② 클린턴이 넘어야 할 장벽

“미국 국민은 대통령이라는 직함을 매우 중요하게 여기고 있으며 대통령이 되는 것은 리얼리티 쇼나 토크쇼와 다르다. 사리분별을 할 줄 아는 미국 국민을 믿기 때문에 도널드 트럼프가 대통령이 되지 못할 것이다.”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이 지난 2월 16일 아세안 정상회의 기자회견 자리에서 미 대선과 트럼프를 언급하며 한 발언이다. 경선이 막을 올린 지 불과 한 달도 지나지 않은 시점이었다. 트럼프가 아이오와 코커스와 뉴햄프셔 프라이머리에서 각각 2위와 1위로 선전하며 언론의 관심이 공화당 경선으로 쏠리던 때였다. 뜻밖에도 트럼프는 경선에서 승리하고 지난 21일 전당대회에서 공화당 대선후보로 공식 지명됐다. 이런 결과와 무관하게 많은 사람은 오바마 대통령처럼 트럼프의 대선 승리 가능성을 낮게 평가한다. CNN은 민주당 후보인 힐러리 클린턴의 승리 확률을 70%로 보고 있는가 하면, 미국의 통계학자인 네이트 실버가 운영하는 파이브서티에이트 웹사이트는 트럼프의 승산 확률을 38.1%로 계산하고 있다.

하지만 이번 대선 결과를 예측하는 것은 그리 쉽지 않을 것이다. 선거는 상대가 누구냐에 따라 결과가 바뀔 수 있기 때문이다. 놀랍게도 25일 개막되는 민주당 전당대회에서 대선후보로 공식지명되는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에 대한 미 유권자들의 지지율이 트럼프에 비해 그리 높지 않다는 것이 이번 선거에 큰 변수로 작용하고 있다.

예를 들어 모든 여론조사 데이터를 종합해 평균 각 후보에 대한 유권자들의 비호감도를 계산해 보면 트럼프는 60.6%, 힐러리 클린턴은 55.9% 정도의 수준을 보이고 있다. 추세로 따지자면 트럼프의 경우 작년 6월에 비해 7%포인트 정도 낮아졌지만 클린턴의 경우 7%포인트 정도 높아진 상황이다. 역사적으로 1980년 이후 가장 비호감도가 높은 후보들이다. 7월 진행한 모든 전국 여론조사 데이터를 바탕으로 평균 지지율을 계산해 보면 힐러리 클린턴의 지지율은 42.6%로 트럼프의 39.5%에 비해 불과 +3%포인트 정도 차이를 보이고 있다.

트럼프가 낮은 지지율을 유지하고 있다는 것은 그리 놀랍지 않다. 그의 극단적인 발언과 받아들이기 어려운 정책 제안들은 공화당을 갈라놓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클린턴의 경우 트럼프보다 풍부한 경력과 균형 있는 정책을 제안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어려운 선거를 치르고 있다는 것은 놀라운 사실이다. 비록 경선에서 승리를 거두었지만 민심을 얻지 못하고 있는 클린턴이 11월 8일까지 넘어야 할 장벽은 무엇일까?

민주당 경선 출구조사를 살펴보면 클린턴에게 몇몇 약점이 보인다. 첫째, 백인들 사이에서 버니 샌더스(버몬트) 상원의원보다 1%포인트 정도 낮은 지지율을 보인다. 클린턴의 백인 지지율은 평균 48%다. 낮은 연령대에서도 클린턴을 지지하는 사람들은 많지 않았다. 30대 미만의 경우 평균 27%밖에 되지 않았다. 샌더스가 얻은 평균 70%에 비해 매우 적다. 30~44세 사이에서도 평균 48%로 샌더스보다 2%포인트 낮은 지지율을 유지했었다. 무소속 유권자들의 지지율은 샌더스의 평균 63%에 비해 다소 낮은 34%이다.

마지막 현상은 매우 흥미롭다. 샌더스의 진보적인 이미지에 끌려 민주당 쪽으로 기울어진 무소속 유권자들을 진보 성향의 민주당 유권자들이라고 착각하기 쉽다. 그러나 데이터를 조금 더 자세히 살펴보면 그렇지만은 않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지난 경선에서 클린턴은 진보 성향 유권자들 사이에서 평균 53% 정도의 지지율을 선보였다. 샌더스에 비해 7%포인트 높은 수준이다. 민주당 소속 유권자들 사이에서는 평균 63% 대 36%로 샌더스보다 선전했다.

