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사 “심의 걸리면 불이익”
방통심위 “무조건 처벌 안해”
시청자만 불편… “기준 필요”


“모자이크 보는 게 더 짜증 나요.”

주말에 TV를 즐겨 보는 직장인 김소리(여·22) 씨는 영화전문 케이블채널을 통해 영화를 보다가 인상을 찌푸리곤 한다. 이미 ‘15세 관람가’ 판정을 받고 상영을 마친 영화임에도 주인공이 담배 피우는 장면을 블러 모자이크(화면을 뿌옇게 처리하는 기법·사진) 처리하는 일이 빈번하기 때문이다. 김 씨는 “모자이크 처리해도 담배 피우는 장면이라는 것은 다 안다”며 “장면을 편집한 것도 아니고 담배를 잡은 손만 모자이크 처리하면 유해성이 줄어드는 것인가”라고 반문했다.

이와 마찬가지로 TV를 보고 있노라면 덕지덕지 기운 듯한 모자이크를 어렵지 않게 발견할 수 있다. 최근 힙합 가수들이 인기를 끌면서 각종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하는 그들의 몸에 새겨진 문신을 모자이크로 가리거나, 길거리를 촬영한 장면에서 노출되는 간판을 뿌옇게 만들어놓기도 한다. 시청자들의 아우성에 방송사들은 “방송통신심의위원회(방통심위)의 지적을 받지 않으려면 어쩔 수 없다”며 “벌점이 쌓이면 불이익을 받게 되니 미리 필터링하는 것”이라고 말한다.

반면 방통심위 측은 “억울하다”고 항변한다. 방송심의 규정에 ‘담배, 문신, 간판 등이 노출되면 안 된다’는 구체적인 명시는 없다. 다만 28조에 ‘방송은 건전한 시민정신과 생활기풍의 조성에 힘써야 하며, 음란, 퇴폐, 마약, 음주, 흡연, 미신, 사행행위, 허례허식, 사치 및 낭비풍조 등의 내용을 다룰 때에는 신중을 기하여야 한다’는 포괄적인 조항이 있다. 이 조항을 바탕으로 개별 사안에 대한 심의를 거쳐 판단을 내리는 것이다.

방통심위가 주목하는 것은 ‘필요성’과 ‘의도성’이다. 프로그램의 흐름상 필요없이 등장하는 흡연, 문신 장면 등은 문제가 되지만 자연스럽게 노출되는 것은 별다른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방통심위 연예오락채널 김희철 팀장은 “자연스러운 흐름 속에 담배, 문신, 간판 등이 등장하는 것은 지적 대상이 아니다”며 “일단 ‘보기 불편했다’는 시청자 민원이 접수되면 규정상 심의를 해야 하지만 ‘무조건’ 처벌하는 것은 아니고 최대한 표현의 자유를 존중하는 편”이라고 밝혔다.

방통심위와 방송사 간 줄다리기에서 결국 시청자들만 피해를 본다. 심의에 적발되는 것을 우려한 방송사들이 ‘제발이 저려’ 남발한 모자이크가 또 다른 ‘방송 공해’로 지적받고 있다.

한 지상파 관계자는 “시청자들의 이런 불만도 알고 있지만 일단 문제가 제기되면 방송사들이 입는 타격이 크기 때문에 몸을 사릴 수밖에 없다”며 “보다 구체적이고 명확한 기준이 필요한 시점인 것 같다”고 말했다.

안진용 기자 realyong@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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