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일부터 열리고 있는 올해 미국 공화당 전당대회는 정말 ‘백인들의 잔치’였다. 첫날 전당대회가 열린 오하이오주 클리블랜드의 농구경기장 ‘퀴큰론스 아레나’에 들어선 순간 대의원들의 인종적 동질성이 한눈에 들어올 정도였다. 각 주·지역마다 경선에서 승리한 후보가 직접 대의원을 선정했는데, 올해 승자는 경선 과정에서 인종차별적 발언을 서슴지 않았던 도널드 트럼프였기 때문이었다. 한때 백인 우월주의 단체인 KKK와의 암묵적 연계 의혹까지 받았던 트럼프가 백인을 대거 대의원으로 선정한 것이다.

이는 트럼프의 선거전략과도 맞물려 있다. 트럼프가 집중 공략한 계층은 백인 노동자·중산층이다. 이들은 전당대회가 열리고 있는 오하이오주를 포함해 중서부 공업지대에 몰려 있으며, 지역경제 쇠락 이후 기성 정치권에 가장 분노하고 있는 계층이기도 하다.

트럼프가 부통령 후보로 마이크 펜스 인디애나 주지사를 선정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인디애나는 오하이오·미시간·위스콘신과 함께 ‘러스트 벨트(쇠락한 공업지대)’ 지역으로, 주 인구의 84.3%가 백인이다. 2014년 미국 전체 백인 인구 비중은 62.2%다.

물론 소수 인종 인사가 없는 것은 아니다. 전당대회 마지막 날인 21일 찬조연설에 나서는 한국계 안과의사인 리사 신(여·48) 박사가 대표적이다. 19일에는 ‘트럼프를 위한 미국 무슬림’ 창립자인 사지도 타라르가 이슬람식으로 마무리 축하기도를 집도하기도 했다. 하지만 전당대회에서 소수 인종은 ‘들러리’에 가까워 보였다. 특히 소수 인종 중 히스패닉계에 이어 2번째로 인구가 많은 흑인은 이번 전당대회에서 거의 전멸 수준이었다. 뉴욕타임스 보도에 따르면 이번 전당대회에서 흑인 대의원은 전체 2472명 중 80여 명에 불과하며, 이는 최근 공화당 전당대회 역사에서 최저 수준이다. 흑인 연설자도 공화당 대선 경선 후보 출신인 벤 카슨과 콜로라도 대의원 대릴 글렌 정도였다. 그런 점에서 이번 전당대회는 공화당이 어려운 조건에서도 소수 인종과의 연대와 화합을 지향해왔던 로널드 레이건, 조지 H W 부시 시대의 전통을 버리고 ‘백인중심주의의 트럼프 당’으로 신장개업하는 게 아니냐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클리블랜드 = 신보영 특파원 boyoung22@munhwa.com
신보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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