禹에 ‘조건적 신임’ 부여했지만
국정운영 관련 피로감은 여전
靑 “소명은 국가안보 소명 뜻해”


박근혜 대통령이 21일 국가안전보장회의(NSC)에서 ‘소명의 시간까지… 고난을 벗 삼아 당당히 소신을 지켜가시기 바란다’고 발언한 이후 청와대 내부에서는 우병우 민정수석의 거취 문제에 대해 함구하는 분위기다. 하지만 우 수석의 처가 부동산 매입 과정과 권력남용에 대한 의혹과 논란이 지속되면서 말을 꺼내지는 않지만 국정운영과 관련된 피로감은 여전히 가시지 않고 있다.

22일 청와대 참모들은 박 대통령의 NSC 발언은 우 수석에 대해 신임을 보여주면서 ‘흔들리지 말라’고 ‘명(命)’한 것으로 해석하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이에 따라 내부에서는 우 수석의 거취 문제를 일절 언급하지 않는 가운데 결정적인 비리와 위법적 상황이 불거지지 않는 한 현재의 국면을 정면돌파할 수밖에 없다는 쪽으로 교통정리가 이뤄지고 있다.

특히 박 대통령은 ‘고난을 벗 삼아’라는 구절을 심사숙고 끝에 꺼낸 것으로 전해졌다. 이 문구는 박 대통령이 평소 어려운 시기를 극복할 때 자신을 채찍질하고 마음을 다지는 표현이다. 박 대통령이 지난 1998년 펴낸 수필집 제목도 ‘고난을 벗 삼아, 진실을 등대 삼아’였다. 지난 2007년 수필 문예지인 ‘월간 에세이’ 5월호에서도 박 대통령은 중국의 대표적 철학자인 펑유란(馮友蘭)의 ‘중국철학사’를 언급하면서 “고난을 벗 삼고 진실을 등대 삼는다면 어떤 어려움도 극복할 수 있다는 생각을 가질 수 있었다”고 밝혔다.

청와대 안팎에서는 박 대통령이 ‘소명의 시간까지’라는 단어를 통해 온갖 의혹이 제기되는 우 수석에게 ‘조건적 신임’을 부여했다고 보고 있다. 박 대통령이 우 수석을 직접 언급하지 않은 것은 결정적 하자가 발견될 경우 박 대통령에게 치명타로 돌아올 수 있다는 우려가 작용하고 있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이 같은 정치적 부담감으로 일단 청와대는 박 대통령의 발언을 우 수석 논란과 분리시키려고 노력하는 모습이다.

정연국 청와대 대변인은 22일 기자들과 만나 “대통령이 말한 소명의 시간은 우 수석의 소명이 아니라, 국가 안보와 안전을 지켜야 한다는 소명”이라고 말했다.

김만용 기자 mykim@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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