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을 둘러싼 의혹이 증폭되는 와중에 우병우 청와대 민정수석비서관이 20일 보여준 모습은 황당하다. 공직자 사정(司正)을 다루는 현 직책의 적임자 여부는 고사하고 공인(公人)의 기본 자질조차 의심케 한다. 우 수석은 한 시간 동안 기자간담회를 가지면서 의혹 전반을 부인했다. ‘공무원은 국민 전체에 대한 봉사자이며, 국민에 대하여 책임을 진다’는 헌법 제7조 1항을 들먹일 것도 없이 기자간담회는 국민 앞에서 얘기하는 것이다. 불법성 여부에 앞서 자신과 가족이 관련된 일로 국민적 우려가 일고 있다. 양식 있는 공직자라면 우선 그런 상황 자체에 대해 국민에게 사과하고, 성의 있게 소명하며, 미흡한 부분은 추후 파악해 국민 앞에 보고하겠다고 해야 한다. 그런데 책상을 치기도 했다고 한다. 오만이 넘치지 않고는 할 수 없는 행태다.

발언 내용은 이런 외양보다 더 심각하다. 우 수석은 “검찰이 오라면 가야 하지만, 어차피 모른다 아니다밖에 할 말이 없다”고 말했다. 수사 가이드라인처럼 비친다. 검찰 및 국정원의 ‘우병우 사단’ 얘기까지 공공연한 상황임을 고려하면 더욱 그렇다. 국민은, 보도 등을 통해 확증된 만큼만 시인하고 곧 새빨간 거짓말로 드러날 주장을 늘어놓는 공직자들을 많이 보아왔다. 우 수석과의 ‘삼각 커넥션’ 의혹이 짚이는 진경준 검사장과 김정주 NXC 회장부터 그랬다.

이런 정황을 종합하면 우 수석은 아직도 자신으로 인해 야기된 물의(物議)의 심각성을 제대로 가늠하지 못하는 것 같다. 2011년 처가(妻家) 부동산 매각과 관련한 의혹만 해도 불과 사흘 새 말이 크게 달라졌다. “매매에 관여한 적 없다”던 말은 “장모 위로차 현장에 있었을 뿐”으로 바뀌더니, 계약서 체결 자리에 동석했다는 관련자 증언까지 나왔다. ‘정상 거래’는 중개인 없는 ‘당사가 거래’로 드러났다. 인사검증 미진 지적에 대해 “차명 재산, 차명 계좌를 들여다볼 수 있는 법적 근거는 없다”는 것도 어이없다. 공개 자료만으로도 언론이 의혹을 제기해 밝혀냈을 정도다. 아들의 의무경찰 복무 특혜 의혹에 대한 해명은 핵심조차 비켜갔다.

박근혜 대통령은 당장 우 수석을 해임해야 한다. 그에 앞서 우 수석 스스로 진퇴 결정에 실기(失機)하지 않기 바란다.

기사 추천

  • 추천해요 0
  • 좋아요 0
  • 감동이에요 0
  • 화나요 0
  • 슬퍼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