활발하게 진행되면서 정부 울타리 안에서 보호받던 신평사들이 본격적인 경쟁 체제로 전환할 준비를 하고 있다.

21일 금융위원회와 관련 업계에 따르면 금융위는 이르면 8월 안으로 신용평가산업 발전을 위한 제도개선 방안을 내놓을 계획이다. 이 안에는 제4 신평사 인가 요건 등을 개선해야 한다는 내용이 담길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연간 1조 원대 규모인 신용평가 시장은 나이스신용평가와 한국기업평가, 한국신용평가 3곳이 과점하고 있는 구조다. 제4 신평사를 노리는 서울신용평가와 FN가이드 등은 “신평사의 과점 체제로 인해 부실이 드러나야 등급을 내리는 ‘뒷북 등급’과 신평사별 특색 없이 붕어빵처럼 등급을 찍어내는 구조적인 문제가 발생했다”며 본격적인 경쟁 체제로 전환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일각에선 반대의 목소리도 나온다. 금융연구원 관계자는 “제4 신평사가 신용평가시장에 경쟁을 불러오기보다는 3곳이 나눠 먹던 시장을 4곳으로 쪼개는 효과에 그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금융위 관계자는 “제4 신평사를 인가하는 데 가장 중점적으로 고려하는 부분은 시장에 경쟁을 촉진하는 정책적 효과가 있는 지 여부”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제4 신평사 도입 외에도 경쟁 촉진을 위해 기업이 신평사 2곳 이상에 등급을 받아야 하는 현행 ‘복수평가제’를, 한 곳에서만 받아도 되는 ‘단수평가제’나 신평사를 돌아가며 등급을 받는 ‘순환평가제’로 전환하는 방안 등이 검토되고 있다.

또 다른 자본시장의 파수꾼인 회계법인이 기업의 재무상황을 제대로 감시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커지면서 금융감독원은 부실 감사 회계법인에 처벌을 강화한다는 방안을 내놓기도 했다.

일각에서는 기업과 신용평가, 회계법인의 갑을 관계를 개선하지 않고선 ‘땜질 처방’에 불과할 것이라는 회의적인 목소리도 나온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자본시장실장은 “제4 신평사 도입이나 회계법인의 책임 강화만으로 자본시장에 워치도그(Watchdog)들이 제 역할을 할 수 있게 하는 정책적인 효과를 가져올지는 미지수”라고 했다.

윤정선 기자 wowjota@munhwa.com
윤정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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