그렇다면 무소속 유권자들이 중도 성향의 유권자들이라고 생각할 수 있을까? 그렇지는 않다. 경선에서 평균 60% 정도의 중도 성향 유권자들도 클린턴을 선호했었다. 펜실베이니아대 대니엘 홉킨스 교수에 따르면 샌더스를 지지하는 무소속 유권자들은 두 정당을 부인하며 진보적인 정책을 선호하는 아웃사이더들인 것이다. 단순히 진보나 중도 또는 극단적인 민주당 유권자들도 아니다. 이러한 사람들에게는 힐러리 클린턴과 같이 민주당에 뿌리를 깊게 박은 정치인보다 샌더스 같이 독립적이며 진보적인 아웃사이더가 매력적으로 다가오는 것이다. 이들에게 샌더스가 없는 선거는 무의미하다.

미 민주당 대선후보 경선 과정에서 치열하게 싸웠던 힐러리 클린턴(오른쪽) 전 국무장관과 버니 샌더스(버몬트) 상원의원이 지난 12일 뉴햄프셔주 포트머스 유세에서 손을 맞잡고 지지자들을 향해 손을 흔들고 있다. 샌더스 상원의원은 이날 클린턴 지지선언을 했다.   AP연합뉴스
미 민주당 대선후보 경선 과정에서 치열하게 싸웠던 힐러리 클린턴(오른쪽) 전 국무장관과 버니 샌더스(버몬트) 상원의원이 지난 12일 뉴햄프셔주 포트머스 유세에서 손을 맞잡고 지지자들을 향해 손을 흔들고 있다. 샌더스 상원의원은 이날 클린턴 지지선언을 했다. AP연합뉴스

지난달 CNBC, 하트리서치 그리고 POS가 공동으로 진행한 여론조사에 의하면 클린턴에 대한 지지가 40%이고 트럼프는 35%인데 부동층은 25%나 된다고 했다. 이 중 14%는 클린턴과 트럼프를 지지하지 않는다고 응답했는데 상당수가 민주당 경선에서 샌더스를 지지하던 유권자(20%)들이다. 즉 클린턴이 +5%포인트 정도 되는 격차를 늘리는 방법이 있다면 샌더스를 지지하던 무소속 유권자들의 관심을 끌어야 한다.

이 유권자 중 많은 사람이 젊은 백인이다. 소위 백인 밀레니얼(millennial) 세대라고 불린다. 지난 4월 퓨리서치센터가 발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30세 미만의 경우 50% 정도가 무소속 유권자들이고 이 중 백인이 다수이다. 어떻게 보면 이번 선거 결과는 무소속 유권자들이 누구를 더 선호하느냐에 따라 승부가 가려질 수도 있다. 그 이유는 이번 선거에서 무소속 유권자들이 총 유권자수에 비해 40% 정도나 되기 때문이다. 민주당(39%)이나 공화당(23%) 소속이라고 하는 사람들은 비교적으로 적은 편이다.

젊은 무소속 백인 유권자들은 왜 클린턴을 지지하지 않는 것일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이 세대는 클린턴이란 이름과 연결된 과거와 레거시(업적)를 잘 모르기 때문이다. 공화당은 1992년 대선에서 당선된 빌 클린턴 대통령을 부정·부패와 연결시켜 왔다. 복잡한 여자관계, 외도, 모니카 르윈스키 스캔들, 화이트워터 게이트, 탄핵 시도 등 수도 없는 개인적 사건들로 오명을 남겼고 이 문제들은 배우자 힐러리 클린턴의 이미지에도 영향을 미치게 됐다.

