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5일 경북 청도군 청도초등학교가 주최한 사제동행 동아리 ‘해피 풀 마인드’에 참가한 학생들이 놀이용 진흙으로 마을 꾸미기를 하며 즐거워하고 있다.  청도초등학교 제공
지난 15일 경북 청도군 청도초등학교가 주최한 사제동행 동아리 ‘해피 풀 마인드’에 참가한 학생들이 놀이용 진흙으로 마을 꾸미기를 하며 즐거워하고 있다. 청도초등학교 제공
경북 청도초교‘해피 풀 마인드’

“영화에서 본 엄청나게 큰 에베레스트 산을 만들었어요. 선생님이랑 하는 것들은 다 재밌고 좋아요.”

함께하는 체험활동으로 자기표현 능력은 물론, 선생님에 대한 친밀감과 존경심을 키우고 있는 아이들이 있다.

지난 15일 경북 청도군 청도초등학교 사제동행 동아리 ‘해피 풀 마인드’의 ‘마을 꾸미기 및 전지 벽화 그리기’ 활동에 참가한 이 학교 4학년 양재혁(10) 군은 웃으며 이렇게 말했다.

양 군은 “이번 활동이 지금까지 했던 프로그램 중 가장 재밌었다”며 “맛있는 초코파이도 먹고 너무 좋다”고 했다. 한 달 가까이 진행된 행사로 전에는 몰랐던 다른 반 친구들도 많이 알게 됐다.

이날 행사에 참여한 10명의 아이는 놀이용 진흙(클레이)으로 자기가 살고 싶은 집이나 나무, 신호등을 만들며 커다란 판 위에 하나의 마을을 꾸몄다. 활동 시간 내내 아이들의 재잘거리는 소리와 웃음소리가 끊이지 않았다.

미술치료 자원봉사자인 이서영(여·26) 씨는 “처음보다 아이들끼리 양보하고 협동하는 모습이 훨씬 많아졌다”며 “그동안 복도에서 마주쳐도 시큰둥하던 아이들이 이제 ‘선생님 좋아요’ 하며 안아줄 때 변화를 느낀다”고 말했다.

경북교육청 후원으로 진행된 이번 행사는 선생님 및 또래 친구들과 함께하는 여러 예술·문화 체험활동을 통해 자기표현 능력을 향상시켜 주기 위해 마련됐다. 교우관계도 향상하고, 선생님에 대한 존경심도 회복하자는 취지도 곁들여졌다.

행사에는 교감 선생님을 비롯한 지도교사 3명과 학부모 2명, 자원봉사자 3명, 학생 12명이 참여했다. 봉사자 중 두 명은 청도초등학교 졸업생으로 사제동행 동아리 활동을 하기 전부터 아이들을 위해 미술치료 자원봉사를 하는 등 학교와 깊은 인연을 맺고 있다. 경북교육청에서 130만 원을 지원해 지난달 24일부터 오는 10월 7일까지 진행되며 총 15회에 걸쳐 다양한 프로그램이 기획돼 있다.

특히 아이들은 프로그램 중 하나인 원예활동 ‘상추 가꾸기’에 높은 관심을 보였다. ‘내 것’이 생긴 아이들은 아침마다 상추에 물을 주고, 다른 친구가 물 주기를 깜빡했을 때는 “야, 너희 상추에 내가 물 줬어”라며 서로 도와주기도 했다. 강수원(10) 양은 “손으로 이것저것 하는 게 즐겁다”며 “지난번에 물 주는 걸 잊을 뻔했는데, 선생님이 ‘상추가 얼마나 목마르겠니’라고 하셔서 물을 줄 수 있었다”고 말했다.

지난달 24일 ‘그림 및 심리검사’ 프로그램을 시작으로 첫 활동에 나선 동아리는 10월까지 매주 금요일 자아존중감 향상 프로그램과 야외 및 문화체험, 미술놀이, 봉사활동을 함께 진행한다. 여름방학 때는 기차를 타고 부산에 내려가 아쿠아리움을 견학하고 바다 구경도 할 계획이다. 활동이 마무리되는 10월에는 작은 전시회를 열어 동아리 결과물들을 공개할 예정이다.

행사를 주관한 박명숙(여·56) 수석교사는 “집중력이 부족해 쉽게 흐트러지던 아이들이 활동에 몰입하는 모습을 보면 나도 모르게 미소가 지어진다”며 “시골이다 보니 프로그램이 열악한 편이지만, 아이들에게는 공부보다 인성 교육이 중요하다고 생각해 이번 행사를 계획하게 됐다”고 밝혔다.

박 교사는 이어 “한 번의 행사로 아이들이 자라면서 생긴 응어리들이 모두 해소되긴 어려울 것으로 생각한다”며 “이런 행사를 지속적으로 마련해 장기적으로 아이들의 성장을 지켜볼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수민 기자 human8@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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