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美공화당 전당대회 사흘째

“난 기독교인이자 보수적 당원”
‘트럼프 약점 보완’ 집중 강조

크루즈 끝내 트럼프 지지 안해
“양심에 따라 투표하라” 발언도


미국 공화당의 대통령·부통령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와 마이크 펜스 인디애나 주지사가 전당대회 3일째인 20일 무대에 등장, ‘미국 우선주의’를 공식 선언했다. 특히 트럼프는 이날 등장으로 대선 후보 수락연설을 하는 21일까지 4일 연속 전당대회에 출현하는 이례적 기록도 세웠다. 펜스 주지사는 이날 밤 부통령 후보 지명 수락 연설에서 “여러분의 요청을 받아들이겠다”고 선언했다. 펜스 주지사는 “나는 며칠 전까지만 해도 이 자리에 이렇게 설지 몰랐다”면서 “이런 기회를 갖게 된 것을 감사한다”고 말했다. 특히 펜스 주지사는 “나는 기독교인이자 보수적 공화당원”이라면서 트럼프의 약점을 보완하는 자신의 강점을 집중 강조했다. 펜스 주지사는 “나는 이제 절대 포기하지 않는 대선 후보를 도울 수 있게 됐다”고 덧붙였다. 앞서 뉴욕타임스(NYT)도 이날 가톨릭 민주당원에서 복음주의 기독교 공화당원으로 변신한 펜스 주지사의 여정을 집중 소개한 바 있다. NYT는 펜스 주지사를 공화당의 전통적 가치를 주장해 온 베테랑 정치인으로 규정하면서 “펜스 주지사가 부통령 후보로서 즉흥적이며 직설적 화법의 트럼프의 약점을 보완하는 데 주력했다”고 평했다.

앞서 이날 전당대회에서는 트럼프의 경선 경쟁자였던 테드 크루즈(텍사스) 상원의원과 마코 루비오(플로리다) 상원의원, 스콧 워커 위스콘신 주지사 등 3인방도 연설자로 등장했다. 공화당 주류의 지지를 받았다가 일찌감치 경선을 포기했던 워커 주지사는 “트럼프가 민주당의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보다 낫다”면서 트럼프 지지를 선언했다.

하지만 막판까지 트럼프와 경쟁했던 크루즈 의원은 끝내 트럼프 지지를 선언하지 않으면서 공화당 분열상이 또다시 재현됐다. 크루즈 의원은 20여 분에 걸친 연설에서 트럼프 이름을 단 한 번 언급하면서 “축하한다”는 한마디만 했다. 크루즈 의원은 오히려 대의원들에게 “양심에 따라 투표하라”고 말하면서 일부 트럼프 지지자들의 야유를 받기까지 했다. 결국 크루즈 의원은 트럼프가 전당대회장에 들어선 뒤에야 연설을 끝냈다. 공화당 주류의 지지를 받았던 루비오 의원도 이날 전당대회에 참석하지 않고 동영상을 통한 연설에서 트럼프에 대한 언급은 최대한 자제했고, 클린턴 전 장관 비판에 더 집중했다. 이 같은 공화당의 분열은 장외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전날 전당대회에서 미적지근한 트럼프 지지 의사를 밝혔던 폴 라이언(위스콘신) 하원의장은 이날 오전 국제공화당연구소(IRI)가 주최한 행사에서 “공화당 지도자들은 자치·인권·민주주의라는 신념을 위해 일어서야 하며, 하드파워·소프트파워를 사용해 이런 아이디어들을 수출해야 한다”면서 트럼프의 고립주의 외교를 사실상 비판했다.

클리블랜드 = 신보영 특파원·김대종 기자 boyoung22@munhwa.com
신보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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