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어디서 오셨지요?”
여직원이 물었으므로 박서현이 눈썹을 찌푸린 얼굴로 시선을 주었다.
“오늘 3시 반에 약속을 했는데요.”
“아, 박서현 씨죠?”
자리에서 일어선 여직원이 옆쪽 상담실로 안내했다. 얼핏 시선을 주었지만 변호사 사무실의 직원은 4명, 손님이 3명쯤 된다. 안쪽이 변호사 방이었는데 사무실도 꽤 넓었다. 이곳도 서초동의 변호사 타운이다. 상담실로 들어선 박서현은 그때야 선글라스를 벗고 자리에 앉았다. 소파 1조가 놓인 상담실은 깨끗했다.
“잠깐만 기다리세요.”
사근사근 말한 여직원이 방을 나갔을 때 박서현이 다시 숨을 뱉었다. 이계성 변호사는 ‘대포차 관련 전문변호사’다. 인터넷에서 찾아내고 부랴부랴 약속을 잡았는데 내일 서초경찰서에 출두하기 전에 변호사하고 합의를 해야 한다. 그러지 않으면 교도소에 갈 수도 있다는 것이다. 전(前) 같으면 경찰에 걸리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대포차를 탄 지 1년이 넘었어도 잘만 타고 다녔던 것이다. 반의반 값에, 그것도 외제차를, 거기에다 세금, 보험료도 안 내고 타는 걸 누가 마다할 것인가? 그런데 TV에서 얼굴이 팔렸기 때문인지 멀쩡한 대낮에, 그것도 방배동 사거리에서 경찰차에 잡히다니, 호사다마다. 그때 방문이 열리더니 사내 하나가 들어섰다. 대머리, 건강한 체격, 말끔한 맞춤 양복에 반짝이는 구두, 얼굴에는 웃음이 떠올라 있다.
“기다리셨죠?”
앞쪽에 앉으면서 사내가 부드럽게 물었다. 사내한테서 옅은 향수 냄새가 났다. 변호사다.
“아뇨, 방금 왔어요.”
“사무장한테 서류 보내주신 것 받아 보았습니다.”
변호사가 지그시 박서현을 보았다.
“요즘 대포차 단속이 엄해져서요. 벌금 내고 끝내는 정도가 아닙니다. 각종 범죄에 이용되다 보니까 아주 골치 아프게 되었습니다.”
변호사의 얼굴에서 웃음이 지워졌다.
“더구나 그 차는 3년 전에 도난당한 차인 데다 뺑소니 사고까지 일으켰더군요.”
“네?”
박서현의 입에서 외마디 외침이 터졌다. 이게 웬 날벼락이냐? 그때 변호사가 긴 숨을 뱉었다.
“잘못하면 구속될지도 모르겠는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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