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박 핵심 인사들의 협박성 ‘공천 개입 녹취록’이 공개됐는데도 새누리당 지도부는 이를 대충 덮고 지나가자는 분위기다. 친박계 좌장인 서청원 의원은 ‘공작 정치’라며 역공세까지 펼치고 있다. 적반하장(賊反荷杖)도 유분수다. 공직선거법을 위반한 정황들이 속속 드러났는데 누구 하나 책임질 사람도 없는 집권 여당의 현주소가 한심할 뿐이다.

서 의원은 녹취록 건과 관련, 자신의 지역구에 출마하려던 김성회 전 의원을 향해 “음습한 정치공작이다. 가만 있지 않겠다”고 목청을 높였다. 21일 문화일보와의 인터뷰에선 “폭로 전에 나한테 전화가 왔다”며 그가 녹취록 거래를 시도하려 했음을 내비쳤다. 통화 공개에 무슨 의도가 있었는지는 차치하더라도 이번 문제의 본질은 핵심 실세들이 ‘대통령 뜻’ 운운하며 호가호위하면서 공천에 개입하고, 사찰 정보까지 갖고 있다는 점을 암시하며 겁박한 사실이다. 김 전 의원이 지역난방공사 사장으로 재직할 당시 이 기관에 대한 ‘표적 감찰’ 의혹도 나오고 있는 판이다.

사안이 간단치 않은데도 김희옥 비대위원장은 “화합·전진만이 살길”이라며 일단 넘기고 보자는 식이다. 청와대도 사정기관 조사 사실을 흘리면서 공천에 개입한 의혹이 짙은 현기환 전 정무수석의 녹취록이 폭로됐는데도 아무 일도 아니라는 반응이다. 집권당인 새누리당이 이번 일을 두루뭉술 넘긴다면 8·9 전당대회를 앞두고 당내 분열을 키울 뿐더러 국민의 신뢰도 얻기 어렵다. 더 늦기 전에 환부를 과감히 도려내고 합당한 책임도 묻는 게 공당(公黨)의 도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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