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사드(THAAD)는 미국 내에서도 국방부 미사일방어국(MDA) 전문가 등 극소수만이 실체를 파악하고 있는 진화 중인 무기체계다. 첨단 과학기술의 총화다. 그런데 우리나라에서는 사드에 정통하다고 자처하는 ‘얼치기·사이비 사드 박사’가 판치고 있다. 언론에 사드 배치 지역이 오르내릴 때마다 해당 지역 시장님과 군수님의 의무사항이라도 되는 양 줄줄이 삭발 행진을 하고 정치인들이 피켓부터 드는 진풍경이 벌어지고 있다. 이는 미국·중국 사이에서 눈치 보기와 전략적 모호성으로 실체를 덮은 정부 책임도 크다. 괴담과 유언비어, 억측이 진실을 가리는 토양을 제공했다. 급기야 사드는 혐오시설로 전락해 ‘괴물’ 취급을 받는 처지가 됐다.
사드 배치 결정을 앞당기게 한 데는 북한 김정은의 ‘공(?)’이 절대적이다. 올해 4월 15일∼6월 22일 짧은 기간에 김정은이 기를 쓰고 중거리미사일(IRBM) 무수단을 6번째 실험한 끝에 기어코 성공시켰다. 3주 만인 7월 8일 서둘러 사드 배치 결정을 발표한 배경이다. 옛 소련의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R-27을 개량한 무수단은 전과 비교할 수 없이 성능이 향상됐음이 입증됐기 때문이다. 2013년 배치된 괌 사드 알파포대와 함께 미국 태평양사령부에 사드 배치 명분을 제공한 일등공신이 김정은인 것만은 분명한 사실이다.
북한이 한·중 관계를 이간질하고, 북·중 관계를 가깝게 하기 위해 치밀히 계산된 목적으로 무수단 고각(高角) 발사를 기획했다는 음모론도 나온다. 홍우택 통일연구원 연구위원은 ‘북한의 노림수와 사드’ 보고서에서 “고각으로 발사된 미사일에 자극받은 남한이 사드 배치를 서두르게 하려는 의도”라고 분석했다. 사드 배치로 한·중 관계 틈을 벌려 대북제재 전선을 교란시키겠다는 김정은의 노림수라는 것이다. 하지만 중국이 북한 의도대로 호락호락 움직일 것 같지는 않다. 한국을 자기편으로 만들기 위해 부단히 노력해온 중국이 무리한 경제 보복으로 한국민 대다수를 적으로 돌리는 악수를 쉽게 둘 것 같지는 않다. 황교안 국무총리가 “기본적으로 한·중 관계가 고도화돼 있고, 쉽게 (경제) 보복할 구조가 아니다”고 한 것도 이 때문이다. 결국 한국이 사드를 배치함으로써 북한은 자신의 미사일 능력을 약화시키는 결과만 초래했다. 사드 배치가 미국 핵우산의 신뢰성을 높이는 전략적 가치를 지닌다는 평가도 나온다. 김정은이 지난 19일 핵 선제타격훈련으로 남한을 위협한 것은 자신의 의도가 빗나갔다는 판단이 작용한 후속 대책으로 보인다. 북한은 올해 들어 무수단·노동 등 중거리미사일을 대상으로 고각과 저각(低角) 등 다양한 자세 각을 적용, 폭발 위치 등을 감안한 핵기폭장치 실험에 혈안이 돼 있다는 사실을 주시해야 한다. 핵폭탄은 약 600m 상공에서 폭발할 때 인명 살상력이 가장 높다고 한다. 30∼120㎞ 상공에서 폭발할 경우 핵전자기파(EMP)탄 효과로 지상의 교통·통신·레이더와 저궤도 인공위성을 교란시켜 대혼란을 일으킨다. 북한의 핵미사일 능력은 이처럼 하루가 다르게 진화하고 있다. 사드 찬반 논쟁으로 날밤을 지새우며 분열하다간 김정은의 핵 펀치 한 방에 모두 훅 갈 수 있다. csju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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