하지만 클린턴이란 이름이 꼭 나쁜 과거와 연결되어 있지는 않다. 클린턴 대통령의 임기 동안 미국 경제는 성장했고 실업률 또한 역사적으로 낮은 3.8% 수준을 기록했다. 화해를 중심으로 한 인종 관계에 특별한 관심을 보였으며 여성과 의료보험제도 개혁에 힘을 기울였다. 클린턴 정부를 경험하고 이해하는 높은 연령대 사이에서는 힐러리 클린턴에 관한 시각이 찬반으로 명백히 갈라진다. 긴 세월이 지나며 클린턴을 지지하는 세력들도 있었지만 반대하는 사람들도 적지 않다. 이러한 정치적 배경이 있었기에 힐러리 클린턴이 뉴욕 상원의원으로 역임할 수 있었던 것이고 2008년 대선에서 패배를 맛보기도 했던 것이다.

높은 연령대의 유권자들과는 달리 밀레니얼 세대에게 클린턴이란 이름은 트럼프와 크게 다르지 않을 수 있다. 트럼프는 클린턴을 월스트리트 돈에 물이 든 “거짓말하는 사기꾼 힐러리(Lying Crooked Hillary)”라고 별명까지 붙이며 젊은 세대가 클린턴에 대한 생각을 다시 하게 만들고 있다. 공화당은 국무부 이메일 게이트와 리비아 벵가지 테러 사건을 거론하며 클린턴의 오만함과 신뢰성을 문제 삼고 있다.

지난달에 NBC와 월스트리트저널이 진행한 여론 조사에 의하면 69%가 힐러리 클린턴을 믿음직스럽지 않다고 답했는가 하면 CBS가 진행한 조사에서도 62%가 정직하지 않고 믿음직스럽지 못하다고 했다. 이러한 결과와 연결해 젠포워드가 1750명의 18~30세를 대상으로 진행한 여론조사 결과에 의하면 다른 인종들에 비해 클린턴에 대한 백인들의 신뢰가 제일 낮은 17%였다. 트럼프가 정직하고 믿을만하다고 한 26%에 비해 매우 낮은 편이다. 물론 대통령으로 적합한 후보는 클린턴이라고 응답한 백인이 49%였고 트럼프라고 한 응답자는 28%였지만 클린턴이 넘어야 할 장벽 중 하나는 샌더스 후보를 지지하던 무소속 유권자표를 끌어오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샌더스의 열렬하고 가시적인 후원이 필요하다.

둘째로 클린턴이 넘어야 할 장벽은 여성이라는 점이다. 오바마가 2008년 미 역사상 첫 번째 흑인 대통령으로 당선된 것은 인종장벽을 넘어섰기 때문인데, 클린턴이 미국의 첫 번째 여성 대통령이 되기 위해선 성의 장벽을 넘어야 한다. 다행히도 이번 선거에서 이러한 도전은 백인 유권자 사이에서만 해당되는 것으로 보인다.

퓨리서치센터에 의하면 힐러리 클린턴의 남성 지지율은 43% 정도이다. 트럼프에 비해 6%포인트 낮다. 이 격차는 대부분 백인 유권자 사이에서 오는 것이다. 백인 남성 18~49세 사이에서는 37%의 지지율을 유지하고 있고 50세 이상의 경우 30%이다. 대졸 백인 남성 중 42%가 클린턴을 선호하지만 트럼프를 지지하는 비율(49%)보다 적다. 대졸 미만인 경우 백인 남성 지지율이 28%로 떨어진다. 트럼프의 65%에 비해 다소 적은 지지율이다.

반대로 클린턴을 지지하는 백인 여성들은 52%이다. 트럼프에 비해 10%포인트 높다. 하지만 백인 여성의 지지율도 학력에 따라 차이가 있다. 대졸 미만의 경우 28%이지만 대졸의 경우 62%를 자랑하고 있다. 지난달 그린버그 퀸란 로스너 리서치는 초접전 경합주( battle ground states)인 노스캐롤라이나, 플로리다, 애리조나, 네바다, 미시간, 위스콘신, 펜실베이니아, 오하이오와 뉴햄프셔를 대상으로 여론조사를 진행하고 보고서를 발간했다. 보고서에 의하면 클린턴은 인종에 상관 없이 대졸(54%), 미혼(62%) 여성들 사이에서 트럼프에 비해 20%포인트가 넘는 지지율 차이를 유지하고 있으며 대졸 백인 미혼 여성(46%)과 대졸 미만 백인 미혼 여성(45%) 사이에서는 평균적으로 10%포인트 정도의 간격을 유지하고 있다고 발표했다. 결혼을 한 여성들 사이에서는 트럼프와 동등한(42~43%) 수준의 지지를 받고 있다.

