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개혁 500주년 토론회 분석

“복음만을 주장하며 기독교를 ‘성공의 종교’로 오도하려는 모든 ‘영적 기업 문화’에 저항해야 할 때입니다.”

양현혜(사진) 이화여대 기독교학부 교수는 19일 서울 종로구 한국기독교회관에서 열린 ‘종교개혁 500주년 기념 토론회’에서 기독교와 서구 자본주의 문명을 같은 것으로 보게 된 한국개신교의 도입과정을 분석하며, 왜 한국교회가 그동안 성장주의에 골몰해 왔는지를 분석했다.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 종교개혁500주년기념사업특별위원회가 주최한 토론회에서 양 교수는 ‘일제 식민지 시기까지의 한국교회사와 그 반성’이란 주제 발표에서 “개신교 전래는 농업문명에 머물던 동아시아가 산업문명의 세계 질서로 강제로 편입되는 시기였으며 조선은 이에 적응하지 못해 식민지로 전락했다”며 “이런 상황에서 당시 외국 선교사의 80%를 차지하는 미국 선교사들은 그들이 복음이라고 믿었던 ‘자본주의적 복음주의’를 힘들이지 않고 조선에 이식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양 교수는 “미국 개신교는 자본주의가 가져온 풍요와 번영을 신의 축복으로 찬미하고 산업문명을 신성화하는 것이 보통이었다”며 “이런 과정에서 조선인들은 기독교와 자본주의 문명이 다르다는 것을 구별하기 어려운 상황이었다”고 지적했다.

이에 따라 한국 교회는 교회 자체가 자본주의적 기업으로 변형돼 왔다는 양 교수는 “성공한 목회, 올바른 목회의 기준을 대형화에다 두다 보면, 교회와 기업을 혼동하게 된다”며 “한국교회의 특징을 ‘영적 기업 문화’(spiritual enterprise culture)로 진단한 사회학자 데이비드 마틴의 연구는 한국교회가 ‘기형적’ 종교가 되었다는 뼈아픈 지적”이라고 말했다. 양 교수는 “기독교의 가치와 이윤의 극대화를 최우선적으로 하는 자본주의 문명의 가치는 동일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오히려 대치되기까지 한다”며 “예수님의 발 아래 값비싼 향유를 붓는 여인처럼 ‘사랑’이라는 ‘고귀한 낭비’를 가르치는 기독교 정신은 대안적 삶의 방식을 모색하게 하는 정신”이라고 강조했다.

김주한 한신대 교수의 사회로 진행된 이날 토론회에서는 최태육 예수님의교회 목사가 ‘학살과 기독교인들의 배타성’을, 성백걸 백석대 교수가 ‘민주화 이후 한국교회가 걸어온 길을 반성하면서’ 등을 발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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