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시민 피로감 확산 불구
구체적 실행조치는 ‘미적미적’
유가족 “원인 규명前 철거못해”


서울시가 지난 5월 “광화문광장에 설치된 세월호 참사 추모 천막을 단계적으로 축소하겠다”고 밝혔지만, 두 달이 훨씬 넘도록 실행 계획조차 세우지 못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를 놓고 “참사 원인이 규명될 때까지 천막을 그대로 놔둬야 한다”는 주장과 “시민 불편을 고려해 천막을 줄이고, 별도의 추모공간으로 이동해야 한다”는 주장이 맞서고 있다.

25일 서울시와 서울시의회 등에 따르면, 시는 5월 4일 광화문광장에 설치된 세월호 천막을 단계적으로 줄여 나가겠다는 공식 입장을 발표하고 시의회에도 세월호 천막 관련 대응계획을 보고했다. 하지만 이후 82일이 지난 이날까지 시는 천막 축소에 나서기는커녕 실행 계획조차 잡지 못하고 있다.

세월호 추모 천막은 참사 발생(2014년 4월 16일) 3개월 뒤인 7월 14일 처음 설치됐다. 서명을 받는 진실마중대(1개)와 유족공간(2개), 분향소(3개), 상황실(1개) 등 모두 14개 동으로 구성돼 있다. 이 중 시가 유가족 지원을 위해 설치한 11개 동 외에 유가족이 임의로 세운 3개 동과 조형물은 무허가 점유물로 하루 5940원씩 ‘변상금’이 부과되고 있다. 시는 2014년 7월부터 지난해 12월까지의 변상금 494만2000원을 유가족들에게서 받은 바 있다.

세월호 천막 철거를 둘러싼 찬반 여론이 여전히 팽팽한 가운데 점점 ‘피로감’을 호소하는 시민들도 늘고 있다. 전날 아이와 함께 광화문광장을 찾은 시민 김모(여·39) 씨는 “유가족의 아픔은 충분히 이해하지만, 이제는 국민 피로도와 불편 등을 고려해 천막을 줄이고 따로 실내에 추모공간을 만들었으면 한다”는 바람을 나타냈다.

성중기 새누리당 시의원은 “유가족이 시민문화공간을 장기간 독점하는 것은 문제가 있고, 시 당국도 단계적 철거를 약속한 만큼 벌금이 부과되고 있는 불법 천막부터 철거에 나서야 한다”고 지적했다.

‘철거 불가’를 외치는 목소리도 만만치 않다. 천막을 지키고 있는 한 유가족은 “세월호 참사 원인을 규명하기 전까지는 천막을 철거할 수 없고, 광화문광장을 결코 떠날 수 없다”며 단호한 태도를 보였다. 일부 시민들도 “유가족 아픔이 치유되지 않은 상황에서 세월호 천막 철거는 시기상조”라고 주장했다.

이와 관련, 시 관계자는 “5월에 세월호 천막의 단계적 철거 방안을 발표하긴 했지만, 국민 정서와 유가족 아픔 등을 고려해 아직 구체적인 계획을 잡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최준영 기자 cjy324@munhwa.com
최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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