따라서 클린턴이 여성으로서 미국의 사령탑을 맡는 것이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점을 인식시키려면 백인 남성들을 설득시켜야 할 것이고 그 중 상당수가 무소속이나 부동층 유권자들이다.

마지막으로 유동적으로 바뀌고 있는 미국 국내 현황도 중요한 변수이다. 미국의 경제와 고용률이 좋아질수록 현 정부와 연결된 민주당이 유리할 것이다. 만약 미 연방준비제도(Fed)의 금리 인상이 경제에 나쁜 효과를 가져 온다면 민주당에 반가운 소식이 아닐 것이다. 최근 들어 미국 사회에서 불붙은 인종 차별과 소수민족의 인권문제 그리고 이와 연관된 경찰관 저격 사건들은 공화당에 유리하다. 미국은 지금 그 어느 때보다 다양한 인구를 자랑하고 있으나 인종차별과 관련된 사회적 문제는 쉽게 풀리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민주당과 오바마 정부가 이 문제를 어떻게 다루는지에 따라 무소속 유권자들의 생각이 바뀔 수도 있다.

이라크, 시리아, 터키, 러시아, 이란, 중국, 북한도 이번 선거에 적지 않은 영향을 줄 수도 있다. 많은 전문가는 외교안보 이슈들이 미국 선거에 주는 효과를 다소 작게 평가하지만 역사적으로 보았을 때 중요한 경우도 있다. 컬럼비아대의 국제정치학자인 로버트 저비스가 정치학 논술지인 PSQ에 최근 발간한 논문에 의하면 외교안보 이슈가 미국 대선에 영향을 준 사례가 적지 않다고 주장하고 있다.

예를 들어 드와이트 아이젠하워가 1952년에 대통령으로 당선될 수 있었던 이유 중 하나는 해리 트루먼 대통령이 6·25전쟁의 매듭을 짓지 못했기 때문이고 1968년 민주당 대선 후보였던 휴버트 험프리가 리처드 닉슨에게 패배한 이유도 린든 B 존슨 대통령과 연관된 베트남 전쟁 때문이었다. 지미 카터의 경우 미국이 소련에 비해 약한 외교안보 정책을 선호했고 이란 인질 사태를 성공적으로 풀지 못했기 때문에 1980년 대선에서 로널드 레이건에게 패배할 수밖에 없었다. 이러한 이슈들과 같이 두드러진 외교안보 사건이 뉴스 헤드라인을 채운다면 이번 대선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줄 것이다.

공화당은 지난주 전당대회에서 트럼프를 중심으로 단합을 이루려는 노력을 보였고 이번 주는 민주당과 힐러리 클린턴의 무대가 될 것이다. 여러 의견에도 불구하고 지금 클린턴은 선두주자 자리를 지키고 있다. 소수민족과 여성 유권자들 사이에서는 트럼프보다 확연히 높은 지지율을 유지하고 있다. 트럼프의 발언들이 그녀에게 힘을 실어주고 있는 셈이다.

그러나 이번 선거는 무소속·부동층 유권자들이 클린턴을 어느 정도 지지하느냐에 따라 바뀔 수도 있다. 공화당과 트럼프는 그녀의 이름이 클린턴이고 여성이라는 점을 지적하며 무소속 유권자들의 선거 참여를 막으려 할 것이다. 어쩌면 이들이 자유당 소속인 게리 존슨에게 이끌려 11월에 표를 던질 수도 있다. 민주당은 이러한 전략에 어떻게 대응하느냐에 따라 이번 선거 결과가 바뀌게 될 것이다.

마지막 변수는 예측하기 힘든 전 세계 정세다. 세계에서 일어나는 특정 사태가 현 정부와 민주당에 어떠한 영향을 주게 될지 미국 언론의 해석을 지켜보며 유권자들의 반응을 살펴보아야 한다.

로버트 샤피로 컬럼비아대 교수·제임스 김 아산정책硏 워싱턴사무소장 기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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